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학업 경쟁을 시작해야 유리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학원 차량들이 아이들을 실어나르는 모습.  한경DB
영·유아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학업 경쟁을 시작해야 유리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어서다. 학원 차량들이 아이들을 실어나르는 모습. 한경DB
유아 사교육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미취학 아동 다섯 명 중 한 명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이외의 학원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또래 아이들보다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이 사교육을 찾는 주된 이유다. 월 100만대 소위 ‘영어 유치원’ 역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영유아 시기에 지나치게 사교육에 노출되는 것은 아이들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영유아 22%가 학원 다닌다

"또래에 뒤처질라"…영유아마저 '학원 뺑뺑이'
육아정책연구소(KICCE)가 최근 발간한 ‘KICCE 소비실태조사(2022년 기준)’ 보고서에 따르면 만 0~6세 영유아 2393명 가운데 524명(21.9%)은 지난해 체육·영어 등 학원을 다닌 경험이 있었다. 4년 전인 2018년(15.5%)에 비해 6.4%포인트 늘었다. 반일제 이상인 영어학원(유치원)과 놀이학원 등을 제외한 단시간 학원만 포함된 수치다. 이들은 1주일에 평균 3.9시간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학원을 더 많이 다녔다. 만 5세는 전체의 41.8%, 만 6세는 55.8%가 사교육을 받았다. 학원에서는 체육(60.8%) 과목을 수강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고, 이어 미술 35.0%, 영어 12.6%, 음악 11.3%, 수학 및 과학 9.7% 순이었다.

부모가 고소득일수록 더 많은 학원비를 썼다. 학원을 다니는 영유아 중 부모의 월소득 300만원대 가구는 매달 14만8000원, 월소득 600만원 이상인 가구는 18만8000원을 썼다. 전체 평균(6만6000원)의 2~3배에 달한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부모의 40.0%는 사교육 비용에 대해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사교육을 받게 하는 이유는 35.6%가 ‘자녀가 또래 아이들에 비해 뒤처질까봐 두려워서’라고 대답했다. ‘선행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서’라는 응답도 10.5%에 달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공교육 역할을 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육·보육에 부족함을 느낀 보호자들이 사교육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월 100만원대 영어학원 ‘북적’

일반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아닌 고가의 ‘영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도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2017년 474곳에서 작년 811곳으로 337곳(71.1%) 증가했다. 전국 사립유치원이 2017년 4282곳에서 지난해 3446곳으로 836곳(19.5%)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영어유치원 등의 평균 수강비는 월 100만원에 육박한다. 서울 지역에선 월 150만~200만원 수준의 영어학원도 흔하다.

아동 교육 전문가들은 사교육 강화가 아이들 발달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혜숙 경인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부모님들이 기관을 선택할 때 보육보다 학업에 초점을 맞추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전인교육이 필요한 유아기에 맹목적으로 학업 목표만 있는 시설에 보내는 것은 자녀의 인지, 정서, 사회성, 신체 발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생을 모으기 위한 과장 광고 등도 성행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이 올 4~5월 유아 대상 영어학원 283곳을 조사한 결과, 3곳 중 1곳에서 운영상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명칭 사용 위반 13건, 교습비 관련 위반 32건, 게시·표시·고지 위반 29건, 거짓·과대광고 7건 등 총 95곳에서 139건의 위반사항이 나왔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