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검사 장비는 단일벤더" 애플 카메라 넘어 전기차까지 넘보는 하이비젼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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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5 모멘텀에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기대돼
“완제품 품질 균일성 맞추려면 검사장비 다변화 어려워”
2차전지 및 자율주행차용 카메라 검사장비 시장도 진출 애플이 최근 선보인 혼합현실(MR)기기 ‘비전프로’의 수혜주 중 하나로 꼽혔던 하이비젼시스템의 주가가 주춤했습니다. 비전프로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엔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지만, 이벤트가 끝난 뒤 외국인과 기관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하이비젼시스템은 2만1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18일의 고점(2만2000원)과 비교하면 8.41% 하락한 수준입니다. 특히 ‘제2의 라덕연 사태’로 의심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재발과 2차전지 소재 분야 악재로 증시가 출렁인 지난 14일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만주 내외의 하이비젼시스템 주식을 순매도해 낙폭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증권가는 하이비젼시스템이 올해 구조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주가가 조정받기 전부터 ‘저평가’됐다는 분석을 제시해왔습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을 만드는 업계는 치열한 성능 경쟁 중이지만, 검사장비는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공장 자동화 및 2차전지 관련 검사장비 시장에 진출한 데 따른 성장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호실적 전망의 배경은 지난 1분기말 기준 2142억원에 달하는 수주잔고입니다. 오현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선제적인 납품 확대가 예상된다”며 “하반기 출시 예정인 고객사 신제품의 폴디드줌 탑재와 전면 카메라 모듈 스펙 변화에 따라 장비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해당 고객사의 생산 거점 다변화 움직임도 추가적인 장비 수요 확대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는 고객사 신제품은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로 추정됩니다.
올 가을에 출시될 예정인 아이폰15 시리즈의 흥행 기대감이 큽니다. 후면 카메라에 적용될 잠망경 형태의 폴디드줌이 카메라 렌즈 돌출 정도를 줄여주고, 전 세계 소비자들이 기다려온 USB-C타입 충전단자도 적용될 전망입니다.
아이폰을 조립해온 중국 정저우시의 폭스콘 공장이 작년 현지 정부의 봉쇄 조치로 인해 생산차질을 빚은 점도 하이비젼시스템에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우선 생산차질로 아이폰14 시리즈를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아이폰15로 몰릴 전망인 데다, 생산 차질을 겪은 애플이 중국에 집중된 생산 기지를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다각화할 계획입니다.
완성품 업체들은 주요 부품의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특정 공급업체에 종속되는 걸 피하고, 여러 공급업체들의 가격 경쟁을 부추겨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기업 계열 IT부품업체들의 리스크를 지적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가 ‘편중’입니다. 구매사가 마음을 바꾸면 회사가 휘청거릴 수 있어서죠.
하지만 카메라모듈 검사장비 기업인 하이비젼시스템은 이 같은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합니다. 박제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메라모듈 업체 사이에선 입찰 및 단가 경쟁이 치열한 반면, 검사장비 업체는 납품되는 카메라모듈의 품질 균일성 및 수율 관리를 위해 동일한 장비를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합니다.
비전프로가 출시되더라도 당장 하이비젼시스템의 실적을 크게 성장시키지는 못할 전망입니다. 가격이 3499달러(약 448만원)에 달하는 고가 모델로, 목표 생산 규모가 30만~50만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XR기기 폼팩터(하드웨어의 외형)의 표준을 정하는 경쟁이 이뤄지는 과정 자체가 하이비젼시스템에는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이라는 분석이 눈길을 끕니다. ‘착용형 공간 컴퓨터’라는 개념을 내세운 비전프로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착용 편의성을 상당 부분 희생한 반면, 메타는 VR기기 오큘러스의 착용성을 개선하기 위해 폼팩터를 꾸준히 개선해가는 중입니다.
박제민 연구원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기는 아직 스마트폰과 같이 정형화된 폼팩터가 등장하지 않았다“며 ”(폼팩터가 정형화돼가는) 과정에서 센서 및 카메라 모듈의 구조가 바뀌는 일이 필연적인데, 이 구조의 변화는 검사장비 수요를 창출한다“고 분석합니다.
