[취재수첩] 투자자 두번 울리는 허술한 조회공시 제도
“하루도 안 돼 다시 주식 거래를 중단시킬 거면 애당초 왜 거래 정지를 풀었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됩니다.”

이화전기에 약 3000만원을 투자한 A씨는 한국거래소의 거래 정지 번복 사태에 대해 울먹이면서 하소연을 늘어놨다. 허술한 거래소의 조회공시 제도가 투자자들의 피해를 오히려 키웠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거래소가 지난달 10일 이화전기에 전·현직 임원 등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거래소는 조회공시 요구와 함께 이화전기의 주식 거래도 정지했다. 다음날 이화전기가 회사 대표의 횡령 금액이 약 8억원이라고 공시하자 거래소는 12일 장 개장과 동시에 거래 정지를 풀었다. 그런데 거래소는 같은 날 오후 2시22분께 다시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이화전기의 주식 거래를 다시 정지했다. 검찰의 기소 내용과 회사 측 해명 내용이 크게 다르다며 다시 조회공시를 요구한 것이다. 계열사인 이트론과 이아이디 거래도 다시 정지됐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14일까지 거래 정지 조치는 풀리지 않고 있다. A씨는 “거래소가 거래 정지를 풀어주길래 안심했는데 뒤통수를 맞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래소 측은 “수사 권한이 없어 답변의 진위를 정확하게 알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시 위반 사실이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을 하다 보니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소는 지난 9일 이화전기에 벌점을 부과했다. 벌점이 10점 이상이면 주식 거래가 하루 동안 정지되는데, 이화전기는 이미 거래가 정지됐다. 이화전기에 부과된 제재금은 4000만원에 그쳤다.

이런 제도하에서 기업들은 불리한 정보를 숨기거나 무성의하게 답변할 개연성이 높다. 올초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코스나인은 현저한 시황 변동 관련 조회공시 요구에 “전환사채(CB), 타 법인출자 또는 출자지분 처분 외 공시할 중요 정보가 없다”고 답변했다. 그로부터 10거래일 후 코스나인은 최대주주가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코스나인이 받은 제재는 벌점 9.5점과 제재금 3800만원뿐이다.

전문가들은 고의로 허위 공시를 하는 기업은 시장 퇴출 등의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들의 공시를 확인하고 허위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투자자들이 기업들의 공시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자본시장은 발전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