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제도를 손본 뒤 처음으로 진행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가 나왔다.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18곳이 ‘미흡(D)’ 이하 낙제점을 받았다. 이 중 ‘아주 미흡(E)’이거나 2년 연속 D인 건강증진개발원,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보훈복지의료공단, 소방산업기술원, 에너지기술평가원 등 5곳 기관장은 해임 건의 조치를 받게 됐다. 모두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이다. 이번 평가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 첫 번째 평가다. 전임 정부 때 올려놓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사회적 가치 관련 항목 배점을 낮추고, 재무 구조 강화를 위해 부채비율 등 재무성과 지표 배점을 높인 기준을 적용했다.

347개 공공기관 부채는 문 정부를 거치면서 493조원(2017년 말)에서 670조원(2022년 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인력은 같은 기간 34만5000명에서 43만9000명으로 증가했다. 하는 일은 비슷한데 인력과 빚만 늘었다. 이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174%다. 민간기업이라면 생존 불가능한 좀비기업이 수두룩하다.

경영평가는 2006년 첫 제도 도입 이래 해마다 실시하는 연례행사지만 공공기관 효율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의문이다. 방만 경영을 해소하기보다 ‘사회적 역할’이라는 미명 아래 오히려 정권 입맛에 맞춘 하수인 역할을 강요하고,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는 수단으로 변질한 게 지난 정부 실상이었다. 공공기관 부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 적자를 메우려면 공공요금을 올리거나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 정부 들어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관별 예산 효율화 및 복리후생 개선 계획(2022년 10월), 자산 효율화 계획(2022년 11월), 기능 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2022년 12월)을 순차적으로 내놨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경영평가가 공공기관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