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영 신검’부터 난관 … K2 전차 ‘국산 변속기’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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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영 신검’부터 난관 … K2 전차 ‘국산 변속기’의 운명은](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01.33728635.1.png)
튀르키예로 수출된 S&T다이내믹스의 변속기 탑재 가능성
기품원 “새 제품으로 시험평가” … 업체는 “기존 것 쓰겠다” 대립
전문가 “獨 부품 의존 낮춰야 하지만, 무조건 국산화 고집은 위험”
정부가 내년부터 진행되는 차기 K2 '흑표' 전차 양산에 국산 변속기 적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변속기 개발을 맡아온 제작업체와 양산을 위한 시험평가 기준을 두고 대립하고 있어 실제 국산 변속기 채택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방산업계 일각에선 "군당국이 전차 국산화에 집착해 '애국주의 함정'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SNT다이내믹스, 튀르키예 전차 변속기 수출
방위사업청은 이달 초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K2 전차에 국산 변속기를 적용하는 문제와 관련 “(지난) 3차 양산까지 해외 변속기를 장착했지만 최근 품질개선 결과 등을 고려해 4차 양산 시 국산 변속기 적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지난 5월 경기도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딴신 주한 미얀마 대사(앞 전차 왼쪽)를 비롯한 주한 외교단이 육군 8기동사단의 K2전차를 탑승체험하고 있다./ 뉴스1](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01.33720213.1.jpg)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정부와 군은 K2 전차의 4차 양산에 들어가는 '파워팩'(엔진+변속기)을 완전히 국산화하는 방안을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K2 전차에는 국산 엔진에 독일산 변속기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폴란드로 수출된 22대의 K2 전차도 독일산 변속기를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NT다이내믹스의 전차용 6단 자동변속기./SNT다이내믹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01.33723237.1.jpg)
당시 SNT다이내믹스는 공시를 통해 2억유로(약 2700억원) 규모의 변속기 수출 계약을 공개했다. 당장 올해부터 2027년까지 6893만유로 규모의 튀르키예 알타이 전차용 변속기를 튀르키예 방산업체인 BMC사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튀르키예에 수출된 변속기가 차기 양산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업체 측 "시험평가 면제→기존부품 사용 평가 원해"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과 품질검사를 주관하는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은 K2 4차 양산 관련해 올초부터 변속기 업체 측과 줄다리기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애초 SNT다이내믹스는 방사청 등에 “튀르키예의 주력 탱크에도 공급할 만큼 인정받았으니 기품원 주관 품질검사를 면제해달라”고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방사청은 '방위사업 품질관리 규정'을 들어 ‘예외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 규정에는 방위사업본부가 지정한 조달품목에 대해 기품원이나 조달청을 통해 품질보증을 반드시 하도록 돼 있다.그러던 중 방사청이 4차 양산 계획을 밝히고 변속기 공급을 위한 민간업체 입찰 계획을 세우자 SNT다이내믹스도 품질검사를 받는 방향으로 입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품원 등이 “변속기 부품 등을 새로 제작해 시험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비해 업체 측은 “과거 시험평가 때 쓰인 부품 등을 활용한 변속기로 시험평가를 받게 해달라”고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조만간 추가 협의를 통해 시험평가를 위한 변속기 관련 기준을 정할 계획이다.
![지난 4월 튀르키예 육군에 인도된 한국산 파워팩이 탑재된 신형 MBT(주력탱크) '뉴 알타이'(New Altay)./ BMC](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01.33720238.1.jpg)
업체 측은 ‘비용’ 문제로 기존 부품 활용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 부품을 제작해 테스트받기에는 돈이 많이 들고, 기존 부품의 품질 문제라기보다 지나치게 가혹했던 국방규격 조건 때문에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4차 양산을 위한 시험평가에서도 변속기 320시간 내구도 검사(9600㎞) 등 기준은 그대로다.
"국산화 고집 위험…고품질 무기 우선시해야"
군사 전문가들은 부품 국산화도 중요하지만 국산화율에 집착해 품질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 다수다. 한국 무기가 ‘K방산’ 브랜드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성능이 다소 떨어져도 국산을 써야 한다'는 식의 관점은 위험하다는 견해가 많다. K9 자주포는 국산화율이 80% 정도로 엔진이 독일산이다. 그런데도 세계 자주포 시장에서 ‘한국산 명품 무기’로 인정받고 있다. 군사 기고가인 최현호 밀리돔 대표는 “국산화를 고집하다 보면 자칫 우리만의 '우물 속 개구리'가 될 수 있다”며 “세계 시장에 통할 수 있는 고품질 무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지난 2월 폴란드 토룬 포병사격장에서 한국이 수출한 K9 자주포가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6/01.33720321.1.jpg)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