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로 촉발된 미투 운동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대만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로 촉발된 미투 운동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대만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로 촉발된 미투 운동이 정치권을 비롯한 사회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BBC는 대만에서 지난 2주 동안 90명 이상의 여성이 미투 고발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초반 정치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미투 고발은 점차 의료, 교육, 스포츠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도화선이 된 건 지난 4월말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대만 정치드라마 '인선지인 : 웨이브 메이커스'다. 이 드라마는 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자의 캠프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 보좌관이 겪을 일을 다룬다.

현재 확산하고 있는 미투 운동의 구호는 "이대로 놔두지 말자"인데, 드라마에서 성추행을 당한 주인공에게 "당에 미칠 타격을 감수하더라도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이대로 놔두지 말자"는 대사가 나온다.

현지 매체 타이완 뉴스는 정치권 인사들을 향한 미투 고발이 이어지면서 고위 당직자들이 잇따라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13일 전했다.

민진당의 전 당원 A씨는 지난해 당내에서 성희롱 당한 사실을 민진당 여성부(성평등부) 주임에게 신고했으나, 여성 인권운동가 출신인 주임으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2차 피해를 입었다고 폭로했다.

민진당 청년부에서 근무하던 또 다른 당원 B씨는 동료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청년부 주임에게 보고했으나, 오히려 업무에서 배제되는 등 부당한 대우와 따돌림을 당해 결국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총통이자 전 민진당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우리의 잘못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용감한 친구들에게 감사드린다.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집권당인 민진당은 여성의 정치 참여와 성평등, 젠더 이슈를 강조해 왔던 바 큰 타격을 입었다. 내년 1월 예정된 차기 총통 선거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대만이슈리서치센터는 민진당에 대한 호감도가 '미투' 이전인 지난 5월 중순 정점을 찍고 이달 초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