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 해군기지, 인근 총격사건 피해 입자 '철벽' 대응
지역사회 "군만 보호하고 민간인은 내버려두나" 비판
총기난사 급증에…美 해군기지조차 컨테이너 장벽 둘러쳤다
미국의 한 군기지가 인근 지역에서 발생하는 총격 사건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기지를 빙 둘러 컨테이너 장벽을 설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미 NBC 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사회가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심각해지는 총기 폭력으로 멍들고 있는 상황을 여실히 드러내 보이는 한 단면인 셈이다.

미시시피주(州)의 항구도시 걸프포트에 위치한 미 해군건설대대 기지에는 최근 20여개의 화물 컨테이너로 구성된 방벽이 들어섰다.

이는 작년 가을 인근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기지 내의 주택 5채가 파손된 후 세워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군은 대외적으로 "임시 방편"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걸프포트시도 총기 폭력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군 내부적으로는 영구적인 콘크리트 벽을 세우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키 쇼 대대 대변인은 "우리 기지와 인력, 그리고 가족을 위한 부대 보호가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총기난사 급증에…美 해군기지조차 컨테이너 장벽 둘러쳤다
높게 세워진 장벽을 두고 지역사회는 착잡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걸프포트의 한 노동 관련 비영리단체를 이끄는 존 휫필드 목사는 "장벽의 실용성은 이해할만하다"면서도 "이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인근 지역의 시민운동가 베티 유잉은 "해군이 군대는 보호하겠지만, 민간인들은 그대로 내버려두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걸프포트의 인구 7만2천명 중 절반 정도는 백인이며, 40% 가까이는 흑인으로 구성돼있다.

10년 전만 해도 연간 살인사건 발생이 2∼3건에 그쳤으나, 2019년부터는 10건 이상으로 훌쩍 뛰었다.

NBC는 빈곤율이 약 26%에 달하는 이곳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총기 폭력이 연관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해군기지의 선적 컨테이너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지역에서 생일파티 도중 벌어진 총격으로 두 명이 부상을 입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에서 또다른 총기 폭력이 발생, 20세 남성이 사망했다.

지난 4월 30일에는 임신 중이던 16세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

2년 전 총격 사건으로 17세 아들을 잃은 티아 모슬리는 "11살 딸이 밖에 다닐 일이 없으면 좋겠다"며 "그저 기도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불안해했다.

간호소무사로 일하는 잘리사 잭슨은 걸프포트의 임대아파트 중 하나인 에메랄드파인즈 단지에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2020년 이후 3명이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총기난사 급증에…美 해군기지조차 컨테이너 장벽 둘러쳤다
네 아이의 엄마인 잭슨은 "이런 동네에 산다고 해서 우리가 계속 피해를 입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우리는 총알이 날아다니는 동네에 살고 있고, 이것은 불공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화당 소속인 빌리 휴이스 시장은 총격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과 예방책이 개인에게 있다는 입장으로, 부모들이 10대 청년들의 총기 사용을 제대로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모든 것의 해결책을 정부에 의존하면 문제가 된다"며 "내가 경험한 바, 모든 것은 가정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 지역의 총기 폭력 대책 논의에서 '총기 규제'가 거론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NBC는 짚었다.

보수 성향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 정부는 총기를 공공장소에서 숨기지 않고 휴대하도록 허용하는 총기소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걸프포트 출신의 연방하원의원인 제프리 헐럼 3세는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이들의 일상이 여러 세대에 걸쳐 간과돼왔다"며 "거리에서 총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