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직원 사망도 원청CEO 책임”…중대재해 실형 선고에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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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번호 : 2022고합95
집행유예 받았던 ‘1호’ 판결 때와 달리 대표 법정구속
두사건 ‘처벌 전력’서 갈려…앞으로 재판 결과에 촉각
'2호 중대재해처벌법 재판'에서 한국제강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산업계의 불안이 날로 커지고 있다. '1호 재판'에서 중견 건설사 온유파트너스 대표가 유죄 판결(집행유예)을 받은 지 3주가 채 지나지 않아 더욱 무거운 처벌 사례가 나와서다.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됐다는 평가다. 지난 4월 26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강지웅)는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사건번호: 2022고합95). 판결 직후 A씨는 법정에서 구속됐다. 함께 기소된 하청업체 대표 B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한국제강 법인은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작업 도중 섬유벨트가 끊어지면서 방열판이 추락했고 60대 근로자가 깔려 사망했다. 오래된 섬유벨트가 표면이 딱딱해지는 등 손상이 심했음에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검찰은 A씨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 또한 경영책임자인 A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중량물 관련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B씨와 같은 안전보건 관리책임자들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마련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 산업재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사고가 나면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년부터는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A씨와 한국제강은 판결에 불복해 선고 직후 항소했다. 다음달 12일 부산고등법원에서 2심 첫 공판이 열린다.
C씨는 건설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말 기소됐다. 사망한 근로자는 같은 해 5월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안전대 없이 5층 높이(16.5m)에서 일하다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 판사는 "건설근로자 사이에서 만연한 안전 난간의 임의적 철거 등의 관행도 사고 원인 중 하나"라며 "책임을 모두 온유파트너스와 C씨에게 돌리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유파트너스 측이 유족에게 진정 어린 사과와 함께 위로금을 지불했고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도 고려해 판결했다"고 밝혔다. 온유파트너스 사례와 달리 이번 재판에선 유족과의 합의가 실형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A씨는 C씨처럼 유족으로부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받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한 중대재해법 전문 변호사는 "A씨 또한 집행유예 정도의 처벌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제강 사건을 맡은 창원지법은 A씨가 과거 여러 차례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봤다. A씨는 2011년과 2021년 3·11월 총 세 차례에 걸쳐 벌금형을 받았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인 2021년 5월에도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수년간 안전 조치 의무 위반으로 여러 차례 적발됐고 산업재해 사망 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한국제강 근로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산업재해 사망 사고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음에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 올해 3월 31일까지 대검찰청이 고용부에서 넘겨받은 중대재해 사건은 총 51건, 이 중 재판에 넘긴 사건은 삼표산업 사건을 포함해 총 14건이다. 기소한 사건은 모두 대표나 그룹 총수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됐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지역과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지난 2일 서울 은평구 소재 건설업체 대표 이모씨를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작년 3월 서울 서초동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페인트칠을 하던 이 업체의 근로자가 지상 3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검찰이 서울에서 발생한 사고에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4일에는 아파트 관리업체 관계자들이 기소되기도 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경섭)는 공동주택 관리업체 대표와 관리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업체 소속 설비실장이 아파트 1층 출입구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누수 방지작업을 하다 사다리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일각에선 두 차례의 재판만으로 중대재해법 위반에 예상보다 강력한 처벌이 따른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로펌 중대재해 전문 변호사는 한국제강 판결에 대해 "처벌 전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긴 했지만 법리적인 측면에서 선례를 남긴 것은 아니다"며 "변호인들이 다른 회사 안전보건 관리책임자에게 예산이나 권한을 주는 것이 법의 범위를 벗어나는지를 두고는 다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집행유예 받았던 ‘1호’ 판결 때와 달리 대표 법정구속
두사건 ‘처벌 전력’서 갈려…앞으로 재판 결과에 촉각
'2호 중대재해처벌법 재판'에서 한국제강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산업계의 불안이 날로 커지고 있다. '1호 재판'에서 중견 건설사 온유파트너스 대표가 유죄 판결(집행유예)을 받은 지 3주가 채 지나지 않아 더욱 무거운 처벌 사례가 나와서다.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고 있는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됐다는 평가다. 지난 4월 26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강지웅)는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사건번호: 2022고합95). 판결 직후 A씨는 법정에서 구속됐다. 함께 기소된 하청업체 대표 B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한국제강 법인은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현장 노동자 사망했어도…"경영자가 책임 물어야"
A씨와 한국제강은 지난해 3월 하청업체 직원이 설비 보수 작업을 하다 방열판(1.2t)에 깔려 사망한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하청업체 대표 B씨는 경남 함안군의 야외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에게 방열판 보수작업을 지시했다. 근로자들은 방열판에 섬유벨트를 끼워 크레인으로 들어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작업 도중 섬유벨트가 끊어지면서 방열판이 추락했고 60대 근로자가 깔려 사망했다. 오래된 섬유벨트가 표면이 딱딱해지는 등 손상이 심했음에도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검찰은 A씨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 또한 경영책임자인 A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중량물 관련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B씨와 같은 안전보건 관리책임자들이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마련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아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대 산업재해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사고가 나면 경영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년부터는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A씨와 한국제강은 판결에 불복해 선고 직후 항소했다. 다음달 12일 부산고등법원에서 2심 첫 공판이 열린다.
