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3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그룹 최고경영자(CEO) 30여 명이 지난 15일 하루 종일 마라톤회의를 열었다.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 등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이를 헤쳐 나갈 해법을 찾기 위한 확대경영회의에서다. CEO들은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 세미나실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등 회의가 끝날 때까지 좀처럼 자리를 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킬레스건 파열로 목발을 짚고 나타난 최 회장은 “지금 우리는 과거 경영 방법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글로벌 전환기에 살고 있다”며 “미·중 경쟁과 경기 하강 국면, ‘블랙스완’(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으로 부를 수 있는 얘기치 못한 위기 변수는 물론 기회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시나리오 플래닝’ 경영을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이 이런 상황에 대비해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 환경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사인포스트(signpost징후)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변한다”며 “이 같은 징후들이 나타날 때마다 즉각적이고도 체계적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SK 구성원들이 충분히 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SK하이닉스, SK온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핵심 계열사의 자금 수요 등을 고려해 ‘파이낸셜 스토리’를 재정비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최 회장이 2010년 처음 꺼낸 개념으로, 회사가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성과에 더해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목표와 구체적 실행 계획이 담긴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추진해온 파이낸셜 스토리에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과 자산, 설비투자, 운영비용 등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조대식 의장은 “그동안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 자산 효율화 등을 추진해 왔지만 파이낸셜 스토리 차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없다”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력 제고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그룹 차원의 전략 재점검을 하반기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은 옛날 같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다양한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시장이 됐다”며 “(이런 시장에서) 관계사별 대응은 힘들기도 하고 속도도 잘 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룹 차원에서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시장별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의 마무리 발언을 맡은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무엇보다 CEO들이 조직의 빠른 의사결정과 혁신을 주도하고 외부에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직접 구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신뢰를 얻을 수 있고, 파이낸셜 스토리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