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100만명 탈출…"일할 사람이 없다" 위기의 러시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련 이후 최대 인력난 겪는 러시아
탈러시아 인구 최소 15만명에서 100만여명 추산
푸틴, 연이어 대책 지시…"해외자산 압류" 협박도
여성·고령 노동자 늘리고 중앙아시아 이민자 받아
기계제작·광물 채굴 등 전쟁수행 역량에도 악영향
"제재에 인적 손실까지 재앙…몇년 간 부담 될 것"
탈러시아 인구 최소 15만명에서 100만여명 추산
푸틴, 연이어 대책 지시…"해외자산 압류" 협박도
여성·고령 노동자 늘리고 중앙아시아 이민자 받아
기계제작·광물 채굴 등 전쟁수행 역량에도 악영향
"제재에 인적 손실까지 재앙…몇년 간 부담 될 것"
러시아 경제가 노동력 감소로 인해 성장 동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인 수십만명이 모국을 떠나고 남성 30만명이 강제동원된 여파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경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러시아를 떠나거나 최전선으로 파견되면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노동 경색이 발생했고 제재와 국제적 고립에 짓눌린 경제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러시아 기업 1만40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러시아 고용 인구는 전 분기 대비 1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8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제조업 분야 고용인구가 28%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구인난이 가장 심각했다.
컨설팅 회사 핀엑스페르티에 따르면 러시아의 35세 미만 직원 수는 130만명 감소해 1990년대 초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러시아 실업률은 소련 시기 이후 최저치로 집계됐다.
이같은 노동력 부족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대규모 이민과 강제동원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를 떠나간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이는 소련 붕괴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BBC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 15개월 동안 15만5000명의 러시아인이 EU(유럽연합) 회원국이나 발칸반도, 중앙아시아 등에서 임시 거주 허가를 받았다고 전했고 지난달 영국 국방부는 지난해 한 해 130만명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산했다. 포브스지는 러시아 당국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에만 60만명에서 100만명이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생산 가능 인구 남성 30만명이 전쟁에 동원되면서 노동력 공급은 더욱 줄어들었다.
러시아는 노동력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인구 유출을 되돌릴 재정적·사회적 인센티브를 마련할 것을 행정 당국에 지시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기술 인력의 체류를 유도하기 위해 세금을 감면하고 대출을 저렴하게 제공한 바 있다.
또 러시아 재무부는 전쟁 발발 이후 피난을 떠나 터키, 아르메니아, 중앙아시아 등에서 일하고 있는 수십만명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안을 발표했다. 일부 의원들은 러시아를 떠난 러시아인의 재산을 압류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의 법안은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기업들은 여성과 고령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원격근무와 자동화 비율을 늘리고 일부 직무의 채용 요건을 완화했다.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러시아로 유입되는 이민자들도 일부 노동력 공백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고급 인력을 보충하진 못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에 들어오는 외국인 고급 전문 인력 수는 29% 감소했다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발표했다.
노동력 부족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노동시장의 상황은 생산량을 더 확대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되고 있다"며 전쟁 수행에 핵심적인 기계 제작, 야금, 광업 및 채굴 등의 노동력 부족 현상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동시베리아 울란우데의 항공기 공장을 둘러본 뒤 우수한 전문 인력이 부족해 군사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언급했다.
비엔나 국제경제연구소의 바실리 아스트로프 경제학자는 "제재에 더해진 인적 자본의 손실은 (러시아) 경제에 재앙"이라며 "교육받은 사람들과 숙련된 노동력의 손실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경제 잠재력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경제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십만 명의 노동자가 러시아를 떠나거나 최전선으로 파견되면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노동 경색이 발생했고 제재와 국제적 고립에 짓눌린 경제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러시아 기업 1만40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1분기 러시아 고용 인구는 전 분기 대비 18%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시아 중앙은행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8년 이후 최악의 수치다. 제조업 분야 고용인구가 28%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구인난이 가장 심각했다.
컨설팅 회사 핀엑스페르티에 따르면 러시아의 35세 미만 직원 수는 130만명 감소해 1990년대 초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달 러시아 실업률은 소련 시기 이후 최저치로 집계됐다.
이같은 노동력 부족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대규모 이민과 강제동원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를 떠나간 인구가 100만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이는 소련 붕괴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BBC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 15개월 동안 15만5000명의 러시아인이 EU(유럽연합) 회원국이나 발칸반도, 중앙아시아 등에서 임시 거주 허가를 받았다고 전했고 지난달 영국 국방부는 지난해 한 해 130만명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추산했다. 포브스지는 러시아 당국의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에만 60만명에서 100만명이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생산 가능 인구 남성 30만명이 전쟁에 동원되면서 노동력 공급은 더욱 줄어들었다.
러시아는 노동력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인구 유출을 되돌릴 재정적·사회적 인센티브를 마련할 것을 행정 당국에 지시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기술 인력의 체류를 유도하기 위해 세금을 감면하고 대출을 저렴하게 제공한 바 있다.
또 러시아 재무부는 전쟁 발발 이후 피난을 떠나 터키, 아르메니아, 중앙아시아 등에서 일하고 있는 수십만명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안을 발표했다. 일부 의원들은 러시아를 떠난 러시아인의 재산을 압류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의 법안은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기업들은 여성과 고령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원격근무와 자동화 비율을 늘리고 일부 직무의 채용 요건을 완화했다.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러시아로 유입되는 이민자들도 일부 노동력 공백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고급 인력을 보충하진 못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에 들어오는 외국인 고급 전문 인력 수는 29% 감소했다고 러시아 중앙은행은 발표했다.
노동력 부족은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노동시장의 상황은 생산량을 더 확대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되고 있다"며 전쟁 수행에 핵심적인 기계 제작, 야금, 광업 및 채굴 등의 노동력 부족 현상을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동시베리아 울란우데의 항공기 공장을 둘러본 뒤 우수한 전문 인력이 부족해 군사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언급했다.
비엔나 국제경제연구소의 바실리 아스트로프 경제학자는 "제재에 더해진 인적 자본의 손실은 (러시아) 경제에 재앙"이라며 "교육받은 사람들과 숙련된 노동력의 손실은 앞으로 몇 년 동안 경제 잠재력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