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창업 생태계가 ‘세계 톱10’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다시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평가기관인 스타트업지놈이 지난 15일 공개한 ‘2023 글로벌 창업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및 서울 근교의 창업생태계는 세계 12위로 평가됐다. 작년에는 10위를 기록했는데 두 계단 내려갔다.

스타트업지놈은 100여 개 국가, 290여 개 주요 도시의 창업생태계 가치를 매겼다. 스타트업 개수와 펀드 규모 및 투자금 회수, 기술과 인재, 정책 등을 반영했다.

1위 자리에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올랐다. 실리콘밸리는 이 단체가 평가를 시작한 2011년 후 한 번도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이어 뉴욕과 영국 런던이 공동 2위를 차지했고, 로스앤젤레스 4위, 이스라엘 텔아비브 5위, 보스턴 6위 등의 순이었다. 7위는 중국 베이징으로 아시아 도시 중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는 8위, 상하이 9위, 시애틀 10위, 워싱턴DC는 11위였다.

스타트업지놈은 서울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지난해보다 2단계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12위를 기록했다”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도 작년 9개에서 17개로 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대학 수준 및 연구개발(R&D) 역량과 서울시가 추진 중인 5조원 규모의 스타트업 펀드 등을 긍정적으로 소개했다.

서울의 창업생태계는 자금 조달, 지식 축적, 활동성, 네트워킹, 인재 양성 등에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10점 만점에 7~8점을 받았다. 올해 순위가 낮아진 것은 전체 평가에서 15% 비중을 차지하는 시장 진출 분야에서 지난해 5점을 받은 데 비해 올해는 1점밖에 얻지 못한 영향이 컸다.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셈이다.

시장 진출 항목은 국내총생산 대비 10억달러 이상 엑시트(투자금회수) 개수, 5000만달러 이상의 시리즈 A투자, 국가 차원의 지식재산권(IP) 상용화, 스타트업 관련 정책 등을 반영한다. 서울시는 유독 이 분야 점수가 낮은 원인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시 경제정책실 관계자는 “세부 보고서를 검토하고 시가 추진하는 ‘세계 5대 창업도시’ 정책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창업생태계의 종합 가치는 2110억달러(약 268조원)로, 순위 하락에도 불구하고 작년 1770억달러(약 225조원)보다 19%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선 싱가포르의 약진(2022년 18위→10위)이 눈에 띈다.

지놈 측은 “400억달러 가치를 지닌 모빌리티 플랫폼 그랩, 글로벌 3대 암호화폐거래소로 성장한 쿠코인 등을 보유했다”며 “IP, 세금 혜택, 뛰어난 투자환경으로 사업하기 좋은 국가”라고 설명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