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마스의 '슈퍼 콘서트'는 끝내줬다… 옥에 티는 음향
"안녕, 코리아! 안녕, 서울!"

17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 화려한 불꽃과 함께 서툰 한국말이 공연장 안에 울려퍼지자 5만 명의 관객들이 함성을 질러댔다. 황금같은 토요일 저녁, 이들을 잠실로 이끈 주인공은 바로 팝스타 브루노 마스(38).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의 27번째 공연이자, 그의 두 번째 내한공연이다.

이번 내한공연은 2014년 이후 9년 만인 만큼 시작 전부터 화제였다. 17~18일 이틀간 10만1000여석에 달하는 좌석 티켓은 1시간도 채 안 돼 팔려나갔다. 이날 공연장 밖에는 '티켓팅'엔 실패했지만 멀리서나마 마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팬들로 길게 줄이 늘어섰다.

100분간의 공연은 마스가 왜 '팝의 제왕'으로 불리는지 증명하는 자리였다. 첫 곡 '24K 매직'부터 '피니스', '트레저', '빌리어네어' 등 10여 곡을 쉼없이 내리 불렀는데도 가창력은 흔들림이 없었다. 말 그대로 CD를 삼킨 것 같은 실력이었다.
브루노 마스의 '슈퍼 콘서트'는 끝내줬다… 옥에 티는 음향
마스는 그 흔한 토크 시간도 없이 공연에만 집중했다. '런어웨이' 등 댄스곡을 부를 때는 관중들과 흥겹게 몸을 흔들었고, '리브 더 도어 오픈' 등 R&B 곡에선 호소력 짙은 애드리브를 선보였다.

하이라이트는 마스가 직접 건반을 치며 부른 '히트곡 메들리'였다. 마스는 2010년 데뷔 이후 내놓는 음반마다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리고, 그래미 어워즈를 15번이나 받은 '스타 중의 스타'. 그런 만큼 히트곡이 많은데, 한국 팬들이 아쉬워하지 않도록 '토킹 투 더 문' '그레네이드' '나띵 온 유' 등 관객들에게 친숙한 히트곡을 짧게짧게 불렀다.

마스만 놓고 보면 흠 잡을 데가 없었지만, 아쉽게도 '역대급 공연'은 되지 못했다. 잠실주경기장의 음향 탓이다. 마스의 고음과 밴드 연주 소리를 음향이 온전히 전달하지 못했다. 특히 프레스석이 있었던 2층에선 일렉기타와 색소폰 고음 부분은 째져서 들렸고, 베이스와 드럼의 저음도 뭉개졌다.
브루노 마스의 '슈퍼 콘서트'는 끝내줬다… 옥에 티는 음향
그래서인지 그의 가창력이 가장 빛났을 때는 오히려 밴드 연주가 최소화됐을 때였다. 단순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불렀던 '웬 아이 워즈 유어 맨'에서 고음을 시원하게 뽑아낼 때는 소리가 관객석 끝까지 뻗어나갔다.

관객과의 호흡도 '톱스타'다웠다. '메리 유'에선 "헤이 서울, 아이 싱크 아이 워너 메리 유"로 부르고, '콜링 올 마이 러블리스'에선 가사에 "보고싶어요"를 넣는 등 한국 관객만을 위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중간중간 한국말로 "재미있어요?"라며 관중들의 함성을 유도하기도 했다. 화려한 폭죽과 함께 막을 내린 공연은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