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과매수 주의 "직선 상승은 없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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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에서 최근 가장 주목되는 기술적 발전은 시장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달까지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테슬라 메타 등 7~8개 빅테크 주식만 독주해왔는데, 이달 들어선 좀 더 광범위한 업종, 더 많은 주식이 상승세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죠.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지난 12일까지 작년 10월 저점에서 20% 반등했습니다. 애플과 MS 엔비디아가 속한 정보기술(IT) 업종이 이 중 10.3%포인트 상승을 책임졌습니다. 알파벳 메타 넷플릭스가 포함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임의소비재를 더하면 3개 업종이 14.5%포인트를 떠맡았고요. 지난 5월까지는 이들 3개 업종만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6월 들어 모든 업종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S&P500 종목 중 가장 많이 오른 주식은 카니발(23.6%), 인텔(15.4%), 노르웨이지언 크루즈(14.3%) 에스티로더(14.3%) 캐터필러(14.2%) 등의 순입니다. 광범위한 랠리의 핵심 업종 중 하나로 꼽히는 금융주는 여전히 작년 고점 대비 약 20% 낮은 수준에 머물고, 무는 등 반등 초기이긴 합니다. 네드 데이비스는 "6월 상승세 참여 확대의 초기 징후는 랠리가 하반기까지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주말 "랠리는 초대형주를 넘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S&P500 지수의 연말 전망치를 4000에서 4500으로 높였지요. 하지만 기술적으로 부정적 요인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너무 급하게 오르다 보니 과매수 신호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죠. 나스닥 지수는 이번 주까지 8주 연속 상승해 2019년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S&P500지수는 202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요. 트루인사이트에 따르면 S&P500 지수의 상대매수강도(RSI)는 70을 넘었습니다. 기준선(50)을 2 표준편차 넘는 것으로, 과매수 된 상태를 가리킵니다. 주가 변화 속도 및 모멘텀을 기반으로 산출하는 이 지수가 만약 다시 70선 밑으로 떨어진다면 하락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아마존의 주가수익비율(P/E)은 300배가 넘고 엔비디아는 224배에 달하는 등 밸류에이션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저는 한동안 꽤 낙관적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상승세를 고려할 때 그런 생각을 조정해야 할 때라고 본다. 여기서 S&P500 지수가 추가로 100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걸 예상하기는 어렵다. 내년 예상 기업 이익 240달러와 P/E 19배 수준의 가격이다. 가장 좋은 상황을 완전히 반영한 것이다. 랠리가 계속되면서 주식의 위험 보상은 확실히 줄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고무적 시장 환경이 있다고 생각하고 은행과 에너지 주에선 더 많은 상승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시장은 긍정적인 점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서 더 낙관적으로 되기보다는 더 조심스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씨티그룹도 S&P500 지수가 4400 이상으로 상승할 여지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기업 예상 이익의 상향 수정이 부족하고 침체가 다가오고 있으며, 많은 투자심리 지표가 단기 급등한 주가를 경계하라고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죠. 씨티는 "이를 종합하면 S&P500지수가 4400 이상 상승하는 건 상대적으로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16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부터 블랙아웃(침묵) 기간이 끝난 미 중앙은행(Fed) 관계자들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근원 인플레이션은 생각했던 만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아마도 더 많은 긴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면 Fed의 책무는 통화정책을 써서 이중 책무(최대 고용, 물가 안정)를 달성하는 것이며 지금 당장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걸 의미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최근 은행 스트레스가 대출여건을 크게 높였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은행의 비효율적 경영에 대한 우려로 인해 통화정책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일부 은행 실패로 인해 긴축 정책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말이죠.