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5명이 지난 12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자신의 관저로 불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 등의 발언을 해 파장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이뤄진 방중이어서다. 특히 중국 측은 민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 데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태년·홍익표·고용진·홍기원·홍성국 등 민주당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은 12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이다. 이들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간담회를 하고, 중국 외교부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외사위원회 관계자 등과 만났다.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차관)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당초 이들의 중국 방문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뒤늦게 방중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이 일자 이날 오전 부랴부랴 ‘두 달 전부터 추진해 온 경제 시찰’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코로나19 봉쇄 조치 해제 이후 중국 경제 상황을 살피고, 한국 기업의 경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방중 목적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싱 대사의 외교 결례 발언이 내정간섭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직접 중국을 찾아서다. 방중단은 방문 목적이 경제 시찰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방중은 경제 산업 부처가 아니라 외교부 초청으로 이뤄졌다. 중국 측은 방중단에 한국 정부가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 반대만 강조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싱 대사가 이 대표를 대사관저로 초청한 것과 중국 외교부가 민주당 의원들을 본국으로 초청한 것 모두 치밀하게 계산된 외교 전략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도종환·박정·유동수·민병덕·김병주·신현영 의원 등 7명도 문화 교류를 이유로 15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중국·티베트를 방문한다. 비용은 중국 측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비판을 쏟아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국격 훼손 행위”라며 “중국의 심기를 살피기 위해 조공, 알현 외교를 자처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며 대체 어느 나라의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