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실적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빅2’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매출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사업의 부진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와중에 중소업체들은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약진하는 모양새다. 매출 조 단위 기업과 수백억~수천억원대 기업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성장성 측면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는 게 뷰티·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중소형사가 시장 주도

'김희선 미용기기' 에이피알, 몸값 1조원…진격의 중소 뷰티社
‘김희선 미용기기’로 유명한 뷰티테크기업 에이피알은 CJ온스타일로부터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받았다고 15일 발표했다. 이번 투자에서 에이피알의 기업가치는 1조원으로 산정돼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CJ온스타일은 에이피알의 성장성과 사업 시너지에 주목해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피알의 핵심 제품은 화장품과 피부 관리용 뷰티기기 메디큐브다. ‘아이유 트레이닝복’으로 명성을 얻은 스트리트 캐주얼 패션 널디도 판매한다.

에이피알은 뷰티기기 등의 판매 호조 덕에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3977억원, 영업이익은 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53.5%, 174.8% 증가했다. 에이피알은 9~10월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신청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클리오, 에이블씨엔씨, 아이패밀리SC, 마녀공장 등 상장 중소 화장품사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급증세다. 클리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나타냈다. 마녀공장도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앞세워 지난 8일 코스닥시장에 성공적으로 입성했다.

요즘 두각을 나타내는 중소형 화장품업체는 모두 ‘중국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특징이 있다. 일본 미국 등 다른 국가로 일찌감치 수출을 다변화하면서 엔데믹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었다.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취향에 맞춰 빠르게 제품을 내놓는 것도 약진의 배경이다.

○중국 발목 잡힌 빅2

국내 대표 화장품업체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중국발(發)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궈차오’(애국소비) 열풍과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맞물리며 올해 초까지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중 양국 관계가 다시 경색 조짐을 보이는 건 또 다른 골칫거리다. 두 회사는 중국의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의 상반기 최대 대목 중 하나인 ‘618 쇼핑축제’에서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64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9.3%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은 1459억원으로 16.9% 줄었다.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은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받으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대형사가 중국 사업에 집중하는 동안 중소형사는 빠르게 수출국을 다변화했다”며 “화장품업계의 주도권이 중소형 화장품사로 넘어가면서 기업가치도 재평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수정/양지윤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