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5억원이 318억원으로…손실 잇따르는 기술주 ELS
기술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이 올 들어 천문학적인 손실을 내고 있다. 기술주 주가가 더 높았던 지난해 발행된 ELS가 올 상반기에 줄줄이 만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1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만기 상환된 ELS 중 금액이 가장 큰 건 AMD와 테슬라를 동시에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상품이다. 이 유형 상품은 지난 1월부터 이달 14일까지 모두 20개 종목 585억원어치(설정 원금)가 만기 상환됐는데 투자자에게 돌아간 금액은 318억원에 불과했다. 상품별 수익률을 설정액에 따라 가중치를 두고 평균하면 연 손실률이 44.73%에 이른다.

올해 상환금액 상위 10개 유형 중 6개가 기술주 종목 1~3개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었다. 이 가운데 손실 확정된 상품이 4개로 절반이 넘었다. 손실률은 태슬라 1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의 경우 45.63%에 달했다. 6개 중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른 엔비디아 기초자산 상품 2개만 손실을 면했다.
 585억원이 318억원으로…손실 잇따르는 기술주 ELS
종목 ELS는 기초자산이 1개인 상품, 2~3개인 상품으로 나뉜다. 기초자산이 1개인 건 주가 상승률의 2배를 받을 수 있는 레버리지 상품이 대부분이다. 다만 만기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설정일 가격보다 낮으면 하락한 만큼 손실을 입는다.

기초자산 2~3개 상품은 만기일 주가가 설정일의 75~80% 이상이면(하락폭이 20~25%를 넘지 않으면) 연 10~15% 수익을 준다. 만기는 1년 이하가 보통이고, 3개월 단위로 중간 평가를 해 주가가 설정일의 70~90% 이상이면(하락폭이 10~30%를 넘지 않으면) 연 10~40% 수익률로 조기상환된다.

종목 ELS가 줄줄이 손실 상환된 건 올 상반기 증시가 크게 조정을 받았고, 특히 기술주가 많이 떨어지며 기초자산 주가가 손실 범위 안에 들어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올라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면 ELS 발행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국내 기관이 개인에게 ELS를 판매한 뒤 외국 기관과 이에 대한 백투백 계약을 맺으면 해당 종목 주가 하락의 위험(리스크)이 해외 기관에서 ELS 구매자에게로 전이된다.

최근 증시가 반등하자 ELS 발행이 다시 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동안 발행된 금액은 4조4015억원이었는데 올 2분기 들어 지난 14일까지는 2배 까가운 7조7225억원이 발행됐다.

조기상환 역시 급증했다. 조기상환 물량은 지난해 2분기 3조2173억원에서 올 2분기 7조6017억원으로 늘었다. 기초자산 가격이 상승해 ELS가 조기상환되고 새 상품이 발행되는 경우, 높아진 주가가 새 기준가격으로 설정되기 때문에 상품을 매수하는 개인으로서는 불리해진다.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는 "증시가 상승할 때는 계속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ELS 매수가 늘지만 이렇게 하면 사실 손실 위험이 높아진다. 그보다는 주가가 떨어졌을 때 들어가는 게 안전하다"며 "종목보다는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리스크가 낮다는 점도 포인트"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