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시 지제동의 한 아파트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경기도 평택시 지제동의 한 아파트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옆에 신규 공공택지를 개발해 대규모 '반도체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소식에 경기도 평택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올해 초 규제가 완화한 이후 급매물이 소진되고 있던 찰나에 호재가 나오면서다. 평택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정부 발표가 난 이후 투자할 만한 매물이 있는지 묻는 문의가 늘고 집주인들도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17일 네이버 부동산과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호선 평택지제역 인근에 있는 단지들의 호가가 소폭 오르고 있다.

지제동에 있는 '지제역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 일부 매물 호가는 기존 8억원에서 8억5000만원, 이 단지 전용 115㎡ 호가도 기존 10억5000만원에서 11억원으로 5000만원 상승했다.

동삭동에 있는 '힐스테이트지제역'도 마찬가지다. 이 단지 전용 84㎡ 일부 매물은 기존 6억2000만~3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으로, 또 다른 매물은 6억5000만원에서 7억원으로 이전보다 수천만원 올랐다.

동삭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힐스테이트지제역' 전용 59㎡ 가운데 가격이 괜찮게 나온 매물이 있었는데 정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바로 계약을 맺었다"며 "연초 이후 시장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호재가 발표되고 더 나아졌다"고 설명했다.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권혁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이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미니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교통망이 개선될 가능성이 커졌다. 평택지제역은 수서고속철도(SRT)와 지하철 1호선이 운행될 뿐 아니라 2025년엔 수원발 KTX가 연결된다.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과 C노선 연장을 추진 중이다.

지제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평택지제역 일대로 3만가구가 넘는 단지가 조성된다면 GTX가 들어설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며 "교통망이 집값에 영향을 많이 주는 만큼 GTX 연장이 확정되면 집값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일대 신도시 조성을 앞두고 청약에도 관심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지제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가재지구에 들어서는 '지제역 반도체밸리 제일풍경채' 청약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소식이 전해진 이후 문의도 늘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발표가 집값을 얼마나 밀어올릴지 미지수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동삭동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내놓은 매물 호가를 올리고 연초 이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매물들이 정리되면서 매물이 없는 상황은 맞는다"면서도 "다만 전반적으로 시장이 침체하다보니 긍정적인 분위기가 얼마나 갈지 잘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된 용인특례시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 일대 전경. 사진=한경DB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첨단산업단지 후보지로 지정된 용인특례시 처인구 이동읍과 남사읍 일대 전경. 사진=한경DB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경기도 평택 지제·신대·세교·모곡동·고덕면 일대 453㎡를 신규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고 주택 3만3000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땅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6배다. 주택 수도는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하나인 판교 신도시(2만9000가구)보다 많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 신규 택지 지구 지정을 마치고 2026년 공공부냥ㅇ주택 사전 청약 접수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2030년께 입주가 가능할 전망이다. 전체 주택 공급의 절반은 젊은 층의 주거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공분양주택(뉴홈)이 될 전망이다. ‘뉴홈’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 보급 정책이다. 시세보다 20~40% 낮은 가격에 분양한다.

이번에 추진되는 반도체 신도시는 지난 3월 정부가 세계 최대 규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용인시 남사읍과도 자동차도 20분거리다. ‘K-반도체’ 배후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