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아침밥·전국민 지원금…포퓰리즘에 익숙해지는 상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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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 - 차기 한국경제학회장 김홍기 한남대 교수
등록금 통제, 사회주의 국가도 안해…교육혁신 차단
'상저하고'는 희망사항…장기 저성장 지속될 가능성
한·미 금리차 비정상적…자본유출 땐 속도 엄청 빠를 것
등록금 통제, 사회주의 국가도 안해…교육혁신 차단
'상저하고'는 희망사항…장기 저성장 지속될 가능성
한·미 금리차 비정상적…자본유출 땐 속도 엄청 빠를 것
“세금으로 대학생에게 아침밥을 1000원에 제공하거나, 소득과 자산이 많은 고령자에게도 정부가 일자리를 지원하는 것은 비합리적인 포퓰리즘일 수 있습니다.”
최근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에 선출된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편적 시야로 사회·경제 정책이 왜곡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이런 정책이 “감정적으로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걸 거론하며 “국민이 포퓰리즘에 익숙해지는 상황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마친 국내파 경제학자로 한국국제경제학회장을 지냈다. 내년 2월 54대 한국경제학회장(임기 1년)에 취임한다. 김 교수를 한국경제신문사 사옥에서 만났다.
▷포퓰리즘을 비판했는데, 얼마나 심각하다고 봅니까.
“아침밥을 사 먹기 어려운 대학생이나 소득과 자산이 부족한 고령자를 돕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봅니다. 이런 식의 지원은 정작 필요한 곳에 사용해야 할 재정을 갉아먹고, 현실을 왜곡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고용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이 좋아 보이지만 노인 일자리 효과에 따른 착시일 수 있습니다. 이런 왜곡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까.
“15년간 대학 등록금을 동결한 결과가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등록금 동결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시행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통제입니다. 당장은 학생 부담이 줄어든 것 같지만 대학 혁신을 가로막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민이 포퓰리즘에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경제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돈을 푸는 것은 더 깐깐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간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추경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식의 추경은 재정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효과도 없습니다.”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이 어둡습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은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암울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코로나19 위기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고, 내수에서도 성장을 끌어올릴 동력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거품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도 있습니다.”
▷정부는 ‘상저하고’를 전망합니다.
“희망을 담은 것이라고 봐야겠죠. 하반기에 특별히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할 요소가 없습니다. 수출이 반등할 것이라는 게 ‘상저하고’의 근거인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이 통하지 않는 도전적인 환경 등 한국을 둘러싼 세계 경제 상황을 보면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봐도 그렇고요. 하반기 반등이 어려운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까.
“미·중 갈등이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같은 상황이 단기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적자가 지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환율과 소득 변동에 따른 수출입 조정으로 경상수지는 균형으로 수렴할 것으로 봅니다. 이를 위해선 과도한 중국 의존을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경기 반등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완화로 한은의 통화정책 선택 폭이 다소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가 너무 커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현재 1.75%포인트의 금리 차는 자본 이동성이 높은 경제 환경을 감안하면 비정상 상황이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습니다.
“미국 금리가 낮아지거나, 한국이 금리를 높여 차이를 줄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자본 유출이 시작되면 기대가 변하면서 급격한 유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외환 부문에 타격이 생기면 국내 요인보다 더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추경을 편성해 경기를 부양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추진한 대대적 확장 재정정책의 부작용을 아직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또 추경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이보다는 구조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정부의 구조개혁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정부는 규제 완화와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절실한 문제지만 정책의 진도는 아직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치적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학회 등 학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부문의 부실이 금융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 건설사 부실과 금융회사 안정성, 역전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의 부동산 거품은 과도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해소 차원에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바람직한 측면도 있습니다. 과도한 가계부채를 부담하면서 부동산을 구매한 소위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대해서는 이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구제해줄 경우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어렵습니다.”
▷내년도 한국경제학회가 주력할 분야는 무엇입니까.
