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주가 78% 떨어지니 회장님 마음도 변심?…크리스탈지노믹스에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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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주주 금호HT 지분 되사오기로 했던 조중명 회장
30일 잔급 지급일 전날 2대주주 측 이사진 해임 안건상정
계약금액보다 주가 급락하자 지분매입 계약 깨기 위한 '꼼수' 지적
30일 잔급 지급일 전날 2대주주 측 이사진 해임 안건상정
계약금액보다 주가 급락하자 지분매입 계약 깨기 위한 '꼼수' 지적
이 기사는 06월 16일 09:59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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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의 1세대 바이오벤처 크리스탈지노믹스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2대주주 금호HT(금호에이치티)가 최대주주인 조중명 회장에게 주식 인수계약 이행을 촉구하면서 분쟁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3년 전 금호HT에 경영권 지분 일부를 넘겼던 조 회장은 지난 3월 매각한 지분을 다시 같은 가격에 사오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잔금 지급 한 달을 남은 시점에 새로운 최대주주를 끌어온 후 금호HT가 선임한 이사들을 해임하려고 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금호HT는 명백한 주주간 계약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탈지노믹스 경영권을 놓고 세 곳의 주주 이해관계가 얽히게 됐다. 2대주주인 금호HT(6.78%)와 금호HT로부터 지분을 사오기로 약속했던 최대주주 조중명 회장(7.52%), 그리고 새로운 최대주주로 등장한 '뉴레이크인바이츠투자'다.
금호HT는 2020년 7월 조 회장으로부터 크리스탈지노믹스 보통주 120만주를 인수하면서 이사진 40% 선임권 등의 경영권 참여를 보장 받았다. 1주당 2만3333원으로 280억원 규모다. 당시 시가 대비 61% 가량이 할증된 수치였다. 그 해 8건의 주식담보대출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던 조 회장은 금호HT를 백기사로 포섭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금호HT는 마침 바이오 사업 진출에 관심이 있었다. 금호HT는 최대주주인 조 회장에 이은 2대주주가 됐고 계약 조건에 따라 3명의 이사를 선임했다. 나머지 4인은 조중명 회장이 지명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지난 3월 금호HT는 보유 지분과 경영권 일부를 그대로 조 회장에게 다시 넘기기로 했다. 취득원가 그대로 280억원에 다시 매각하겠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계약금 28억원과 중도금 28억원이 납부됐고 잔금 224억원은 이달 말까지 받기로 했다. 지명했던 이사들은 잔금 수령 이후 모두 사임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문제가 발생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최대주주가 금호HT 상의 없이 바뀐 것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이사회는 지난달 19일 뉴레이크인바이츠를 대상으로 58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증자였다.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금호HT가 지난달 29일 조 회장과 신승수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이사에게 반대 의사를 표했다. "M&A 계약 절차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유상증자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며 2일 열린 이사회에 유증 납입일의 연기를 요청하는 안건도 상정했다. 하지만 조 회장 측 이사 4인이 해당 안건을 부결시키면서 유증 납입이 결국 이뤄졌다. 최대주주도 조 회장에서 뉴레이크인바이츠로 변경됐다. 지분율 22.02%를 확보하게 됐다.
동시에 크리스탈지노믹스 비상대책위원장이자 소액주주인 이은대 씨가 회사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이사 7인 전원 해임과 신규 이사 4인 선임'을 처리할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다. 부실경영에 따른 귀책을 사유로 내걸었지만 안건을 따져보면 사실상 금호HT 측 이사진만 빠져나가는 내용이다. 이달 30일자로 잔금만 지급되면 금호HT 측 이사 3인 모두 사임하는 만큼 그 전날인 29일에 해임을 논하는 임시주총을 개최하는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해임 안건이 주는 실익을 고려할 때 정황상 조 회장이 이은대 씨와 의기투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호HT는 조 회장에게 M&A 계약 이행을 촉구했다. 아직 잔금이 치러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호HT의 일부 경영권(이사진 40% 보장)이 침해됐다는 입장이다. 금호HT는 조중명 회장에게 M&A 계약사항을 계획대로 이행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금호HT 측은 "이사회가 기존 임시주총에 안건을 추가해서까지 주주 제안을 받아들인 건 금호HT 경영권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며 "잔금 지급 의무를 마친 이후로 새 최대주주의 유증 납입일을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등을 돌렸다. 업계에선 "조중명 회장이 금호HT와 계약을 체결한 당시보다 현재 주가가 현저하게 떨어진 만큼 계약을 이행하는 게 손해라고 판단하고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조 회장은 계약상 금호HT가 보유한 주식을 주당 1만5000원에 매입해야 한다. 금호HT의 매입가는 2만3333원이었지만 2021년 무상증자를 거치며 변동됐다. 뉴레이크인바이츠의 유증가격은 보통주 기준 주당 3280원이었다. 계약금액에 비해 무려 78% 떨어진 값이다. 7일 종가는 4820원이었다.
오는 29일 열리는 임시 주총이 분수령이다. 조 회장이 선임한 이사 4인이 금호HT 이사진 해임에 찬성할 경우 계약 위반이 될 수 있어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조 회장은 지난 4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번에 다시 사내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