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33개 국공립대를 대상으로 부패 관련 전수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교수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연구비 부풀리기와 횡령 등을 비롯해 불투명한 인사 관행 등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16일 정부 관계자는 “권익위가 국공립대를 대상으로 반부패 규범 운영실태 등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가 올 1월 발표한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 따르면 33개 국공립대의 평균 종합청렴도는 75.2점으로 전체 공공기관(501개) 평균인 81.2점보다 6점이나 낮았다.

국공립대는 청렴체감도(77.6점) 중 ‘연구 및 행정(조직 내부 운영)’ 영역에서 72.6점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부패 인식에 대한 체감도 점수가 낮은 데다 부패 경험에 따른 감점 폭이 컸기 때문이다. 연구·행정 관련 부패 인식에서는 ‘연고 관계 및 사적 이해관계 등을 통한 특혜 제공’(71.4점)이 다른 항목 평균(78.9점)에 비해 크게 낮았다. 부패 경험에서도 ‘연구비 횡령·편취 빈도’(69.4점), ‘연구비 횡령·편취 경험률’(63.9점), ‘금품 등 요구·수수·약속 빈도’(52.3점), ‘조직 내부 운영 과정에서의 금품 등 요구·수수·약속 경험률’(47.5점) 등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와 KA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연구 중심 대학들은 청렴체감도 점수가 최하위인 5등급을 받았다. 권익위는 최근 연구비로 냉장고와 건조기 등 개인 물품을 구입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의 횡령 혐의를 조사해 경찰에 넘겼다.

대학가에서는 이번 권익위 조사 시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교육개혁 강조와 맞물렸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정부가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무는 혁신적인 대학들을 전폭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권익위 청렴도 조사에서 최하위(5등급)를 기록한 강릉원주대는 교육부의 ‘글로컬대학’ 사업에 지원하면서 강원대와 통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형주/강진규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