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
벤 롤런스 지음
노승영 옮김
엘리
456쪽 / 2만2000원

“나무가 건네는 것은 이제 위로가 아니라 경고다.”

영국 작가인 벤 롤런스는 신간 <지구의 마지막 숲을 걷다>에서 이 같은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구온난화, 대기오염 등 무너지는 환경 속에서 숲과 나무에 기댄 채 살아온 인류에게는 섬뜩한 말이다.
지구가 숲으로 뒤덮이면 기후변화 걱정이 끝날까[책마을]
국제인권감시기구에서 아프리카대륙의 분리주의를 연구하고, 탄자니아와 영국 의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저자는 지구의 ‘진짜 허파’이자 지구 최북단의 숲인 북부한대수림에서 4년간 기후변화와 수목한계선을 연구한 결과를 책에 담았다.

그의 여정은 스코틀랜드, 노르웨이,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 등 북부 지방 여섯 곳에서 이어진다. 이곳의 북부한대수림은 지표면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지구상에 있는 모든 나무의 3분의 1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수목한계선은 고산 및 극지에서 수목이 생존할 수 있는 극한의 선이지만, 현재 해마다 수백m씩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엔 몇 백년간 수십㎝를 움직였다.

우리는 나무가 환경 오염을 해결해 줄 것으로 믿고, 숲이 지구를 뒤덮으면 보다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저자는 이 같은 인식이 틀렸다고 말한다. 지역마다 기후변화 양상이 다르고, 가장 수가 많고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종인 우점종(優占種)이 달라 숲이 있어서는 안되는 곳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무는 기온 상승을 막아주는가 하면 온난화를 부추기기도 한다. 지구가 따뜻해지고 빙하가 녹으면서 나무가 뿌리 내릴 땅이 늘어난다. 그에 따라 미생물 활동이 증가해 다시 대지의 온난화와 빙하의 해빙이 가속화된다.

거대한 초록 숲이 흰색의 북극을 향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현상을 반복하고 있다. 수목한계선이 더 이상 지도에 고정된 선이 아니라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곳과 실제로 자라는 곳이 불일치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순록의 개체수를 늘려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한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땅이 녹고 얼기를 반복했고, 땅의 표면에 얼음 껍질이 형성돼 순록이 주요 먹이인 지의류에 접근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면 스코틀랜드에선 한 보호구역에 외롭게 있는 ‘할머니 소나무’를 위해 사슴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최상위 포식자가 없는 숲에서 사슴이 어린 나무들을 먹어 치워버려 소나무가 번성할 수 없어서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복잡다단하다. 저자는 수목한계선을 따라가는 여정 동안 지구온난화가 이미 상당히 진행됐으며 이를 완전히 멈추는 건 늦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넷제로’ ‘녹색성장’ ‘탄소중립’ 등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전략보다는 각각 다른 생태계에 맞는 상이한 해결책을 세우고 그 속에서 희망을 찾고자 한다. 현상을 설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해결책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한 건 아쉽다.

우리는 언젠가 우리가 살아갈 이 땅을 위해 나무를 베어야 하고, 사슴을 죽여야 하는 매우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지 모른다. 어려운 선택을 요구하는 이 책은 지구 생명에 대한 확실한 경고다.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