“얼떨결에 내년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국내에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교수가 학회장이 된 것은 거의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그간 주류에서 벗어나 있던 젊은 학자와 지방대 교수 등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 연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연구자의 데이터 수집을 돕는 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최근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에 선출된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편적 시야로 사회·경제 정책이 왜곡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이런 정책이 “감정적으로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걸 거론하며 “국민이 포퓰리즘에 익숙해지는 상황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마친 국내파 경제학자로 한국국제경제학회장을 지냈다. 내년 2월 54대 한국경제학회장(임기 1년)에 취임한다. 김 교수를 한국경제신문사 사옥에서 만났다.
▷포퓰리즘을 비판했는데, 얼마나 심각하다고 봅니까.
“아침밥을 사 먹기 어려운 대학생이나 소득과 자산이 부족한 고령자를 돕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은 포퓰리즘이라고 봅니다. 이런 식의 지원은 정작 필요한 곳에 사용해야 할 재정을 갉아먹고, 현실을 왜곡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 고용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이 좋아 보이지만 노인 일자리 효과에 따른 착시일 수 있습니다. 이런 왜곡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나타나고 있습니까.
“15년간 대학 등록금을 동결한 결과가 교육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등록금 동결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시행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통제입니다. 당장은 학생 부담이 줄어든 것 같지만 대학 혁신을 가로막았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이는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결과로 이어질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민이 포퓰리즘에 익숙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경제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돈을 푸는 것은 더 깐깐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간 법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추경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식의 추경은 재정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효과도 없습니다.”
▷올해 한국 경제 전망이 어둡습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성장률 전망을 낮춘 것은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암울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코로나19 위기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긴축적 통화정책이 경제 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가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고, 내수에서도 성장을 끌어올릴 동력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부동산 거품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도 있습니다.”
▷정부는 ‘상저하고’를 전망합니다.
“희망을 담은 것이라고 봐야겠죠. 하반기에 특별히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기대할 요소가 없습니다. 수출이 반등할 것이라는 게 ‘상저하고’의 근거인데,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이 통하지 않는 도전적인 환경 등 한국을 둘러싼 세계 경제 상황을 보면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점을 봐도 그렇고요. 하반기 반등이 어려운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까.
“미·중 갈등이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같은 상황이 단기적으로 해소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적자가 지속되지는 않을 겁니다. 환율과 소득 변동에 따른 수출입 조정으로 경상수지는 균형으로 수렴할 것으로 봅니다. 이를 위해선 과도한 중국 의존을 줄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경기 반등을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완화로 한은의 통화정책 선택 폭이 다소 확대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가 너무 커 금리를 내리기는 어려울 겁니다. 현재 1.75%포인트의 금리 차는 자본 이동성이 높은 경제 환경을 감안하면 비정상 상황이라고 판단합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하락(원화 가치 상승)했습니다.
“미국 금리가 낮아지거나, 한국이 금리를 높여 차이를 줄일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자본 유출이 시작되면 기대가 변하면서 급격한 유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외환 부문에 타격이 생기면 국내 요인보다 더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추경을 편성해 경기를 부양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추진한 대대적 확장 재정정책의 부작용을 아직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또 추경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이보다는 구조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합니다.”
▷정부의 구조개혁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정부는 규제 완화와 노동·연금·교육 개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절실한 문제지만 정책의 진도는 아직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정치적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경제학회 등 학계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부문의 부실이 금융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 건설사 부실과 금융회사 안정성, 역전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기간의 부동산 거품은 과도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해소 차원에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바람직한 측면도 있습니다. 과도한 가계부채를 부담하면서 부동산을 구매한 소위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대해서는 이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구제해줄 경우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어렵습니다.”
▷내년도 한국경제학회가 주력할 분야는 무엇입니까.
“얼떨결에 내년 회장을 맡게 됐습니다. 국내에서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교수가 학회장이 된 것은 거의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그간 주류에서 벗어나 있던 젊은 학자와 지방대 교수 등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 연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연구자의 데이터 수집을 돕는 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