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15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췄지만 올해말 금리 전망치를 시장 예상보다 높게 올려 증시는 휘청였다. 다만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향후 데이터에 따라 금리 결정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뉴욕증시는 하락폭을 만회해 혼조세로 끝났다.

올해말까지 최대 2회 금리 인상 시사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연 5.00~5.2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Fed는 또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올해말 금리 수준을 5.6%로 예상했다. 지난해 12월 5.1%로 잡은 전망치를 6개월 만에 0.5%포인트 인상한 것이다.

Fed는 성장률 전망치는 올리고 실업률 예상치는 낮췄다. 올해 미국 성장률은 지난 3월에 0.4%로 잡았지만 이번에 1.0%로 올렸다. 내년 성장률은 1.2%에서 1.1%를 소폭 하향조정했다.

올해 실업률 전망치는 4.5%에서 4.1%로 낮췄다. 노동시장이 여전히 강력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내년 실업률은 4.5%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근원 물가는 이전보다 더 끈적끈적할 것으로 예상했다. 3월 FOMC 때 올해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3.6%로 전망했지만 이번엔 3.9%로 올렸다. 다만 올해 헤드라인 PCE 상승률전망치는 3.3%에서 3.2%로 낮췄다.

Fed는 지난해 3월부터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4회 연속 0.7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다 지난해 12월 0.5%포인트 인상으로 속도조절을 한 뒤 2월부터 지난달까지 세 번 내리 '베이비 스텝'을 밟았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 없다'에 수긍한 시장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느리게 완화하고 있어 아직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근원 인플레를 봐야 하는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는 최근 6개월 간 4.5%이상 유지하고 있어 목표치에서 너무 멀리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이 추세치보다 낮아져야 하고 노동시장이 둔화해야 하며 재화 공급 부문이 회복돼야 한다"며 "이렇게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대부분의 FOMC 위원들이 연내 추가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봤으며 단 한명도 올해 중에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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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의 이런 발언을 금리 선물 시장도 받아들였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확률은 60%대를 유지했다. 전날만 해도 11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이 더 높았지만 이날 FOMC 이후 11월과 12월에도 금리를 5.25~5.50%인 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파월 의장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낙관적으로 봤다. 그는 "상업용 부동산 비중은 은행 규모에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잘 분포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은행에선 상업용 부동산 비중이 높아 손실이 클 수 있다"며 "그런 부분을 잘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은 "이런 상황이 어느 정도 이어지겠지만 갑자기 큰 일이 발생해 시스템 리스크로는 확산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 3월에 발생한 은행위기와 관련해서도 은행이 왜 잘못됐고 우리가 왜 그랬는 지를 찾아내기 위해 굉장히 꼼꼼히 보고 있다"며 앞으로 신용시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파적' 점도표와 '비둘기적' 회견에 춤을 춘 뉴욕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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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는 이날 오후 2시 정책 결정문이 나오자 급락했다. 기준금리는 예상대로 동결했지만 점도표에 찍힌 올해말 금리 전망치가 시장 예상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올해말 최종금리 수준을 5.4% 정도로 내다봤지만 이날 점도표에 공개된 FOMC 위원들의 올해말 금리 중간값은 5.6%였다.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최대 두 번 이상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 때부터 뉴욕증시 3대 지수는 급락했다. 상승세를 보이던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하락세로 전환했고 장 초반부터 약세를 보이던 다우지수 하락폭은 더 커졌다.

그러다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발언을 하면서 뉴욕증시는 안정세를 찾았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7월 금리인상 여부는 향후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또 "매파적 건너뛰기(hawkish skip)이라는 말을 쓰지는 않겠다"고 했다. '건너뛰기'라고 하면 시장에서 이번엔 금리를 동결한 뒤 다음 FOMC에서 금리를 다시 올릴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는 점을 우려한 발언이다. 시장은 파월의 발언을 매파적 점도표의 충격을 덜어주는 비둘기적으로 해석했다.

이런 발언에 힘입어 뉴욕증시는 강세로 전환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장 막판에 강세를 보이며 상승 마감했다. S&P500지수는 0.08% 상승하며 강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0.39% 오른 13,626.48로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0.68% 하락한 채 장을 끝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