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직원 와이프와 불륜…회사가 징계할 수 있을까
*이 글은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의 법률 자문 아래 작성됐습니다.

사생활이 업무에 지장 줬는지가 핵심공무원은 더 엄격
퇴근 후 유튜브 활동, 근태 불량하지 않다면 징계 어려워
일하면서 알게 된 지식이나 회사 영업비밀 누설 땐 가능
인사 담당자라면 근로자의 근무시간 외 행위, 사생활 행동을 이유로 골머리를 앓아본 일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개인 사생활을 중시하는 사회적 여론이 강해지면서 근로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근로자의 사생활 문제만을 이유로 징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중요 업무를 위한 해외 출장 중 음주부터 근무시간 후 유튜브 활동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 알아보자.

해외 출장 중 음주나 사적인 관계, 사생활일까

원칙적으로 근무시간 외 사생활은 근로에 영향을 미치거나 그 행동이 회사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징계 대상이 아니다. 근로자는 근로계약에 따라 사용자에 대한 성실의무가 있지만 반대로 근로자의 사생활 자유, 행복추구권도 헌법상 권리다. 따라서 해외 출장 중 근무를 마치고 음주하거나 사적인 관계를 맺더라도 업무에 지장을 줬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징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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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급심 판례 중에는 기내 근무를 마친 뒤 해외 현지 호텔에서 팀원인 여승무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항공사 승무원 팀장에 대한 징계를 정당하다고 봤다(서울행정법원 2011. 8. 26 선고 2011구합11365 판결). 업무 특성상 해외 체류 호텔에서 충분히 휴식해야 승객 안전을 도모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근거였다. 해외 체류 중인 호텔을 개인 사생활 영역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사례여서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대구지방법원은 최근 해군 A 소령이 해군항공사령관을 상대로 낸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 소령은 자녀의 유치원 체육대회에서 만난 해병대 대위의 아내와 친분을 쌓아오다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 이들은 호텔이나 해병대 대위 관사 등의 장소에서 불륜 행위를 저질렀다.

공무원 사생활이 징계사유가 되려면 공무수행과 직접 관련성이 있거나 공직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품위유지 의무 위반의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불륜 행위는 공무원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행위”라며 “국방부 훈령은 품위유지 의무 위반의 비위 유형 중 하나로 불륜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근무와 무관한 형사처벌 땐?

근로자의 사생활에서의 비행(非行)은 회사의 사업활동과 직접 관련 있거나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것에 한해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93누23275).

판례 중에는 택지 개발과 공급, 주택 건설, 공급 등을 하는 공기업에서 부동산 보상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가 부동산 투기를 한 경우 회사의 사회적 평가에 심히 중대한 악영향을 미치므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경우가 있다(93누23275 판결).

그러나 ‘범죄행위’라면 문제가 다르다. 예컨대 근로와 무관하게 성범죄를 저질러 형사판결(벌금형)을 받은 직원이 있는데 사업장 내 여성 근로자가 다수라면 더욱 문제 될 수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유죄 판결’을 해고 등 징계사유로 정한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두고 있는 사례가 종종 있다.

다만 그에 근거해 징계를 내리기 전에 주의해야 할 것은 형이 ‘확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대법원 최종 판결 혹은 상소 포기 등으로 형이 확정된 경우에만 징계가 가능하다.

만약 실제 구속이 아니라 집행유예를 받았다면 어떨까. 이 역시 ‘유죄 확정판결’이기 때문에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회사와의 신뢰 관계가 상실돼 근로관계 유지가 기대될 수 없다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신체구속 상태를 불문하고 징계 대상이라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다(97다9239).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근로와 무관한 사유로 형사처벌을 받은 게 당연면직이 가능한지는 취업규칙상 형사 유죄판결을 당연면직 사유로 규정한 취지, 범죄행위로 인해 회사의 명예나 신용이 실추된 것인지, 범죄행위 내용이나 정도 등에 따라 사용자와 근로자 간 신뢰 관계가 상실됐는지 등을 종합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근무시간 이후 유튜브 활동

요즘 근로자들이 근무시간 이후 유튜브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 활동으로 근무에 영향을 받거나 근무시간 중에 유튜브 또는 브이로그 방송을 위한 준비행위를 하거나 유튜브 활동으로 인해 근태가 불량하거나 유튜브 내용 중 회사의 업무수행 중에 취득한 지식, 영업비밀을 누설했다면 당연히 징계가 가능하다.

그 정도가 아니라면 퇴근 후 유튜브 활동만을 이유로 징계는 어렵다. 물론 영리활동 신고 규정이 있다면 이를 위반한 것을 이유로 징계가 가능하겠지만, 경징계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 변호사는 “사생활 문제의 심각성 정도, 이로 인한 사용자의 사회적 평가 실추, 기존 근로자들과의 협업 가능성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