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갈라의 계절'…이 춤, 뷔페일까 오마카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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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정옥희의 숨은 춤 찾기
뷔페를 좋아하시나요? 회부터 갈비까지, 아이스크림부터 마카롱까지 한 접시에 담아 맛볼 수 있는 뷔페는 아이들의 꿈이지요. 뷔페 뿐 아니라 샘플러나 종합선물세트처럼 여러 가지를 한데 모은 것들은 늘 인기가 많습니다. 이 많은 것 중에 좋아하는 것이 하나쯤은 있을 거라는 안도감을 주니까요. 주는 입장에선 취향에 맞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벗어나고, 받는 입장에선 부담 없이 취향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뷔페의 다양함은 풍성함과 따뜻함, 즐거움과 연결되며 모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이러니 생일이나 연말이면 뷔페에 가고 싶어지겠지요.
긴 작품의 하이라이트만 떼서 모아 놓은 갈라 공연은 뷔페와 같습니다. 관객으로선 한 자리에서 여러 무용수와 다양한 작품을 요모조모 맛볼 수 있으니 만족감이 높습니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여러 작품을 알차게 맛볼 수 있으니 가성비 높은 공연인 셈입니다. 따라서 갈라는 초보자들을 위한 입문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소속 단체가 있는 무용수들에게도 갈라는 특별합니다. 무용수들도 직장인처럼 지위나 역할이 고정된 편이다보니 갈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파트너와,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됩니다. 자신이 자신 있는 작품을 반복하는 이들도 있지만 새로운 작품에 도전해보거나 아예 안무를 시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갈라는 초심자에게도, 골수팬에게도 특별한 이벤트가 됩니다.
여름은 갈라의 계절입니다. 갈라라는 게 제철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서양에서는 가을부터 봄까지 이어지는 발레단의 시즌이 끝난 후 두세 달의 여름휴가 기간 (혹은 계약 종료 기간) 동안 개별 무용수를 모아 꾸리는 갈라가 늘어나며 여름이 제철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여름이면 각종 갈라가 풍성합니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무용수들이 귀국하거나 해외 스타들을 초청하면서 평소 보기 힘들었던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그런데 세상엔 뷔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배는 부른데 뭘 먹었는지 모르겠다,’ ‘하나라도 제대로 먹고 싶다’라고 하지요. 갈라도 마찬가집니다. 작품의 일부분, 특히 남녀 듀엣이나 솔로만 떼서 나열하다보니 비슷비슷한 레퍼토리들이 반복됩니다. 또한 빠른 시간 안에 볼거리를 보여주고 박수 받을 만 한 테크닉을 강조하는 갈라가 유행하면서 발레 관람 방식이 더욱 자극적이고 단편적으로 변화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SF작가 듀나의 논리에 따르면, 갈라는 포르노와 유사합니다. “독자가 추구하는 욕망이나 쾌락이 너무 쉽게 제공”되고 “엑기스들만 따로 떼어내져서 감상”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갈라를 포르노에 비유하는 건 불쾌할 수 있지만, 개별 작품의 하이라이트가 맥락 없이 나열됨을 생각하면 납득됩니다. 갈라에선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절정에 이른 순간-화려한 결혼식이든, 오붓한 침실이든-이 거두절미하고 시작되지요. 돌고 뛰는 테크닉의 향연은 물론, 두 시간 공연에서 끌어올렸던 감정을 십분 만에 폭발해야 하니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힘이 듭니다. 게다가 뒤이어 전혀 다른 작품이 이어집니다. 뷔페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육회를 먹다가, 치즈 케이크를 먹다가, 잡채를 먹듯이 갈라에서도 십 분마다 무드가 바뀝니다.
뷔페에서 과식이 두렵듯 갈라에선 강-강-강으로 이어지는 자극에 피곤해집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것들을 맛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도 부담감은 줄일 수 있을까요?
