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절대 포기 못해"…독일 지멘스가 선보인 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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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멘스가 중국 투자를 확대하는 동시에 싱가포르를 새로운 투자처로 낙점했다. 투트랙을 통해 아시아 지역의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동시에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국면 속에서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롤랜드 부시 지멘스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기존 공장에 1억4000만유로(약 1900억원)를 들여 확장하고, 싱가포르에도 2억유로(약 2700억원)짜리 첨단기술 공장을 새로 짓겠다"며 새로운 아시아 공급망 전략을 밝혔다. 이어 "싱가포르 신설 공장을 시작으로 올해 전 세계에 총 20억유로 규모에 달하는 투자를 통해 지멘스의 제조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는 디지털 트윈과 지능형 하드웨어 등 첨단기술 공장이 들어선다. 해당 공장은 400명 가량의 직접 고용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지멘스 발표에서 "중국 투자를 2배로 늘린다"는 내용에 더 주목했다. 지멘스가 1억4000만유로를 들여 중국 청두에서 운영 중인 공장 라인을 40% 증설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FT는 "지멘스가 미국의 각종 규제로 인해 기업 환경이 어려워진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싱가포르를 동남아 시장 수출의 허브로 택했다"고 분석했다.
부시 CEO는 "디커플링이라는 단어는 미국과 중국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런 단어를 쓰고 싶지 않다"며 "지멘스의 차별화는 (디커플링이 아니라) 다각화라는 데 있다. 더 많은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동시에 공급망을 더욱 탄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투자는 디지털화 및 첨단제조 분야 신기술의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인 중국 고객사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멘스의 행보는 독일 정부의 입장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날 독일 정부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최근 몇년 동안 국제안보의 위협으로 떠올랐다"는 내용 등을 담은 국가안보 전략을 발표했다. 한 독일 일간지는 "부시 CEO는 원래 싱가포르가 아닌 중국에 새로운 공장을 세우는 방안을 원했지만, 이 같은 국내 분위기 때문에 지멘스 감독위원회의 항의를 받고 당초 계획을 철회해 싱가포르를 택했다"고 보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