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특혜 채용 의혹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전수조사를 받기로 했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돌연 권익위 조사를 거부했다. 감사원 감사를 받아들이는 대신 권익위 조사엔 응하지 않기로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정승윤 권익위 사무처장 겸 부패방지 부위원장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선관위가 권익위의 현장조사에 응하지 않고 비협조적인 자세로 대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권익위는 선관위의 채용 비리 의혹을 파헤치기 위해 33명의 대규모 조사단을 구성, 이날부터 중앙선관위와 17개 시·도 선관위를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이유로 권익위 조사에 비협조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관위는 당초 감사원 감사는 “법상 근거가 없다”며 거부하면서도 권익위 조사에 대해선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다 지난 10일 전원회의를 열어 채용 문제에 국한해 감사원 감사를 받기로 결정했다.

정 부위원장은 “앞서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한 것은 오로지 감사원 감사를 회피해 국민들의 눈을 속이려는 얄팍한 꼼수였느냐”고 날을 세웠다.

선관위는 “권익위 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반박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감사원도 같은 날 현장조사를 시작하겠다고 해서 기간이 겹치면 비효율적이니 조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마치 범죄 혐의자가 자신의 범죄를 조사할 기관을 선택하는 듯한 추태”라고 비판했다. 한 여권 인사는 “선관위가 감사원과 권익위 사이 미묘한 관계를 활용해 채용 비리 이슈를 기관 간 갈등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