이왕 외식업에 비유했으니 더 밀고 나가볼까 합니다. 메뉴의 가짓수가 많을 뿐 아니라 하나하나에 의미와 해석을 담아 구성한 식사라면 구미가 당기지요? 최근 오마카세(맡김차림)가 인기 있는 이유입니다. 갈라도 오마카세처럼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나 구성 요소들이 보다 섬세하고 적극적으로 조율될 수 있습니다. 갈라가 다양함 너머 취향과 철학을 담아낸다면 제철 갈라의 풍미도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긴 작품의 하이라이트만 떼서 모아 놓은 갈라 공연은 뷔페와 같습니다. 관객으로선 한 자리에서 여러 무용수와 다양한 작품을 요모조모 맛볼 수 있으니 만족감이 높습니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여러 작품을 알차게 맛볼 수 있으니 가성비 높은 공연인 셈입니다. 따라서 갈라는 초보자들을 위한 입문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소속 단체가 있는 무용수들에게도 갈라는 특별합니다. 무용수들도 직장인처럼 지위나 역할이 고정된 편이다보니 갈라는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파트너와,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됩니다. 자신이 자신 있는 작품을 반복하는 이들도 있지만 새로운 작품에 도전해보거나 아예 안무를 시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갈라는 초심자에게도, 골수팬에게도 특별한 이벤트가 됩니다.
여름은 갈라의 계절입니다. 갈라라는 게 제철이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서양에서는 가을부터 봄까지 이어지는 발레단의 시즌이 끝난 후 두세 달의 여름휴가 기간 (혹은 계약 종료 기간) 동안 개별 무용수를 모아 꾸리는 갈라가 늘어나며 여름이 제철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여름이면 각종 갈라가 풍성합니다.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무용수들이 귀국하거나 해외 스타들을 초청하면서 평소 보기 힘들었던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그런데 세상엔 뷔페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배는 부른데 뭘 먹었는지 모르겠다,’ ‘하나라도 제대로 먹고 싶다’라고 하지요. 갈라도 마찬가집니다. 작품의 일부분, 특히 남녀 듀엣이나 솔로만 떼서 나열하다보니 비슷비슷한 레퍼토리들이 반복됩니다. 또한 빠른 시간 안에 볼거리를 보여주고 박수 받을 만 한 테크닉을 강조하는 갈라가 유행하면서 발레 관람 방식이 더욱 자극적이고 단편적으로 변화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SF작가 듀나의 논리에 따르면, 갈라는 포르노와 유사합니다. “독자가 추구하는 욕망이나 쾌락이 너무 쉽게 제공”되고 “엑기스들만 따로 떼어내져서 감상”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갈라를 포르노에 비유하는 건 불쾌할 수 있지만, 개별 작품의 하이라이트가 맥락 없이 나열됨을 생각하면 납득됩니다. 갈라에선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절정에 이른 순간-화려한 결혼식이든, 오붓한 침실이든-이 거두절미하고 시작되지요. 돌고 뛰는 테크닉의 향연은 물론, 두 시간 공연에서 끌어올렸던 감정을 십분 만에 폭발해야 하니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힘이 듭니다. 게다가 뒤이어 전혀 다른 작품이 이어집니다. 뷔페에서 의식의 흐름대로 육회를 먹다가, 치즈 케이크를 먹다가, 잡채를 먹듯이 갈라에서도 십 분마다 무드가 바뀝니다.
뷔페에서 과식이 두렵듯 갈라에선 강-강-강으로 이어지는 자극에 피곤해집니다. 어떻게 하면 다양한 것들을 맛보는 즐거움을 만끽하면서도 부담감은 줄일 수 있을까요?
이왕 외식업에 비유했으니 더 밀고 나가볼까 합니다. 메뉴의 가짓수가 많을 뿐 아니라 하나하나에 의미와 해석을 담아 구성한 식사라면 구미가 당기지요? 최근 오마카세(맡김차림)가 인기 있는 이유입니다. 갈라도 오마카세처럼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나 구성 요소들이 보다 섬세하고 적극적으로 조율될 수 있습니다. 갈라가 다양함 너머 취향과 철학을 담아낸다면 제철 갈라의 풍미도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