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완고하게 지속하고 있다"라며 "2%가 우리 목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수요 둔화로 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목표로 되돌아갈 것이란 그럴듯한 얘기를 여전히 믿고 있지만, 데이터가 그걸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더 많이 올리는 게 편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의 발언은 금리 상승을 자극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월러 이사의 발언이 보도되던 오전 7시 45분께부터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오후 4시 50분께 2년물 금리는 6.5bp 오른 4.716%, 10년물은 4.4bp 상승한 3.767%에 거래됐습니다. 또 시카고 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25bp 인상할 것이란 베팅은 74.4%에 달했습니다. 전날 67%보다 오른 것입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5% 오르며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지속하지는 못했습니다. 나스닥은 개장 15분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미시간대 6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여러모로 긍정적이었습니다. 지수는 63.9로 전월 59.2보다 상승해 넉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 60.2보다도 높았습니다. 더 좋았던 건 설문에 포함된 기대 인플레이션 조사였습니다. 소비자의 단기(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3.3%로 전월 4.2%에서 뚝 떨어졌습니다.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것입니다. 장기(5년) 인플레이션 기대도 3.0%로 5월 3.1%보다 살짝 낮아졌습니다. 단기 기대는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면 낮아지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인플레이션 전선에는 좋은 소식이지요. 뉴욕 연방은행이 추정한 5월 기저 인플레이션 추정치(Underlying Inflation Gauge. UIG)도 3.5%로 전월보다 0.5%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이런 긍정적 뉴스에도 지수는 힘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32%, S&P500 지수는 0.37% 내렸고 나스닥은 0.6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 막판에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다가오는 19일 월요일은 노예해방의 날(Juneteenth)이어서 시장은 사흘간 쉽니다. 긴 주말을 앞두고 위험을 낮추기 위해 포지션을 줄어놓으려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했을 수 있습니다. 또 오늘은 주가지수 선물, 주가지수 옵션, 주식 옵션 및 단일 주식 선물 계약이 모두 만료되는 '쿼드러플 위칭 데이'이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핵무기 배치가 시작됐다고 확인하면서 지정학적 긴장감도 높아졌습니다. 오늘 특이한 건 주가 하락에도 변동성 지수(VIX)가 6.62%나 급락해 13.54까지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52주 신저가입니다. LPL리서치는 "역사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기간 이후에는 변동성이 낮은 기간이 뒤따랐다. 특히 약세장에서 강세장으로 전환하는 동안에는 더욱 그러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VIX의 연간 계절성을 보면 7월 말부터는 치솟는 게 통상적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적극적입니다. 이번 주 전미 개인투자자협회(AAII)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향후 6개월간 강세장을 전망한 회원이 45.2%에 달해 2021년 11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자금도 증시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EPFR 자료를 인용해 투자자들이 지난 한 주간(~14일) 현금에서 379억 달러를 빼내어 주식에 223억 달러, 채권에 67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현금 감소는 8주 만에 처음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 주식에 238억 달러가 유입됐습니다. 지난 3주 동안 미국 주식에만 모두 380억 달러가 들어왔습니다. 2022년 10월 이후 가장 강력한 모멘텀입니다. 특히 기술주 펀드에 지난 8주 동안 190억 달러가 유입돼 2021년 3월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아직도 마음을 놓고 있지 않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상당수 기관 투자자가 주식 매수에 나섰지만 공매도(숏) 커버가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못해 주식을 사고 있다는 뜻입니다. 스트레타가스의 토드 손 매니징 디렉터는 "FOMO(혼자 뒤처질까 두려워서 추격 매수하는 것)가 조금 진행되고 있지만, 매우 공격적이지는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약 900명의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Marquee June QuickPoll)에 따르면 최근의 랠리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는 여전히 약합니다. 