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내년 1월1일 시행
회계감사원 전문성·자격 규정도 강화…노조 강력 반발 예상
이정식 "국민세금 지원되는 노조, 회계 투명성 요구 부응해야"
노조회계 결산, 매년 공시해야 조합비 세액공제 받는다
강도 높은 노동 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가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노조 회계를 공시하지 않으면 조합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주지 않고, 노조 회계 감사원의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노동계는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의 분신 사망, 한국노총 금속노련 간부에 대한 강경 진압 등을 이유로 노정 관계가 얼어붙고 사회적 대화도 전면 중단된 가운데 이번 대책으로 대립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15일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동조합법 시행령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부터 40일간 각각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8월 중 국무회의에 상정돼 의결된 뒤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세액공제의 경우 내년에 납부하는 조합비 분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사실상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노조 회계가 더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국회 심의가 필요 없는 시행령 개정으로 관련 작업을 본격화한 것이다.

입법예고의 주요 내용은 ▲ 회계 공시를 요건으로 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 부여 ▲ 노조 회계 감사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자격 구체화 ▲ 조합원 알권리 보호를 위한 결산결과 등 공표 시기·방법 규정 신설 등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정부는 노조가 매년 4월 30일까지 노동부가 운영하는 공시 시스템을 통해 회계 결산 결과를 공표하도록 했다.

부득이한 경우 9월 30일까지 공표하면 된다.

이렇게 공표하면 노조법 제26조를 준수한 것으로 간주한다.

노조법 제26조에 따르면 노조 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공표해야 하며 조합원의 요구가 있을 때는 이를 열람하게 해야 한다.

공시 대상은 조합원 수가 1천명 이상인 노조 또는 산하 조직이다.

해당 노조 또는 산하 조직으로부터 조합비를 배분받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같은 상급 단체도 공시해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노동조합비를 낸 근로자는 기부금의 15%를 세액공제 받고 있다.

기부금이 1천만원을 넘으면 30%를 세액공제 받는다.

지금까지는 노조가 조합비를 어떻게 쓰는지 공개하지 않아도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져 투명성 의무를 이행해야만 혜택을 받는 다른 기부금과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노동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은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노조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므로 이에 상응하는 공공성·투명성이 필수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노조 회계 감사원은 재무·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거나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맡도록 했다.

아울러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거나 조합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회계사나 회계법인이 회계감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노조 회계 감사원의 자격이나 선출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어 사실상 아무나 맡을 수 있다.

개정안은 결산결과와 운영상황 공표에 대한 시기·방법이 없는 현재 규정을 보완해 회계연도 종료 후 2개월 이내에 게시판 공고 등 전체 조합원이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으로 공표하도록 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건강한 노동 운동이 보다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민 세금이 지원되고 우리 사회에서 역할·영향력이 커진 만큼 노조는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 요구에 부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