검사할 대상을 확장하는 점도 눈에 띕니다. 하이비젼시스템은 지난 3월 세방전지 자회사인 세방리튬배터리로부터 95억원 규모의 2차전지 패키징 검사 장비를 수주했습니다. 이소중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배터리 생산라인에 들어갈 검사장비 매출이 연간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또 자율주행자동차의 카메라 검사장비 업체인 퓨런티어를 연결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오현진 연구원은 ”다양한 산업에서 공장 자동화 및 공정 효율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자동화 검사 장비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2차전지 업체로의 장비 납품 본격화, 전장용 카메라 수요 증가로 인한 자회사의 이익 기여 증가세를 반영하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
아이폰15 모멘텀에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기대돼
“완제품 품질 균일성 맞추려면 검사장비 다변화 어려워”
2차전지 및 자율주행차용 카메라 검사장비 시장도 진출 애플이 최근 선보인 혼합현실(MR)기기 ‘비전프로’의 수혜주 중 하나로 꼽혔던 하이비젼시스템의 주가가 주춤했습니다. 비전프로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달엔 기대감이 주가를 밀어 올렸지만, 이벤트가 끝난 뒤 외국인과 기관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하이비젼시스템은 2만15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지난달 18일의 고점(2만2000원)과 비교하면 8.41% 하락한 수준입니다. 특히 ‘제2의 라덕연 사태’로 의심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재발과 2차전지 소재 분야 악재로 증시가 출렁인 지난 14일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3만주 내외의 하이비젼시스템 주식을 순매도해 낙폭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증권가는 하이비젼시스템이 올해 구조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주가가 조정받기 전부터 ‘저평가’됐다는 분석을 제시해왔습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모듈을 만드는 업계는 치열한 성능 경쟁 중이지만, 검사장비는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가 약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공장 자동화 및 2차전지 관련 검사장비 시장에 진출한 데 따른 성장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아이폰15 폴디드줌 및 생산기지 다변화에…“사상 최대 실적” 기대
우선 올해 큰 폭의 실적 성장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하이비젼시스템의 올해 연간 매출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전년 대비 57.71% 증가한 3118억원입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년 전보다 92.83% 많은 484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호실적 전망의 배경은 지난 1분기말 기준 2142억원에 달하는 수주잔고입니다. 오현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선제적인 납품 확대가 예상된다”며 “하반기 출시 예정인 고객사 신제품의 폴디드줌 탑재와 전면 카메라 모듈 스펙 변화에 따라 장비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해당 고객사의 생산 거점 다변화 움직임도 추가적인 장비 수요 확대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는 고객사 신제품은 애플의 아이폰15 시리즈로 추정됩니다.
올 가을에 출시될 예정인 아이폰15 시리즈의 흥행 기대감이 큽니다. 후면 카메라에 적용될 잠망경 형태의 폴디드줌이 카메라 렌즈 돌출 정도를 줄여주고, 전 세계 소비자들이 기다려온 USB-C타입 충전단자도 적용될 전망입니다.
아이폰을 조립해온 중국 정저우시의 폭스콘 공장이 작년 현지 정부의 봉쇄 조치로 인해 생산차질을 빚은 점도 하이비젼시스템에는 새로운 기회입니다. 우선 생산차질로 아이폰14 시리즈를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아이폰15로 몰릴 전망인 데다, 생산 차질을 겪은 애플이 중국에 집중된 생산 기지를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다각화할 계획입니다.
“부품 벤더는 추가해도 완제품 품질 맞추려면 검사장비는 하나로”
주력 고객사가 새로운 벤더사를 진입시켜 경쟁이 격화될 위험이 부품공급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점도 하이비젼시스템의 강점입니다.완성품 업체들은 주요 부품의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특정 공급업체에 종속되는 걸 피하고, 여러 공급업체들의 가격 경쟁을 부추겨 원가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대기업 계열 IT부품업체들의 리스크를 지적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어가 ‘편중’입니다. 구매사가 마음을 바꾸면 회사가 휘청거릴 수 있어서죠.
하지만 카메라모듈 검사장비 기업인 하이비젼시스템은 이 같은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합니다. 박제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메라모듈 업체 사이에선 입찰 및 단가 경쟁이 치열한 반면, 검사장비 업체는 납품되는 카메라모듈의 품질 균일성 및 수율 관리를 위해 동일한 장비를 취급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합니다.
XR기기·2차전지·전장부품 등 중장기적 성장동력 풍부
중장기적으로 확장현실(XR) 시장이 열렸을 때 폭발적인 실적 성장도 기대됩니다. 검사해야 할 센서가 스마트폰보다 많아서입니다. 이번에 애플이 공개한 비전프로에는 비행시간측정(ToF) 센서가 2개와 시선감지센서가 4개 탑재됩니다. 스마트폰에는 각각 1개의 센서가 탑재되죠.비전프로가 출시되더라도 당장 하이비젼시스템의 실적을 크게 성장시키지는 못할 전망입니다. 가격이 3499달러(약 448만원)에 달하는 고가 모델로, 목표 생산 규모가 30만~50만대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XR기기 폼팩터(하드웨어의 외형)의 표준을 정하는 경쟁이 이뤄지는 과정 자체가 하이비젼시스템에는 물건을 팔 수 있는 시장이라는 분석이 눈길을 끕니다. ‘착용형 공간 컴퓨터’라는 개념을 내세운 비전프로는 기능에 초점을 맞춰 착용 편의성을 상당 부분 희생한 반면, 메타는 VR기기 오큘러스의 착용성을 개선하기 위해 폼팩터를 꾸준히 개선해가는 중입니다.
박제민 연구원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기는 아직 스마트폰과 같이 정형화된 폼팩터가 등장하지 않았다“며 ”(폼팩터가 정형화돼가는) 과정에서 센서 및 카메라 모듈의 구조가 바뀌는 일이 필연적인데, 이 구조의 변화는 검사장비 수요를 창출한다“고 분석합니다.
검사할 대상을 확장하는 점도 눈에 띕니다. 하이비젼시스템은 지난 3월 세방전지 자회사인 세방리튬배터리로부터 95억원 규모의 2차전지 패키징 검사 장비를 수주했습니다. 이소중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배터리 생산라인에 들어갈 검사장비 매출이 연간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또 자율주행자동차의 카메라 검사장비 업체인 퓨런티어를 연결자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오현진 연구원은 ”다양한 산업에서 공장 자동화 및 공정 효율화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자동화 검사 장비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2차전지 업체로의 장비 납품 본격화, 전장용 카메라 수요 증가로 인한 자회사의 이익 기여 증가세를 반영하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