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 배우니 '경력자 우대'…문과생은 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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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학원 수강생 1년새 3배로
취업 여전히 '바늘구멍'
"네카라쿠배 가자" 꿈 품고 열공
SSAFY 대비반은 재수·삼수도
취업 나서자 줄줄이 고배
IT업계선 '경력 개발자'만 뽑아
비전공자 중 문과는 거의 없어
'코딩=취업' 맹신하다 낭패 우려
취업 여전히 '바늘구멍'
"네카라쿠배 가자" 꿈 품고 열공
SSAFY 대비반은 재수·삼수도
취업 나서자 줄줄이 고배
IT업계선 '경력 개발자'만 뽑아
비전공자 중 문과는 거의 없어
'코딩=취업' 맹신하다 낭패 우려
“개발자 직무는 낮은 초봉으로 시작해도 향후 몸값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코딩 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서울 4년제 대학의 사회계열 학부 출신인 박모씨(28)는 졸업 후 마케팅 분야 인턴을 거듭하다가 1년 전 진로를 바꿨다. 개발자 양성 학원의 비전공자반에 들어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코딩 수업을 듣는다. 집에 가서는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프로젝트 업무를 한다.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의 협력 프로그램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테크코스’, 네이버의 ‘부스트캠프’ 등 정보기술(IT)기업의 개발자 양성 캠프도 비전공자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SSAFY에 들어가기 위한 적성시험을 대비하는 온라인 학원까지 생겨날 정도다. 적성시험 대비반을 운영 중인 알고리즘잡스 관계자는 “SSAFY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 삼수하는 학생도 있다”며 “비전공자 전형 경쟁률이 특히 세다”고 설명했다.
문과생이 코딩 공부에 몰두하는 것은 연봉 인상 기대 때문만이 아니다. 코딩을 알지 못하면 문과 직무에서도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인문계열 학부 출신 김모씨(25)는 “인사나 마케팅 같은 직무를 희망해도 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 분석 경험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며 “일찍 알았다면 다른 전공을 선택했을 텐데 돌이킬 수도 없고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IT 분야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아진 것도 문과생 코딩학원행의 주요인 중 하나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정보통신업 취업자는 2019년 71만1000명에서 2022년 83만7000명으로 3년 사이 약 18% 늘었다.
개발자가 된다고 해도 일명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로 불리는 IT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학교와 학과를 모두 가리고 코딩 테스트만을 통해 개발자를 채용하지만, 대부분 전공자가 합격한다”며 “비전공자 중에서도 문과생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코딩을 배운 것을 후회하는 문과생도 많다. 상경계열 학부를 졸업한 김모씨(26)는 “‘무조건 코딩을 해야 취업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코딩 공부를 시작했다”며 “강남 학원에서 1년 동안 700만원 넘게 쓴 뒤에야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딩 열풍’이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현 대학 교육 시스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과거 고교 때부터 문과, 이과를 칼같이 나눠 교육한 결과가 지금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대학에서 미리 코딩 등의 교육을 강화했다면 이런 혼란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서울 4년제 대학의 사회계열 학부 출신인 박모씨(28)는 졸업 후 마케팅 분야 인턴을 거듭하다가 1년 전 진로를 바꿨다. 개발자 양성 학원의 비전공자반에 들어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코딩 수업을 듣는다. 집에 가서는 포트폴리오에 들어갈 프로젝트 업무를 한다.
○문과생들, 너도나도 ‘코딩’
코딩학원을 찾는 문과생이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14일 코딩교육업체 팀스파르타에 따르면 신규 수강생은 2020년 4만 명에서 2021년 8만 명, 지난해 23만 명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는 상반기가 다 지나지 않은 현재 이미 15만 명이 새로 등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비전공자가 7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15억원에 불과하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219억원으로 약 14배 뛰었다.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의 협력 프로그램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테크코스’, 네이버의 ‘부스트캠프’ 등 정보기술(IT)기업의 개발자 양성 캠프도 비전공자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SSAFY에 들어가기 위한 적성시험을 대비하는 온라인 학원까지 생겨날 정도다. 적성시험 대비반을 운영 중인 알고리즘잡스 관계자는 “SSAFY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 삼수하는 학생도 있다”며 “비전공자 전형 경쟁률이 특히 세다”고 설명했다.
문과생이 코딩 공부에 몰두하는 것은 연봉 인상 기대 때문만이 아니다. 코딩을 알지 못하면 문과 직무에서도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인문계열 학부 출신 김모씨(25)는 “인사나 마케팅 같은 직무를 희망해도 프로그래밍이나 데이터 분석 경험이 없으면 취업이 어렵다”며 “일찍 알았다면 다른 전공을 선택했을 텐데 돌이킬 수도 없고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IT 분야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많아진 것도 문과생 코딩학원행의 주요인 중 하나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정보통신업 취업자는 2019년 71만1000명에서 2022년 83만7000명으로 3년 사이 약 18% 늘었다.
○코딩 배워도 취업 어려운 문과생
코딩을 배워도 문과 출신의 취업은 녹록지 않다. 최근 IT기업들이 경력직과 고학력 전공자 중심으로 관련 인력을 뽑고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조사 결과, 2021~2022년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채용한 신입은 6600명에서 5700명으로 900명 감소했다. 경력직 채용은 8900명에서 1만600명으로 1700명 늘었다. 연구소는 올해도 신입직 채용은 감소하고 경력직 채용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개발자가 된다고 해도 일명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로 불리는 IT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학교와 학과를 모두 가리고 코딩 테스트만을 통해 개발자를 채용하지만, 대부분 전공자가 합격한다”며 “비전공자 중에서도 문과생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코딩을 배운 것을 후회하는 문과생도 많다. 상경계열 학부를 졸업한 김모씨(26)는 “‘무조건 코딩을 해야 취업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코딩 공부를 시작했다”며 “강남 학원에서 1년 동안 700만원 넘게 쓴 뒤에야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딩 열풍’이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현 대학 교육 시스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과거 고교 때부터 문과, 이과를 칼같이 나눠 교육한 결과가 지금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라며 “대학에서 미리 코딩 등의 교육을 강화했다면 이런 혼란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