응답자의 약 절반은 자신을 비관적이라고 표현했으며 4분의 1가량만 낙관적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많은 투자자가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성장 우려 탓인지 대부분 투자자는 여전히 선진국 채권을 보유하고 주식에 대해선 하락 베팅을 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오스카 오스툴런드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기술주 랠리는 많은 투자자에게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번 랠리의 주역이었던 AI 관련주를 가볍게 여겼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스툴런드 디렉터는 투자자들이 최근 몇 달 동안 몇몇 관점을 바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먼저 "투자자들은 거의 완전히 중국 경제 재개 관련 투자를 포기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단기 채권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가격 상승을 기다리며 보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Fed의 금리 인상이 막판에 도달했다고 믿기 때문이겠지요. 세 번째, 투자자들은 선진국(DM) 주식에 대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 비중 축소보다 확대할 가능성이 거의 세 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그동안 비관론으로 일관한 이들의 반성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수석 전략가는 S&P500 지수 4200에서 지속해서 매도할 것을 권해왔습니다. 그는 오늘 보고서에서 올해 주가 전망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었다며 자신을 "뇌가 아주 작은 곰"(비관론자)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넷은 ”우리 같은 곰들이 틀렸던” 세 가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첫째, '골디락스' 경제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명목 GDP는 재정부양책과 전쟁, 노동시장에 의해 엄청나게 힘을 받았다. 또 팬데믹 이후 세계는 긴축 통화정책의 영향을 무시했다"라고 썼습니다. 둘째, 은행 혼란의 안정입니다. 그는 "실리콘밸리 은행 실패는 신용경색 위험을 높였지만, 재무부와 Fed의 비상 유동성 공급으로 가라앉았다. 양적 긴축 효과는 사라졌고 유동성이 대량 공급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셋째, AI 열풍입니다. 그는 은행 혼란을 막기 위해 공급된 유동성이 AI 테마로 유입되었고, 투자자들은 경착륙 위험 증발에 따라 추격매수에 내몰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넷은 그러면서도 비관론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지금부터 노동절(9월 4일) 사이에 S&P500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은 기껏해야 100~150포인트지만 내려간다면 300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넷은 "새롭게 빛나는 강세장의 시작에 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여전히 2000년이나 2008년의 혼합, 대폭락 전 큰 랠리(big rally before big collapse)처럼 느껴진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향후 전망을 어둡게 만들 조건을 열거했습니다. Fed가 기준금리를 6%까지 높이면서 공포를 다시 주입할 경우→국채 수익률이 추가로 급등하고→실업률이 4% 이상으로 치솟는 것을 말합니다. 그는 그런 일이 나타날 때까지는 주식은 상승하고 신용 스프레드는 낮게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주에는 주택시장 관련 데이터가 몰려나옵니다. 20일에는 5월 주택착공 및 건축 허가 건수가 발표되고요. 22일에는 기존주택 판매 수치가 나옵니다. 주택시장은 반등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주택건설업체 레나(LEN)는 실적 발표에서 주택구매자들이 7%에 가까운 모기지 금리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는 급증하고 있고 주택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ING는 "모기지 금리는 7%까지 올랐다.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은 한계에 달했지만, 판매 가능한 집이 부족해 가격이 버티고 있다. 기존주택은 단순히 살 수가 없다. 소유자들은 기존의 낮은 모기지 금리에 의해 포로로 잡혀 있다. 집을 팔면 두 배 이상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기존주택 거래는 더 둔화할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신규주택 판매가 잘 이뤄지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다음주 많은 Fed 스피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점도표를 통해 18명 중 12명이 두 차례 이상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매파적 발언이 나올 것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21일 하원, 22일 상원에서 증언합니다. 지난 FOMC 기자회견 이후 시각을 바꿀만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은 만큼 기자회견 당시와 비슷한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페덱스, 카맥스 등의 실적 발표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페덱스는 강력한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18~19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다만 별다른 성과는 없을 것입니다. 