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늘의집 인테리어 이미지
사진=오늘의집 인테리어 이미지
한경 긱스(Geeks)가 출범 1주년을 맞아 [그래서 투자했다] 코너를 새롭게 선보입니다. 벤처캐피털(VC)이나 액셀러레이터의 투자심사역이 발굴한 스타트업과 투자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김홍찬 IMM인베스트먼트 상무가 인테리어 시장의 '판'을 바꾼 오늘의집 운영사 버킷플레이스에 2016년 시리즈 A부터 2022년 시리즈 D까지 총 4차례 투자하게 된 이야기를 전합니다.

집의 개념이 달라졌다. 단순히 먹고 자는 주거 공간을 넘어 자신의 개성, 취향 등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고 업무를 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강화됐다. 현재 인테리어 시장은 가구, 조명, 인테리어 소품 등 홈퍼니싱 18조원, 인테리어 60조원 정도 규모로 꾸준히 상승세다.

이렇게 취향 기반 인테리어를 대중화시킨 개척자로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받는 기업이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 중인 버킷플레이스다. 커튼, 조명 등 분위기를 좌우하는 소품을 활용하거나 가구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공간을 특별하게 꾸밀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오늘의집은 취향을 소비하는 젊은 층의 수요를 일찍이 사로잡았다.

이를 기반으로 2014년 출범 후 8년 만에 유니콘에 등극했으며, 매출액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1800억원을 돌파했다. 가장 최근 진행한 시리즈 D 투자에서는 기업가치가 2조원으로 평가받으며 투자금 2300억원을 유치했다. 사업영역이 확장되며 급격히 성장하고 있지만 오늘의집의 최대 가치는 여전히 그 출발선인 커뮤니티에 있다. 즉 유저들이 활발하게 공유하는 콘텐츠가 오늘의집의 성장 원동력이다.
인테리어 '판'을 바꾼 커머스 플랫폼, 성장 동력은 커뮤니티였다 [그래서 투자했다]

서울대 공대생의 후회 없는 선택


창업자인 이승재 대표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다니던 중 1000만원으로 버킷플레이스를 창업했다. 인테리어나 가구 관련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지인의 집을 둘러보며 개성 있는 소품 하나를 올려두고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공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인테리어가 재미있고 가치 있는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면서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창업을 결정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경험 없음’이 오히려 소비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말한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은 창업자의 자질과 성품을 매우 중요시한다. IMM인베스트먼트가 오늘의집에 지속적인 투자를 집행한 주된 이유에도 이승재 대표 특유의 '집요함'이 꼽힌다. 어떤 의사결정 하나도 허투루 하고 싶어 하지 않고 최선의 결정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가하는 집요함. 엄청난 성실함을 토대로 매번 집요한 고민과 공부를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의집 서비스의 빠른 성장만큼이나 창업자 자신도 빠르게 성장해야 했었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도 그 집요함 덕분이다.

대형 커머스를 압도하는 인테리어 콘텐츠


2015년 말 시리즈 A 투자를 검토할 당시, 오늘의집과 같은 버티컬 커머스에 대한 투자는 흔치 않았다. 이미 커머스 시장은 전통 오픈마켓과 3대 소셜커머스(쿠팡, 티몬, 위메프)가 강하게 자리를 잡은 상태였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커머스로 그들을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마련이었다. 심지어 당시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사진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시작해 매출이 발생하는 커머스로 영역을 확대하기도 전이었다.

그럼에도 대형 커머스와의 경쟁 우위를 기대할 수 있었던 실마리는 오늘의집이 보여준 콘텐츠의 영향력이었다. 당시 인테리어를 하려는 사람들이 오늘의집을 가장 먼저 방문하고 있었다. 앱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0만명 정도였는데 경쟁사 대비 콘텐츠 풀이 탁월했다. 외부에서 물건을 먼저 탐색하고 참고하러 방문하는 것이 아닌, 최초로 방문하는 곳이 오늘의집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인테리어 콘텐츠를 활용해 유저를 획득하고 유지하는 것이 기성 커머스 대비 월등히 비용 효율적일 수 있다면, 그 효율성을 활용해 역으로 커머스의 가격 경쟁력과 제품 소싱 경쟁력을 확보해 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오늘의집 사업의 본질은 콘텐츠였다. 그리고 콘텐츠 영역에서 지속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생산되는 커뮤니티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다. 오늘의집이 보여주던 커뮤니티의 활성화 지표는 이 점에도 잘 부합했다.
인테리어 '판'을 바꾼 커머스 플랫폼, 성장 동력은 커뮤니티였다 [그래서 투자했다]

