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포퓰리즘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김홍기 차기 한국경제학회장(한남대 경제학과 교수)의 지적은 ‘위험한 퍼주기’에 마약처럼 중독돼 가는 우리 정치·경제·사회에 대한 경고다. 그의 우려대로 포퓰리즘을 주도하는 정치권의 폭주는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쌀 농가의 표심을 잡기 위해 밀어붙인 양곡법 개정안이 대통령 거부권에 막힌 후에도 노인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 인상, 청년층을 겨냥한 학자금 무이자 대출 등 모든 계층과 연령대를 겨냥한 ‘현금 살포’ 입법전에 나서고 있다. 여러 사안에서 격렬하게 대립하던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금액을 완화하는 데는 너무나 쉽게 합의하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1000원의 아침밥’ 사업에선 원조 논쟁을 벌이는 등 퍼주기 경쟁은 여야가 따로 없다.

그러는 사이 나라 살림은 파탄 위기에 처했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 채무는 소득주도 성장 등 대책 없는 인기영합 정책을 남발한 지난 정부 5년 동안 400조원 넘게 급증해 지난해 1067조원에 달했다. 하루에 1800억여원씩, 1분에 1억원 이상씩 무시무시한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포퓰리즘이 무서운 것은 마약과 같은 중독성 때문이다. 한 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그 유산을 청산하려는 수많은 노력에도 남미 여러 나라에서 포퓰리즘 정권이 유지되거나 거듭 되살아나는 것은 중독성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준다. 그 끝은 경제 파탄과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자유, 시장, 경쟁 등 경제 질서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대의민주제를 파괴하고 사회를 분열시킨다. 이제 막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상황에 이런 망국병에 전 국민이 중독돼 가고 있다는 진단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그런데도 야당이 재원 마련 방안 없이 35조원 규모의 돈풀기(추가경정예산)를 추진하는 것은 당황스럽다.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인 재정준칙 법안은 국회에서 32개월째 표류 중이다. 김 차기 학회장 지적대로 비정상이 오래되면 그 전 상황으로 되돌아오기 어렵다. 더 늦기 전에 벗어나야 한다. 국민적 각성과 함께 ‘정치 포퓰리즘’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