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트랜스젠더 협찬’ 논란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진 버드라이트 맥주가 20여 년 만에 맥주 시장 매출 1위를 빼앗겼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14일(현지시간) 닐슨 데이터의 집계 결과 이달 3일까지 한 달간 식료품점, 편의점, 주류판매점 등 소매 시장에서 멕시코 맥주인 ‘모델로 스페셜’이 매출 점유율 8.4%를 기록하며 7.3%에 그친 버드라이트를 2위로 밀어냈다고 보도했다.

버드라이트는 2001년부터 미국 맥주 시장에서 1위를 지켰으나 트랜스젠더 협찬 논란에 휩싸이며 월간 기준으로 22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버드라이트 제조사인 AB인베브의 주가는 불매운동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 3월 61달러 대비 7%가량 하락한 56.57달러로 이날 장을 마감했다.

AB인베브는 올 4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틱톡 인플루언서 딜런 멀베이니에게 버드라이트를 협찬하고, SNS 이벤트를 여는 등의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자 캔맥주 주요 소비층인 보수 성향 남성들이 “PC(정치적 올바름) 강요에 진절머리가 난다”며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일부 소비자는 버드라이트 맥주캔을 과녁으로 두고 총을 쏘는 영상을 SNS에 올렸고, AB인베브 사옥과 공장에 폭탄 테러 협박이 잇따르는 등 홍역을 치렀다. 그동안 버드라이트의 매출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AB인베브가 멀베이니와 거리를 두면서 논란 진화에 나서자, 반대로 진보 성향 소비자들이 반발하고 나서 버드라이트 매출 감소가 지속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