커뮤니티-콘텐츠-커머스의 연결고리


당시 ‘커뮤니티-콘텐츠-커머스’로 전개되는 투자 논리에 확신을 불어넣은 해외 사례가 있었다. 2015년 야후에 인수된 폴리보레(Polyvore)라는 미국 패션 콘텐츠 플랫폼이다. 이 회사는 사업 소개 자료에서 패션 및 가구 카테고리의 경우, 커머스(구매 결정)에 영감이 필요하고, 커뮤니티에서 생성된 콘텐츠가 이러한 영감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이 투자 논리는 여전히 유효하며, 지난해 버킷플레이스의 시리즈 D 투자유치 심의과정에도 활용됐다.

2015년 말부터 두 차례의 투자심의위원회를 무사히 통과한 끝에 2016년 초 버킷플레이스에 대한 첫 투자(시리즈 A)가 집행됐다. 지난해 시리즈 D까지 총 4차례에 걸쳐 후속 투자가 성사됐다.
인테리어 '판'을 바꾼 커머스 플랫폼, 성장 동력은 커뮤니티였다 [그래서 투자했다]

공간을 통한 삶의 혁신


첫 투자 이후 오늘의집은 2016년 제품 스토어를 통해 커머스 영역으로 확대했다. 이어 시공·이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는 슈퍼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승재 대표를 필두로 오늘의집 팀은 당장 눈앞의 수익을 좇기보단 콘텐츠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 인테리어 문화를 소비자 스스로가 만들어내게 하는데 진심이었다.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공간을 통해 삶의 혁신을 끌어내려는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

근래 플랫폼 기업들이 대부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과거에 고평가된 사례들이 분명히 있었다고 보지만, 현시점에는 실제 보여주는 성과 대비 저평가를 받는 기업도 종종 보인다. 하지만 무엇이 맞는지, 앞으로 어떨지 예상하는 것은 어렵고 사실 무의미하다. 이들 기업이 스스로 실적과 수익으로 증명해 내는 것을 여러 차례 보여줘야 시장의 평가도 돌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의집은 꾸준히 그러한 길을 가고 있다.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오늘의집이 사업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과거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당장의 성과보다는 지속할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며 하나씩 문제를 해결하고 있고, 머지않아 더 좋은 성과로 증명해 낼 것이다. 덩치가 큰 기업이 되었음에도 이전과 같은 동력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달리는 중이다.
인테리어 '판'을 바꾼 커머스 플랫폼, 성장 동력은 커뮤니티였다 [그래서 투자했다]

김홍찬 IMM인베스트먼트 상무 ㅣ김홍찬 상무는 ‘거대한 잠재 시장과 매력적인 창업가’에 투자한다는 철학을 갖고 플랫폼·테크 분야 벤처 투자를 담당하고 있다. 1987년생으로 서울과학고를 거쳐 서울대에서 산업공학 및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했다. 대학생 때 커머스 벤처 ‘인포니들’을 창업해 3년간 운영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대학 졸업 후 A.T.커니 컨설턴트를 거쳐, 2015년 IMM인베스트먼트에서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첫발을 내디딘 이후 버킷플레이스를 비롯해 백패커, 마이리얼트립, 스타일쉐어, 숨고, 크몽, 뤼이드 등 버티컬 1등 기업에 투자해왔다. 2021년 35세에 상무로 승진하며 핵심 운용인력으로 자리 잡았으며, 현재 2개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를 맡고 있다.
인테리어 '판'을 바꾼 커머스 플랫폼, 성장 동력은 커뮤니티였다 [그래서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