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 잃은 베토벤의 고통, 격렬한 몸짓으로 불러낸 장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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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심포니 내한공연
장한나, 빈 심포니 이끌고 무대
1부선 브루스 리우 피아노 협연
격렬한 지휘로 리듬감 살리며
좌절에 굴하지 않은 베토벤 표현
금관파트 타이밍 놓친 건 아쉬워
장한나, 빈 심포니 이끌고 무대
1부선 브루스 리우 피아노 협연
격렬한 지휘로 리듬감 살리며
좌절에 굴하지 않은 베토벤 표현
금관파트 타이밍 놓친 건 아쉬워
“이곳 부천 아트센터에서 심장을 팔딱팔딱 뛰게 만드는 음악이 날마다 함께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실은 저도 ‘부천의 딸’이에요. 제 어머니가 부천에서 태어나셨고, 외할머니는 지금도 여기에서 사시거든요.”
지난 13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140분간 공연을 끝낸 마에스트라 장한나(41)의 입에서 ‘부천의 딸’이란 말이 나오자 장내엔 환호성이 쏟아졌다. 첼리스트 출신 지휘자 장한나는 이날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협주곡 3번 ‘에로이카’(영웅)를 들려줬다.
포디움에 선 장한나의 존재감은 컸다. 3번 교향곡은 청력 상실에 따른 극심한 고통으로 유서까지 썼던 베토벤이 좌절을 이겨내고 작곡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불태운 작품이다. 장한나는 양팔과 몸을 충분히 사용하며 ‘삶과 투쟁하는 베토벤’을 표현했는데, 실제로 그의 지휘 또한 ‘악보와 투쟁하듯’ 치밀하고 선명했다. 1악장부터 4악장까지 그냥 흘려보내는 부분 없이 음 하나하나 의미와 분석을 담은 것이 느껴졌다.
첼리스트 출신답게 현악 파트 음악을 잘 빚어냈다. 단원들은 베토벤의 주 무대였던 오스트리아 빈의 주요 악단답게 장한나의 세심한 사인에 반응하며 악상을 표현했다. 이들의 조합은 다이내믹과 리듬감이 강조되는 4악장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다만 금관파트가 정돈된 소리가 아니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금관과 현악이 주고받는 부분에서 금관 소리는 상대적으로 날카롭거나 빈약하게 들렸고, 관현악이 함께 소리를 내는 부분에선 종종 파트별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1부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26)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다운 연주력을 뽐냈다. 특히 앙코르 무대에서 들려준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에선 고난도의 옥타브 연타를 깨끗하게 소화하고, 자연스러운 루바토(템포를 자유롭게 연주)로 완벽한 연주를 선보였다. 여기에 한국 청중을 위해 준비한 듯한 ‘아리랑’까지 연달아 연주해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날 또 다른 주인공은 부천아트센터의 음향이었다. 공연장 음향의 균형감은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파트별로 소리가 균형 있게 와 닿았고, 적당한 울림이 있으면서도 번지지 않아 음 하나하나 선명하게 전달됐다.
클래식 특화 공연장에 맞게 설계된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은 건축음향설계사 나카지마 다테오가 음향 시설에 관여했다. 나카지마와 함께 음향설계 전반을 담당한 홍성규 건축가는 “곡과 음악의 장르에 따라 음향 캐노피(덮개), 서브 음향 반사판 등을 조합해 공연에 따라 최적의 사운드를 디자인했다”며 “10개 정도 기본 세팅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피아노를 더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중앙 반사판을 조금 아래로 내리는 등 다양한 장치로 소리를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리우는 특히 트릴을 매우 정교하게 구사했는데 오케스트라 소리에 묻히지 않고 무대 끝 관중석까지 전달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지난 13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140분간 공연을 끝낸 마에스트라 장한나(41)의 입에서 ‘부천의 딸’이란 말이 나오자 장내엔 환호성이 쏟아졌다. 첼리스트 출신 지휘자 장한나는 이날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토벤 협주곡 3번 ‘에로이카’(영웅)를 들려줬다.
포디움에 선 장한나의 존재감은 컸다. 3번 교향곡은 청력 상실에 따른 극심한 고통으로 유서까지 썼던 베토벤이 좌절을 이겨내고 작곡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불태운 작품이다. 장한나는 양팔과 몸을 충분히 사용하며 ‘삶과 투쟁하는 베토벤’을 표현했는데, 실제로 그의 지휘 또한 ‘악보와 투쟁하듯’ 치밀하고 선명했다. 1악장부터 4악장까지 그냥 흘려보내는 부분 없이 음 하나하나 의미와 분석을 담은 것이 느껴졌다.
첼리스트 출신답게 현악 파트 음악을 잘 빚어냈다. 단원들은 베토벤의 주 무대였던 오스트리아 빈의 주요 악단답게 장한나의 세심한 사인에 반응하며 악상을 표현했다. 이들의 조합은 다이내믹과 리듬감이 강조되는 4악장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다만 금관파트가 정돈된 소리가 아니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금관과 현악이 주고받는 부분에서 금관 소리는 상대적으로 날카롭거나 빈약하게 들렸고, 관현악이 함께 소리를 내는 부분에선 종종 파트별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1부 협연자로 나선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26)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다운 연주력을 뽐냈다. 특히 앙코르 무대에서 들려준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에선 고난도의 옥타브 연타를 깨끗하게 소화하고, 자연스러운 루바토(템포를 자유롭게 연주)로 완벽한 연주를 선보였다. 여기에 한국 청중을 위해 준비한 듯한 ‘아리랑’까지 연달아 연주해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날 또 다른 주인공은 부천아트센터의 음향이었다. 공연장 음향의 균형감은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파트별로 소리가 균형 있게 와 닿았고, 적당한 울림이 있으면서도 번지지 않아 음 하나하나 선명하게 전달됐다.
클래식 특화 공연장에 맞게 설계된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은 건축음향설계사 나카지마 다테오가 음향 시설에 관여했다. 나카지마와 함께 음향설계 전반을 담당한 홍성규 건축가는 “곡과 음악의 장르에 따라 음향 캐노피(덮개), 서브 음향 반사판 등을 조합해 공연에 따라 최적의 사운드를 디자인했다”며 “10개 정도 기본 세팅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피아노 협주곡에서는 피아노를 더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중앙 반사판을 조금 아래로 내리는 등 다양한 장치로 소리를 보완한다는 설명이다.
리우는 특히 트릴을 매우 정교하게 구사했는데 오케스트라 소리에 묻히지 않고 무대 끝 관중석까지 전달됐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