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오른쪽)이 16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오른쪽)이 16일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1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에너지기술평가원장 등 5곳 공공기관장은 해임 건의하고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대한석탄공사 사장 등 12곳 기관장에 대해선 경고 조치를 내렸다. 총 17명의 공공기관장에게 해임 건의나 경고가 내려진 건 198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다. 이 중 16명이 지난 정부 때 임명됐다. 이번 경영평가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알박기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무더기 ‘낙제점’

경영낙제 17곳 公기관장 해임·경고…'文정부 인사' 대폭 물갈이 예고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교수, 회계사, 변호사 등 민간 전문가 119명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지난 2월부터 4개월간 공기업 36개, 준정부기관 94개, 감사 평가 기관 63개 등 총 193개 공공기관을 평가했다. 평가등급은 S(탁월)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아주 미흡) 등 6개로 나뉜다.

평가 결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보훈복지의료공단, 청소년활동진흥원, 건강증진개발원 등 4곳이 E등급을 받았다. 한국전력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항만공사, 강원랜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14곳은 D등급이었다.

E등급 또는 2년 연속 D등급을 받은 9개 공공기관 중 기관장 재임 기간이 짧은 LH, 청소년활동진흥원, 해양수산연수원과 이미 기관장이 해임된 코레일을 제외한 5명의 기관장은 해임 건의 조치가 확정됐다. 감신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권기영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김일수 소방산업기술원 원장, 김태곤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원장, 조현장 건강증진개발원 원장 등이다.

D등급을 받거나 중대재해가 발생한 공공기관 12곳의 기관장은 경고를 받았다. 경영 실적 미흡으로 D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강원랜드, 독립기념관, 국토정보공사, 방송통신전파진흥원, 사회보장정보원, 승강기안전공단, 해양수산연수원 등 7곳이다. 국가철도공단, 대한석탄공사, 농어촌공사, 수산자원공단, LH 등 5곳은 중대재해 발생으로 D등급을 받았다.

A등급은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해양환경공단 등 19곳, B등급은 48곳, C등급은 45곳이었다. 최상위 S등급은 한 곳도 없었다.

○‘물갈이 인사’ 이어지나

이번 평가는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의 공공기관 평가 기준을 바꾼 이후 이뤄진 첫 평가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와 달리 재무 성과의 배점을 높이고 사회적 가치의 배점을 낮췄다. 이에 따라 재무지표가 개선된 수자원공사, 해양환경공단 등은 A등급을 받았다. 반면 에너지 공기업 12곳 중 한국전력(지난해 C→올해 D), 한국동서발전(S→B), 한국남부발전·중부발전(A→C) 등 7곳은 등급이 깎였다. 한전과 한전 자회사는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기요금 인상 지연에 따라 최근 수년간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정부는 재무위험이 높은 15개 공기업에 성과급 삭감이나 자율 반납을 권고했다. 2년 연속 순손실을 내고 손실 폭이 증가했거나, 전년 대비 부채비율이 50%포인트 이상 급증한 재무위험기관이 대상이다. 한전, 석탄공사, 지역난방공사, 가스공사는 임원의 경우 성과급 전액을, 1~2급 직원은 50%를 삭감하기로 했다. 추 부총리는 “재무 상태가 악화한 공기업이 성과급을 수령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를 계기로 지난 정부 때 임명된 공공기관장이 대거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해임 건의 조치를 받은 기관장 5명은 모두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됐다. 경고 대상 기관장도 12명 중 이한준 LH 사장을 빼면 모두 전 정부 때 취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