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년 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은 뒤늦었지만, 반드시 해야 할 합당한 권리행사다. 오늘 만료되는 연락사무소 폭파의 배상 청구권 소멸시효(3년)를 중단하고 국가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44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명백한 불법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한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07년 준공된 교류협력사무소를 리모델링해 2018년 문을 열었다. 토지 소유자는 북한이지만 한국의 국유 재산으로 등록돼 있다. 그러나 2020년 6월 북한은 대북 전단 살포를 구실로 건물을 폭파했다. 남북한 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부터 “인내하겠다”고 하고, 사법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손배 청구를 묵살했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사법적 한계란 승소해도 배상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효적인 방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오토 웜비어 부모가 미국 법원에서 승소한 뒤 북한이 이를 인정하지 않자 인도네시아에 억류된 북한 선박 소유권을 확보해 매각대금 일부를 받아낸 사례가 있다. 의지의 문제다. 정부는 소송 목적이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런 소극적 차원을 넘어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설령 배상 수단이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소송 제기 자체는 원칙의 문제다. 국가 재산이 피해를 봤는데도 정부가 북한의 나쁜 행동에 아무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주권 국가임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송 제기를 연락사무소에서 멈춰선 안 된다. 북한이 철거한 금강산 관광지구의 우리 기업 투자 시설물들, 무단 가동하고 있는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배상을 추진토록 해야 한다. 수십 차례 독촉에도 묵묵부답하고 있는 1조1300억여원의 대북 차관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무도한 불법 행위에는 단호한 법적 대응으로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