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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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의 나라 이탈리아에서 요즘 대중 음식 ‘마르게리따’가 쉽게 해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됐습니다. 주 재료인 토마토부터 밀가루, 모짜렐라 치즈, 올리브유 등 재료값이 크게 올라서입니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보다 식당에서 사 먹는 게 더 저렴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마르게리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총 비용을 합산한 ‘마르게리따 피자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4% 상승했습니다. 블룸버그가 자체 집계하는 지수로, 20%를 웃돌았던 3월보다는 상승세가 둔화됐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8%인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2배를 넘는 수준입니다.

식재료 값이 급등한 탓이 큽니다. 마르게리따 피자 지수는 토마토와 밀가루, 모짜렐라 치즈와 올리브유, 그리고 오븐을 가동하기 위한 전력 비용을 합산합니다.

1년 만에 가격이 가장 크게 뛴 건 올리브유입니다. 5월 올리브유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4.6% 상승했습니다. 전 세계 올리브유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스페인이 최악의 가뭄을 겪으면서 글로벌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한 여파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5월 글로벌 올리브유 가격은 t당 6727.53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4.15% 뛰었습니다. 2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월(t당 6269.63달러) 대비로도 7.3% 상승했습니다. 이상기후로 주산지인 유럽에서 올리브유 수확량이 감소하는 만큼 앞으로도 가격이 안정되기 쉽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옵니다.

그 외 모짜렐라 치즈 가격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1% 뛰었고, 토마토 가격은 18.2% 올랐습니다. 토마토는 최근 가격 상승세가 가장 두드러진 식재료입니다. 한 달 만에 7.5% 상승했습니다. 밀 가격은 1년 전 대비 9.4%, 전월 대비로는 0.3% 올랐습니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전보다는 13.5% 올랐지만 전월보다는 1.4% 떨어지며 주 비용 중 유일하게 하락세를 기록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레스토랑에서 마르게리따를 사먹는 게 낫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마르게리따 피자 값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7% 올랐다”며 “외식의 매력도가 높아졌다”고 썼습니다. 집에서 시간을 들여 직접 만들어 먹고, 뒷정리를 하는 시간과 노력까지 고려하면 외식을 하는 게 이득일 수 있다는 겁니다.



피자만 재료값이 오른 건 아닙니다. 이탈리아의 또 다른 주식인 파스타 가격도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12.8% 올랐습니다. 파스타 가격 폭등을 두고는 중간 유통 과정에서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렇다 할 대응이 없자 이탈리아 소비자 시민단체 아수텐티는 오는 22일부터 전국적인 ‘파스타 불매 운동’을 촉구할 계획입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