양국 긴장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방문 자체가 가장 큰 성과라는 관측이 강합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돌파구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마이크론은 중국 기업의 구매 금지 조치로 인해 매출의 '낮은 두 자릿수 비율'이 "영향을 받을 위험에 처해 있다"라고 밝힌 뒤 1.16% 하락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지난 12일까지 작년 10월 저점에서 20% 반등했습니다. 애플과 MS 엔비디아가 속한 정보기술(IT) 업종이 이 중 10.3%포인트 상승을 책임졌습니다. 알파벳 메타 넷플릭스가 포함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임의소비재를 더하면 3개 업종이 14.5%포인트를 떠맡았고요. 지난 5월까지는 이들 3개 업종만 플러스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6월 들어 모든 업종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S&P500 종목 중 가장 많이 오른 주식은 카니발(23.6%), 인텔(15.4%), 노르웨이지언 크루즈(14.3%) 에스티로더(14.3%) 캐터필러(14.2%) 등의 순입니다. 광범위한 랠리의 핵심 업종 중 하나로 꼽히는 금융주는 여전히 작년 고점 대비 약 20% 낮은 수준에 머물고, 무는 등 반등 초기이긴 합니다. 네드 데이비스는 "6월 상승세 참여 확대의 초기 징후는 랠리가 하반기까지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주말 "랠리는 초대형주를 넘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라며 S&P500 지수의 연말 전망치를 4000에서 4500으로 높였지요. 하지만 기술적으로 부정적 요인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너무 급하게 오르다 보니 과매수 신호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죠. 나스닥 지수는 이번 주까지 8주 연속 상승해 2019년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S&P500지수는 202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요. 트루인사이트에 따르면 S&P500 지수의 상대매수강도(RSI)는 70을 넘었습니다. 기준선(50)을 2 표준편차 넘는 것으로, 과매수 된 상태를 가리킵니다. 주가 변화 속도 및 모멘텀을 기반으로 산출하는 이 지수가 만약 다시 70선 밑으로 떨어진다면 하락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아마존의 주가수익비율(P/E)은 300배가 넘고 엔비디아는 224배에 달하는 등 밸류에이션도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바이탈 날리지의 애덤 크리사펄리 설립자는 "저는 한동안 꽤 낙관적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상승세를 고려할 때 그런 생각을 조정해야 할 때라고 본다. 여기서 S&P500 지수가 추가로 100포인트 이상 상승하는 걸 예상하기는 어렵다. 내년 예상 기업 이익 240달러와 P/E 19배 수준의 가격이다. 가장 좋은 상황을 완전히 반영한 것이다. 랠리가 계속되면서 주식의 위험 보상은 확실히 줄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고무적 시장 환경이 있다고 생각하고 은행과 에너지 주에선 더 많은 상승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라면서도 "시장은 긍정적인 점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어서 더 낙관적으로 되기보다는 더 조심스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씨티그룹도 S&P500 지수가 4400 이상으로 상승할 여지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기업 예상 이익의 상향 수정이 부족하고 침체가 다가오고 있으며, 많은 투자심리 지표가 단기 급등한 주가를 경계하라고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죠. 씨티는 "이를 종합하면 S&P500지수가 4400 이상 상승하는 건 상대적으로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습니다. 16일(미 동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부터 블랙아웃(침묵) 기간이 끝난 미 중앙은행(Fed) 관계자들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근원 인플레이션은 생각했던 만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아마도 더 많은 긴축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분명히 말씀드리면 Fed의 책무는 통화정책을 써서 이중 책무(최대 고용, 물가 안정)를 달성하는 것이며 지금 당장은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걸 의미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최근 은행 스트레스가 대출여건을 크게 높였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은행의 비효율적 경영에 대한 우려로 인해 통화정책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일부 은행 실패로 인해 긴축 정책을 바꾸지는 않겠다는 말이죠.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완고하게 지속하고 있다"라며 "2%가 우리 목표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수요 둔화로 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목표로 되돌아갈 것이란 그럴듯한 얘기를 여전히 믿고 있지만, 데이터가 그걸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더 많이 올리는 게 편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의 발언은 금리 상승을 자극했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월러 이사의 발언이 보도되던 오전 7시 45분께부터 상승 곡선을 그렸습니다. 