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종이에 담긴 금빛 정성…고려 불경, 일본에서 돌아왔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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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14세기 후반 제작 추정 사경 '묘법연화경 권제6' 환수
"당대 최고 수준 장인이 그림 그린 듯…고려 사경의 변화 과정 담겨" "이 경(經)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거나 해설하고 옮겨 쓰면 1천200가지 혀의 공덕을 얻으리니…."
지금으로부터 약 700년 전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성스레 옮겨 적은 고려시대 불교 경전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올해 3월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시대 사경(寫經)인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을 공개했다.
사경은 불교 경전을 옮겨 적는 작업이나 그러한 경전을 뜻한다.
본래 불교 교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했으나, 인쇄술이 점차 발달한 뒤에는 소원이나 바라는 바를 빌면서 공덕을 쌓는 방편으로 여겨졌다.
고려시대에는 국가 발전과 개인 안녕을 비는 사경이 성행했고, 불교 경전을 옮겨 적는 일을 담당하던 국가 기관인 사경원(寫經院)이 운영되기도 했다.
이번에 환수한 사경은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사상을 기본으로 한 경전인 '묘법연화경'의 내용을 금·은색 안료를 써 필사한 경전이다.
중국 승려인 구마라집(344∼413)이 번역한 경전 7권 중 6번째 권을 옮겨 적었다.
감색 종이를 활용한 이 경전은 병풍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형태다.
접었을 때는 가로 길이가 9.5㎝이나 모두 펼치면 10.7m에 달한다.
이 사경은 14세기 말 고려 사경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표지에는 4개의 연꽃이 세로로 그려져 있고, 주변이 은빛 넝쿨무늬로 채워져 있다.
꽃 위에는 네모난 칸을 두고 경전 제목을 적어뒀다.
배영일 마곡사 성보박물관장은 "1377년 제작된 '묘법연화경 권제6', 1385년 제작된 '묘법연화경 권제4' 등 다른 사경 유물과 비교해 보면 전반적인 패턴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경전의 내용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변상도(變相圖)는 특히 세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화면 오른쪽에는 묘법연화경을 설법하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아난존자, 가섭존자 등이 담겨 있다.
1∼2㎜ 정도 될 법한 가느다란 선으로 완성한 그림이다.
왼쪽에는 사람들이 돌을 던져도 '그대들은 모두 성불하리라'고 말하는 상불경보살품(常不輕菩薩品) 장면, 화염 속에 몸을 바쳐 공양하는 약왕보살본사품(藥王菩薩本事品) 장면 등이 어우러져 있다.
배 관장은 "발원문이 없어 정확한 제작년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변상도의 구성이나 필력 등을 볼 때 당대 최고 수준의 사경승(사경을 전문으로 한 승려)이 그렸으리라 추정된다"고 말했다.
총 108면에 걸쳐 이어지는 경문(經文)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 면당 6행씩, 행마다 17자의 글자가 적힌 경문에는 다양한 서법이 혼재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종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개인의 서체"라며 "글자마다 굵기, 획 등이 조금씩 다른데 최소 15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렸을 듯"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은 "동아시아 삼국 가운데 가장 융성했던 고려의 사경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이자 고려시대 중·후반 사경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환수한 사경은 지난해 6월 일본인 소장자가 재단에 유물을 매도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처음 존재가 확인됐다.
소장자는 2012년 고미술상 경매에서 사경을 구입한 뒤 보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추가 조사와 협상을 진행한 뒤 복권기금을 활용해 사경을 국내로 들여왔다.
향후 유물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관리할 예정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7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보존 상태가 양호해 앞으로 다양한 연구와 전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고려 사경과 관련한 연구가 확장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내·외에는 150여 점의 사경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60여 점이 일본, 미국 등 해외에 흩어져 있다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
"당대 최고 수준 장인이 그림 그린 듯…고려 사경의 변화 과정 담겨" "이 경(經)을 받아 지녀 읽고 외우거나 해설하고 옮겨 쓰면 1천200가지 혀의 공덕을 얻으리니…."
지금으로부터 약 700년 전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정성스레 옮겨 적은 고려시대 불교 경전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1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올해 3월 일본에서 환수한 고려시대 사경(寫經)인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을 공개했다.
사경은 불교 경전을 옮겨 적는 작업이나 그러한 경전을 뜻한다.
본래 불교 교리를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했으나, 인쇄술이 점차 발달한 뒤에는 소원이나 바라는 바를 빌면서 공덕을 쌓는 방편으로 여겨졌다.
고려시대에는 국가 발전과 개인 안녕을 비는 사경이 성행했고, 불교 경전을 옮겨 적는 일을 담당하던 국가 기관인 사경원(寫經院)이 운영되기도 했다.
이번에 환수한 사경은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사상을 기본으로 한 경전인 '묘법연화경'의 내용을 금·은색 안료를 써 필사한 경전이다.
중국 승려인 구마라집(344∼413)이 번역한 경전 7권 중 6번째 권을 옮겨 적었다.
감색 종이를 활용한 이 경전은 병풍처럼 접었다 펼 수 있는 형태다.
접었을 때는 가로 길이가 9.5㎝이나 모두 펼치면 10.7m에 달한다.
이 사경은 14세기 말 고려 사경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표지에는 4개의 연꽃이 세로로 그려져 있고, 주변이 은빛 넝쿨무늬로 채워져 있다.
꽃 위에는 네모난 칸을 두고 경전 제목을 적어뒀다.
배영일 마곡사 성보박물관장은 "1377년 제작된 '묘법연화경 권제6', 1385년 제작된 '묘법연화경 권제4' 등 다른 사경 유물과 비교해 보면 전반적인 패턴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경전의 내용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변상도(變相圖)는 특히 세밀한 묘사가 두드러진다.
화면 오른쪽에는 묘법연화경을 설법하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아난존자, 가섭존자 등이 담겨 있다.
1∼2㎜ 정도 될 법한 가느다란 선으로 완성한 그림이다.
왼쪽에는 사람들이 돌을 던져도 '그대들은 모두 성불하리라'고 말하는 상불경보살품(常不輕菩薩品) 장면, 화염 속에 몸을 바쳐 공양하는 약왕보살본사품(藥王菩薩本事品) 장면 등이 어우러져 있다.
배 관장은 "발원문이 없어 정확한 제작년도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변상도의 구성이나 필력 등을 볼 때 당대 최고 수준의 사경승(사경을 전문으로 한 승려)이 그렸으리라 추정된다"고 말했다.
총 108면에 걸쳐 이어지는 경문(經文)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한 면당 6행씩, 행마다 17자의 글자가 적힌 경문에는 다양한 서법이 혼재된 것으로 파악된다.
김종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은 "어느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개인의 서체"라며 "글자마다 굵기, 획 등이 조금씩 다른데 최소 15일에서 길게는 한 달 이상 걸렸을 듯"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은 "동아시아 삼국 가운데 가장 융성했던 고려의 사경 문화를 보여주는 유물이자 고려시대 중·후반 사경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환수한 사경은 지난해 6월 일본인 소장자가 재단에 유물을 매도하겠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처음 존재가 확인됐다.
소장자는 2012년 고미술상 경매에서 사경을 구입한 뒤 보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추가 조사와 협상을 진행한 뒤 복권기금을 활용해 사경을 국내로 들여왔다.
향후 유물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관리할 예정이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7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보존 상태가 양호해 앞으로 다양한 연구와 전시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고려 사경과 관련한 연구가 확장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내·외에는 150여 점의 사경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60여 점이 일본, 미국 등 해외에 흩어져 있다고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