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철광석에 굴욕 당한 중국의 복수 '감감 무소식' [원자재 이슈탐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바잉 파워' 위해 중국광물자원그룹 설립 했지만
자국 철강 기업 투기 단속에 급급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석 달 사이 27%가량 널뛰기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호주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였으나, 철광석 때문에 굴욕을 당한 후 중국광물자원그룹(CMRG)을 출범시켜 협상력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글로벌 철광석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지난해 철강 생산량은 10억1300만t으로 2위 인도의 8배가 넘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3~6위 일본 미국 러시아 한국의 생산량까지 다 합쳐도 중국에 못 미친다. 중국이 철강 원재료 시장마저 장악해 무기화에 성공한다면 제철·조선·자동차 산업 비중이 작지 않은 한국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지난해 중국광물자원그룹을 출범시키며 대외적으론 공동 구매를 통해 '철광석 등 광물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했으나 별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성 거래에 나서는 자국 철강 업체 규제에 나서는 등 내부 단속에 급급한 모습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철광석 시장 안정을 위해 가짜뉴스 유포와 사재기, 바가지 가격 등 불법 활동을 단속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S&P글로벌은 최근 원자재 보고서(commodity insight)를 통해 "중국의 새로운 중앙 집중식 철광석 구매 기관인 중국광물자원그룹은 일부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시장 통제 메커니즘이 되지 못다"며 "날씨 등 중국 내부를 포함한 경제적 요인이 철광석의 실질 가격을 계속 결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광물자원그룹 설립은 중국의 500여개 철강 기업들이 중구난방으로 호주와 브라질 광산 기업과 협상하면서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었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초기 맴버만 해도 아르셀로미탈을 넘어 글로벌 생산량 1위에 오른 바오우 그룹과 3위 안강 그룹 등 중국 철강협회 회원사 23곳과 비회원사 다수가 포함돼 연간 3억t의 철광석 구매량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기대됐다. 3억t은 중국 전체 철광석 수입량 11억t(2022년 기준)의 27%가량의 물량이다. 글로벌 철광석 시장은 호주의 BHP와 리오틴토를 비롯해 브라질의 발레 등 소수의 공급 업체가 과점하고 있어 수요자인 중국 제철소들도 뭉치면 해볼만하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수 년째 과잉생산을 줄이기 위해 정부 주도 구조조정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온 중국 철강 업체들에게 상호 협력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의 무역보복은 철광석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 제철소들이 철광석의 60%를 호주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호주산 철광석과 석탄 통관 절차와 하역을 지연시키는 등 사실상의 규제를 가하자 중국 제철소들은 원료 수급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광산업체로 달려갔다. 사재기 경쟁이 벌어져 무역전쟁 시작 당시 t당 118달러 정도였던 철광석이 이듬해 7월 222.5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 철강 기업들은 대규모 손실을 냈고, 발전소엔 석탄이 모자라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전력난이 벌어기도 했다. 석탄이 원료인 요소수 생산도 부족해 한국이 요소수 대란 유탄을 맞기도 했다. 반면 호주는 한 발도 물러나지 않고 미국, 영국과의 앵글로색슨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는 등 중국에 대한 견제를 지속했다. 중국은 호주산 철광석에 대한 수입 제한을 지난 3월 전면 해제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4일 민간은행의 자금을 받고 내주는 금리인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연 1.9%로 0.1%포인트 인하했다. 시중에 유동성을 풀겠다는 얘기다. 부동산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로 추정된다. 중국 상무부는 자동차 판매 부진 해소를 위해 지방정부의 보조금 지원 확대 등 정책을 내놨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52%)이 건물과 인프라에 사용된다. 자동차는 12%, 가전제품에는 2%가 사용됐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아프리카에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등 철광석 공급처를 다변화하려고 꾸준히 노력중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철광석을 수입하려면 적어도 수 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오우 그룹이 작년 말 철광석 중심 자원개발 기업인 중강(시노스틸)을 합병하는 등 정부주도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중이지만 생산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자국 철강 기업 투기 단속에 급급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석 달 사이 27%가량 널뛰기했다.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호주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였으나, 철광석 때문에 굴욕을 당한 후 중국광물자원그룹(CMRG)을 출범시켜 협상력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중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글로벌 철광석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지난해 철강 생산량은 10억1300만t으로 2위 인도의 8배가 넘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3~6위 일본 미국 러시아 한국의 생산량까지 다 합쳐도 중국에 못 미친다. 