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바뀌는 방배동…래미안 vs 디에이치 '랜드마크 대결'
주택가 ‘래미안 원페를라’ … 반포 가깝고 삼호 재건축땐 수혜
언덕 위 ‘디에이치 방배’ … 3065가구 대단지에 ‘트리플 역세권’
두 단지 모두 명문학군 인접 … 늦어도 내년 초 분양

“재건축 단지가 다 들어서면 동네가 확 바뀔 겁니다. 이 근처 꼬마빌딩도 모두 호가가 올랐어요.”(방배동 A공인 관계자)

서울 서초구 방배동이 신흥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방배동은 한때 강남권 대표 부촌으로 꼽혔다. 하지만 기존 주택단지가 노후화하고 이웃인 반포동이 핵심 주거지로 떠오르면서 관심권에서 멀어졌었다.
싹 바뀌는 방배동…래미안 vs 디에이치 '랜드마크 대결'
방배6구역을 새로 지은 ‘래미안 원페를라’와 방배 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 방배’가 방배동 변화의 선두에 섰다. 두 단지는 방배 재건축 단지 중 처음으로 연내 일반 분양할 가능성이 높다. 시공능력평가 1, 2위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각각 시공을 맡았다. 방배동 랜드마크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관심을 끈다.

트리플 역세권이냐, 한적한 주택가냐

두 단지는 서울지하철 4·7호선 이수역과 지하철 7호선 내방역을 잇는 사당로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디에이치 방배는 사당로와 맞닿아 있고 이수역과 내방역 사이에 있다. 래미안 원페를라는 내방역과 가깝다. 주택가 사이에 있어 내방역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들어가야 한다. 두 단지 모두 역에서 10분가량 걸어가야 한다. 언덕이 있는 디에이치 방배가 좀 더 멀게 느껴진다.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을 재건축한 '래미안 원페를라'가 연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방배6구역 공사 현장. /심은지 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을 재건축한 '래미안 원페를라'가 연내 분양을 앞두고 있다. 방배6구역 공사 현장. /심은지 기자
언덕길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대중교통 면에선 디에이치 방배가 앞선다는 평가다. A공인 관계자는 “단지 끝나는 지점이 오르막에 있긴 하지만 그래도 걸을 만한 거리”라며 “디에이치 방배는 이수역과 내방역뿐만 아니라 지하철 2호선 방배역 사당역과도 가까운 편이라 대중교통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내방역은 방배역 상권이 확장된 개념으로 지금까지 마땅한 상권이 없다”며 “디에이치 방배 쪽의 이수역 상권이나 방배동 상권에 비하면 편의시설이 부족한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초와 연결되는 서리풀터널이 뚫린 이후 내방역 주변의 강남구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만큼 추가 상권 확장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했다.
싹 바뀌는 방배동…래미안 vs 디에이치 '랜드마크 대결'
한적한 주택가를 원한다면 래미안 원페를라를 선호할 수 있다. 이 단지는 주택가 사이에 있어 상권이 크게 형성되지 않은 대신 조용한 편이다. 단지 북쪽으로 골목길이 쭉 있는데 전통 부촌인 방배본동과 방배동 카페거리가 가깝다. B공인 관계자는 “래미안 원페를라는 방배본동 삼호아파트와 가까워 삼호가 재건축에 들어가면 상승세에 편승할 수 있다”며 “반포동과 붙어 있다 보니 반포 생활권과 가까운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방배5구역과 가까운 구축 단지는 ‘방배 롯데캐슬’이 있다. 기존 방배동 대장아파트로 꼽히는 단지라 동반 상승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규모 면에서는 디에이치 방배가 크게 앞선다. 래미안 원페를라도 전체 1097가구(일반 분양 465가구)로 대단지다. 디에이치 방배는 3065가구(1686가구)에 이른다. 두 구역 모두 분양가격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비슷하거나 디에이치 방배가 좀 더 높은 수준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서울 서초구 방배 6구역을 새로 지은 '래미안 원페를라'는 주택가 사이에 있다. 래미안 원페를라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서울 서초구 방배 6구역을 새로 지은 '래미안 원페를라'는 주택가 사이에 있다. 래미안 원페를라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학군은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두 단지 주변에는 명문 학군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세화여중, 서문고, 동덕여고 등 여학교가 많아서 여학생 학군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다. 래미안 원페를라는 반포 학원가에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디에이치 방배는 이수중과 가깝다. 방배5구역 재건축조합이 추진한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가 무산된 건 아쉬운 부분이다. 당초 조합은 공공기부(기부채납) 제도를 활용해 단지 내 초교 설립을 추진했지만 교육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학령 인구가 줄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초품아’ 입주자가 누릴 수 있는 편의성이 줄어든 대신 기존 초교 부지(약 8100㎡)에 다른 공공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사업성은 디에이치, 속도는 래미안 승

래미안 원페를라와 디에이치 방배는 둘 다 연내 또는 내년 초 일반 분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 속도 측면에선 래미안 원페를라가 더 빠른 편이다. 래미안 원페를라가 올 하반기, 디에이치 방배는 연말이나 내년 초로 예정돼 있다. 디에이치 방배는 초등학교 부지를 바꾸는 정비계획안 변경 문제로 분양 일정이 더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 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 방배'는 단지 내 초등학교 신설을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방배 5구역' 공사 현장. /심은지 기자
서울 서초구 방배 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 방배'는 단지 내 초등학교 신설을 추진됐지만 무산됐다. '방배 5구역' 공사 현장. /심은지 기자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비슷하다는 전제 아래 디에이치 방배를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 방배동 재건축조합장은 “우리 단지가 제일 좋지만(웃음) 둘 중 하나를 고르자면 방배5구역(디에이치 방배)이 방배 부동산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지도 네모반듯하고, 단지와 붙어 있는 도로도 핵심 교통망”이라고 평했다. 그는 “재건축 사업성도 매우 좋아 조합 분담금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방배 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 방배'는 총 3065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로 지어진다. '디에이치 방배' 조감도. /현대건설 제공
서울 서초구 방배 5구역을 재건축한 '디에이치 방배'는 총 3065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로 지어진다. '디에이치 방배' 조감도. /현대건설 제공
방배동 C공인 관계자는 “서리풀터널이 뚫리면서 방배동 일대 건물 호가는 많이 올랐지만 실제 보행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상권 형성이 되지 않았다”며 “디에이치 방배가 입주하면 이 지역에 배후 수요까지 탄탄해지면서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덕이 좀 아쉬운 부분인데 단지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했는지에 따라 입주민이 불편함을 크게 느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