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안배운 내용, 출제 배제" 지시 배경 주목…정부 "원론적 언급"
입시업체 "국어 쉬워지면 수학 중요성 더 커져"…수험생 혼란 가중할수도
이례적으로 수능 출제 언급한 윤대통령…올해 난이도에 영향?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이례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올해 11월 16일 예정된 2024학년도 수능 난이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가 어려워져 '불수능'이 될 가능성은 적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수험생들의 혼란만 가중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개혁 추진 상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 "수능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수능 출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전 정부 당시인 문재인 전 대통령도 대입과 관련해 교육개혁 관계 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할 정도로 관심을 기울인 적 있으나 당시에는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 확대를 논하는 것이 전부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교수 자녀의 입시 비리 문제가 공론화됐다는 계기도 있었다.

애초 이날 이 부총리의 보고 내용에도 수능과 관련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이 부총리에게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주문하며 언급한 원론적인 발언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게 사실 사교육 대책의 출발점이자 기본이 돼야 한다면서 하신 말씀"이라며 "원론적인 말씀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같은 발언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매년 수능 당일 오전 개최하는 수능 출제 방향 브리핑에서 강조하는 언급과도 맥락이 같다.

지난해 11월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 당시에도 출제위원장인 박윤봉 충남대 교수는 "학교에서 얼마나 충실히 학습했는지 평가하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하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례적으로 수능 출제 언급한 윤대통령…올해 난이도에 영향?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대통령이 이제껏 수능 난이도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점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한다.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평가원이 올해 수능에 '킬러' 문항을 내기 어려워지는 등 압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결국 국어 영역에서 교과서나 EBS 밖 지문은 내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영어 영역은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수학 역시 기존 교과서 내에서도 변별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국어에서 변별력 있는 문제는 결국 독서 지문에서 나오는데, 이렇게 되면 자칫 국어 영역의 변별력이 없어질 수 있다"며 "수학의 중요성이 올해 수능에서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교육계에서는 수능이 15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수능 출제와 관련한 언급을 했다는 것 자체가 수험생들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평도 나온다.

평가원 주관 6월 모의평가가 이미 시행된 이후여서 수능 난도를 가늠할 수 있는 평가원 주관 모의평가는 9월 딱 한 차례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달은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친 신입생들이 반수에 뛰어들지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되는 시기다.

자칫 수능이 쉬워질 수 있다는 기대로 반수생이 증가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평가원은 원론적인 언급으로 이해했다며 말을 아꼈다.

평가원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씀을 성실히 이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