중국이 철강 원재료 시장마저 장악해 무기화에 성공한다면 제철·조선·자동차 산업 비중이 작지 않은 한국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전망 따라 널뛰기하는 철광석 값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항으로 수입되는 철광석(순도 62%) 가격은 18일 t당 115.5달러로 지난달 중순 3주 전 기록한 연중 최저치인 97.35달러 대비 16% 가량 반등했다. 철광석 값은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중국 리오프닝(경기활동 재개) 기대감에 t당 130달러를 넘는 등 고공행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가 기대에 못미친 탓에 지난달까지 급락했으나, 최근 정부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하는 등 널뛰기를 반복하는 중이다.중국이 지난해 중국광물자원그룹을 출범시키며 대외적으론 공동 구매를 통해 '철광석 등 광물 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했으나 별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성 거래에 나서는 자국 철강 업체 규제에 나서는 등 내부 단속에 급급한 모습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철광석 시장 안정을 위해 가짜뉴스 유포와 사재기, 바가지 가격 등 불법 활동을 단속하겠다”며 엄포를 놨다. S&P글로벌은 최근 원자재 보고서(commodity insight)를 통해 "중국의 새로운 중앙 집중식 철광석 구매 기관인 중국광물자원그룹은 일부에서 예상했던 것처럼 시장 통제 메커니즘이 되지 못다"며 "날씨 등 중국 내부를 포함한 경제적 요인이 철광석의 실질 가격을 계속 결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광물자원그룹 설립은 중국의 500여개 철강 기업들이 중구난방으로 호주와 브라질 광산 기업과 협상하면서 철광석 가격이 급등했었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초기 맴버만 해도 아르셀로미탈을 넘어 글로벌 생산량 1위에 오른 바오우 그룹과 3위 안강 그룹 등 중국 철강협회 회원사 23곳과 비회원사 다수가 포함돼 연간 3억t의 철광석 구매량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기대됐다. 3억t은 중국 전체 철광석 수입량 11억t(2022년 기준)의 27%가량의 물량이다. 글로벌 철광석 시장은 호주의 BHP와 리오틴토를 비롯해 브라질의 발레 등 소수의 공급 업체가 과점하고 있어 수요자인 중국 제철소들도 뭉치면 해볼만하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수 년째 과잉생산을 줄이기 위해 정부 주도 구조조정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온 중국 철강 업체들에게 상호 협력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광석 탓에 '신발에 붙은 껌'에 굴욕당한 중국
성과가 미미함에도 중국의 철광석 등 자원안보 강화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년 전 호주를 상대로 벌인 무역전쟁에서 쓴 맛을 봤기 때문이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 시절 반중 정책에 적극 동조한 호주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오던 중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폭발했다. 중국의 후시진 관영 환추시보 편집장은 “호주는 중국의 신발 밑에 붙은 씹던 껌처럼 느껴진다"는 극언을 했다. 호주 정부가 "코로나19의 발원지를 따져봐야한다"고 하자 중국은 같은해 11월 호주산 와인에 최고 212% 관세를 부과하고 석탄·랍스터·소고기 등에 전방위 수입 규제를 하며 무역전쟁을 시작했다.그러나 중국의 무역보복은 철광석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 제철소들이 철광석의 60%를 호주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호주산 철광석과 석탄 통관 절차와 하역을 지연시키는 등 사실상의 규제를 가하자 중국 제철소들은 원료 수급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광산업체로 달려갔다. 사재기 경쟁이 벌어져 무역전쟁 시작 당시 t당 118달러 정도였던 철광석이 이듬해 7월 222.5달러까지 치솟았다. 중국 철강 기업들은 대규모 손실을 냈고, 발전소엔 석탄이 모자라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전력난이 벌어기도 했다. 석탄이 원료인 요소수 생산도 부족해 한국이 요소수 대란 유탄을 맞기도 했다. 반면 호주는 한 발도 물러나지 않고 미국, 영국과의 앵글로색슨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를 출범시키는 등 중국에 대한 견제를 지속했다. 중국은 호주산 철광석에 대한 수입 제한을 지난 3월 전면 해제했다.
경기 부양 나서는 중국 정부, 철광석 또 오르나
중국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며 철광석 가격이 주춤했으나, 최근 중국 정부가 내수 회복을 촉진하기 위해 부양책 카드를 검토하면서 철광석 가격 급상승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철광석 구매 일원화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중국 내 철강 제품 수요가 살아나면 기업들이 다시 무질서하게 원자재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4일 민간은행의 자금을 받고 내주는 금리인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연 1.9%로 0.1%포인트 인하했다. 시중에 유동성을 풀겠다는 얘기다. 부동산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로 추정된다. 중국 상무부는 자동차 판매 부진 해소를 위해 지방정부의 보조금 지원 확대 등 정책을 내놨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 생산량의 절반 이상(52%)이 건물과 인프라에 사용된다. 자동차는 12%, 가전제품에는 2%가 사용됐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로 아프리카에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는 등 철광석 공급처를 다변화하려고 꾸준히 노력중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철광석을 수입하려면 적어도 수 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오우 그룹이 작년 말 철광석 중심 자원개발 기업인 중강(시노스틸)을 합병하는 등 정부주도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중이지만 생산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