오후 4시 50분께 2년물 금리는 6.5bp 오른 4.716%, 10년물은 4.4bp 상승한 3.767%에 거래됐습니다. 또 시카고 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에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25bp 인상할 것이란 베팅은 74.4%에 달했습니다. 전날 67%보다 오른 것입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1~0.5% 오르며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지속하지는 못했습니다. 나스닥은 개장 15분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습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미시간대 6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여러모로 긍정적이었습니다. 지수는 63.9로 전월 59.2보다 상승해 넉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월가 예상 60.2보다도 높았습니다. 더 좋았던 건 설문에 포함된 기대 인플레이션 조사였습니다. 소비자의 단기(1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3.3%로 전월 4.2%에서 뚝 떨어졌습니다.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것입니다. 장기(5년) 인플레이션 기대도 3.0%로 5월 3.1%보다 살짝 낮아졌습니다. 단기 기대는 휘발유 가격이 내려가면 낮아지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인플레이션 전선에는 좋은 소식이지요. 뉴욕 연방은행이 추정한 5월 기저 인플레이션 추정치(Underlying Inflation Gauge. UIG)도 3.5%로 전월보다 0.5% 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이런 긍정적 뉴스에도 지수는 힘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32%, S&P500 지수는 0.37% 내렸고 나스닥은 0.68%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 막판에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다가오는 19일 월요일은 노예해방의 날(Juneteenth)이어서 시장은 사흘간 쉽니다. 긴 주말을 앞두고 위험을 낮추기 위해 포지션을 줄어놓으려는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도했을 수 있습니다. 또 오늘은 주가지수 선물, 주가지수 옵션, 주식 옵션 및 단일 주식 선물 계약이 모두 만료되는 '쿼드러플 위칭 데이'이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핵무기 배치가 시작됐다고 확인하면서 지정학적 긴장감도 높아졌습니다. 오늘 특이한 건 주가 하락에도 변동성 지수(VIX)가 6.62%나 급락해 13.54까지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52주 신저가입니다. LPL리서치는 "역사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기간 이후에는 변동성이 낮은 기간이 뒤따랐다. 특히 약세장에서 강세장으로 전환하는 동안에는 더욱 그러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다만 VIX의 연간 계절성을 보면 7월 말부터는 치솟는 게 통상적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적극적입니다. 이번 주 전미 개인투자자협회(AAII)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향후 6개월간 강세장을 전망한 회원이 45.2%에 달해 2021년 11월 이후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자금도 증시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EPFR 자료를 인용해 투자자들이 지난 한 주간(~14일) 현금에서 379억 달러를 빼내어 주식에 223억 달러, 채권에 67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습니다. 현금 감소는 8주 만에 처음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 주식에 238억 달러가 유입됐습니다. 지난 3주 동안 미국 주식에만 모두 380억 달러가 들어왔습니다. 2022년 10월 이후 가장 강력한 모멘텀입니다. 특히 기술주 펀드에 지난 8주 동안 190억 달러가 유입돼 2021년 3월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아직도 마음을 놓고 있지 않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상당수 기관 투자자가 주식 매수에 나섰지만 공매도(숏) 커버가 많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지못해 주식을 사고 있다는 뜻입니다. 스트레타가스의 토드 손 매니징 디렉터는 "FOMO(혼자 뒤처질까 두려워서 추격 매수하는 것)가 조금 진행되고 있지만, 매우 공격적이지는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약 900명의 기관 투자자를 상대로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Marquee June QuickPoll)에 따르면 최근의 랠리에도 불구하고 투자심리는 여전히 약합니다. 