'1호'는 집행유예였는데…차이점은
법조계에선 A씨가 1호 중대재해 재판을 받은 온유파트너스 대표보다 무거운 형량을 받은 데 주목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지난 4월 6일 온유파트너스의 대표 C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22고단3254).C씨는 건설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추락사한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말 기소됐다. 사망한 근로자는 같은 해 5월 경기 고양시의 한 요양병원 증축 공사 현장에서 안전대 없이 5층 높이(16.5m)에서 일하다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 판사는 "건설근로자 사이에서 만연한 안전 난간의 임의적 철거 등의 관행도 사고 원인 중 하나"라며 "책임을 모두 온유파트너스와 C씨에게 돌리는 것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유파트너스 측이 유족에게 진정 어린 사과와 함께 위로금을 지불했고 유족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도 고려해 판결했다"고 밝혔다. 온유파트너스 사례와 달리 이번 재판에선 유족과의 합의가 실형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A씨는 C씨처럼 유족으로부터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받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한 중대재해법 전문 변호사는 "A씨 또한 집행유예 정도의 처벌을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제강 사건을 맡은 창원지법은 A씨가 과거 여러 차례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봤다. A씨는 2011년과 2021년 3·11월 총 세 차례에 걸쳐 벌금형을 받았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인 2021년 5월에도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수년간 안전 조치 의무 위반으로 여러 차례 적발됐고 산업재해 사망 사고까지 발생한 것은 한국제강 근로자의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산업재해 사망 사고로 재판을 받는 와중에 중대재해법이 시행됐음에도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후속 재판 줄줄이 대기 중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연이어 유죄 판결이 나온 것이 앞으로 예정된 재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일단 총수가 기소된 삼표그룹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월 삼표그룹 계열사인 삼표산업의 채석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삼표산업은 중대재해법 시행 이틀 후인 지난해 1월 29일 경기 양주시 소재 채석장에서 20m 높이의 토사 붕괴로 작업자 3명이 매몰돼 숨지는 사고를 겪었다. 고용노동부는 정 회장이 아니라 이종신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지만 사건을 맡은 의정부지검 형사4부는 정 회장을 경영책임자로 지목했다.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 올해 3월 31일까지 대검찰청이 고용부에서 넘겨받은 중대재해 사건은 총 51건, 이 중 재판에 넘긴 사건은 삼표산업 사건을 포함해 총 14건이다. 기소한 사건은 모두 대표나 그룹 총수가 경영책임자로 지목됐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지역과 업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지난 2일 서울 은평구 소재 건설업체 대표 이모씨를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작년 3월 서울 서초동 건물 신축공사 현장에서 페인트칠을 하던 이 업체의 근로자가 지상 3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검찰이 서울에서 발생한 사고에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4일에는 아파트 관리업체 관계자들이 기소되기도 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경섭)는 공동주택 관리업체 대표와 관리소장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업체 소속 설비실장이 아파트 1층 출입구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누수 방지작업을 하다 사다리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일각에선 두 차례의 재판만으로 중대재해법 위반에 예상보다 강력한 처벌이 따른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로펌 중대재해 전문 변호사는 한국제강 판결에 대해 "처벌 전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긴 했지만 법리적인 측면에서 선례를 남긴 것은 아니다"며 "변호인들이 다른 회사 안전보건 관리책임자에게 예산이나 권한을 주는 것이 법의 범위를 벗어나는지를 두고는 다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