응답자의 약 절반은 자신을 비관적이라고 표현했으며 4분의 1가량만 낙관적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많은 투자자가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성장 우려 탓인지 대부분 투자자는 여전히 선진국 채권을 보유하고 주식에 대해선 하락 베팅을 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오스카 오스툴런드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기술주 랠리는 많은 투자자에게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번 랠리의 주역이었던 AI 관련주를 가볍게 여겼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스툴런드 디렉터는 투자자들이 최근 몇 달 동안 몇몇 관점을 바꿨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먼저 "투자자들은 거의 완전히 중국 경제 재개 관련 투자를 포기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단기 채권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바뀌었고, 가격 상승을 기다리며 보유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Fed의 금리 인상이 막판에 도달했다고 믿기 때문이겠지요. 세 번째, 투자자들은 선진국(DM) 주식에 대해 좀 더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 비중 축소보다 확대할 가능성이 거의 세 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그동안 비관론으로 일관한 이들의 반성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넷 수석 전략가는 S&P500 지수 4200에서 지속해서 매도할 것을 권해왔습니다. 그는 오늘 보고서에서 올해 주가 전망에 대해 너무 비관적이었다며 자신을 "뇌가 아주 작은 곰"(비관론자)이라고 불렀습니다.
하넷은 ”우리 같은 곰들이 틀렸던” 세 가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첫째, '골디락스' 경제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명목 GDP는 재정부양책과 전쟁, 노동시장에 의해 엄청나게 힘을 받았다. 또 팬데믹 이후 세계는 긴축 통화정책의 영향을 무시했다"라고 썼습니다. 둘째, 은행 혼란의 안정입니다. 그는 "실리콘밸리 은행 실패는 신용경색 위험을 높였지만, 재무부와 Fed의 비상 유동성 공급으로 가라앉았다. 양적 긴축 효과는 사라졌고 유동성이 대량 공급됐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셋째, AI 열풍입니다. 그는 은행 혼란을 막기 위해 공급된 유동성이 AI 테마로 유입되었고, 투자자들은 경착륙 위험 증발에 따라 추격매수에 내몰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넷은 그러면서도 비관론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지금부터 노동절(9월 4일) 사이에 S&P500 지수의 추가 상승 여력은 기껏해야 100~150포인트지만 내려간다면 300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넷은 "새롭게 빛나는 강세장의 시작에 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 여전히 2000년이나 2008년의 혼합, 대폭락 전 큰 랠리(big rally before big collapse)처럼 느껴진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향후 전망을 어둡게 만들 조건을 열거했습니다. Fed가 기준금리를 6%까지 높이면서 공포를 다시 주입할 경우→국채 수익률이 추가로 급등하고→실업률이 4% 이상으로 치솟는 것을 말합니다. 그는 그런 일이 나타날 때까지는 주식은 상승하고 신용 스프레드는 낮게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주에는 주택시장 관련 데이터가 몰려나옵니다. 20일에는 5월 주택착공 및 건축 허가 건수가 발표되고요. 22일에는 기존주택 판매 수치가 나옵니다. 주택시장은 반등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주택건설업체 레나(LEN)는 실적 발표에서 주택구매자들이 7%에 가까운 모기지 금리에 익숙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수요는 급증하고 있고 주택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설명했습니다. ING는 "모기지 금리는 7%까지 올랐다. 소비자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은 한계에 달했지만, 판매 가능한 집이 부족해 가격이 버티고 있다. 기존주택은 단순히 살 수가 없다. 소유자들은 기존의 낮은 모기지 금리에 의해 포로로 잡혀 있다. 집을 팔면 두 배 이상의 금리를 부담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기존주택 거래는 더 둔화할 가능성이 크고, 그 결과 신규주택 판매가 잘 이뤄지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다음주 많은 Fed 스피커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점도표를 통해 18명 중 12명이 두 차례 이상의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매파적 발언이 나올 것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21일 하원, 22일 상원에서 증언합니다. 지난 FOMC 기자회견 이후 시각을 바꿀만한 데이터가 나오지 않은 만큼 기자회견 당시와 비슷한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페덱스, 카맥스 등의 실적 발표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페덱스는 강력한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18~19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다만 별다른 성과는 없을 것입니다. 양국 긴장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방문 자체가 가장 큰 성과라는 관측이 강합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동안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돌파구도 기대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마이크론은 중국 기업의 구매 금지 조치로 인해 매출의 '낮은 두 자릿수 비율'이 "영향을 받을 위험에 처해 있다"라고 밝힌 뒤 1.16% 하락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