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금속노조 등 기자회견…"대법원 판결, 노란봉투법과 일맥상통"
노동계 "손배·가압류, 악마의 무기…노란봉투법 용두사미 안돼"(종합)
노동계가 노조 불법 쟁의행위의 책임을 따질 때 노조원 개인의 지위와 역할·손해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의 최근 대법원 판결이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의 사건 당사자를 포함한 노동계 인사들은 19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현대차 해고 근로자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엄길정 씨는 "손해배상·가압류는 자본가에게 악마의 무기"라며 "노란봉투법이 흐지부지돼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제대로 시행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엄씨는 올해로 해고된 지 10년째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파업 참가자들이 지금도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공장을) 1, 2분만 세워도 동산, 부동산 전부 압류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나도 20억원 외에 3억원, 2억원 등 걸린 손해배상이 몇 가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금속노조 법률원 장석우 변호사는 "대법원은 사측이 조합원 전원에 부진정연대책임을 묻는 데 제동을 걸었다"며 "제동 근거는 헌법상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 제도의 이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논리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중 법원이 각 손해의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과 일맥상통한다"며 "노조 투쟁에 있어 분명히 무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차가 청구한 손해배상은 쌍용차가 KG그룹으로 인수되기 전 해결돼야 했던 문제"라며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된 만큼, 늦었지만 이제라도 노사가 대화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정욱 법규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손해배상 소송으로 근로자가 느끼는 부담감을 표현하기 위한 '지게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노동계 "손배·가압류, 악마의 무기…노란봉투법 용두사미 안돼"(종합)
앞서 지난 15일 대법원에서는 기업과 노동계 간 손해배상과 관련한 판결 두 개가 나왔다.

대법원은 현대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쌍용차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의 판단은 '노란봉투법' 취지와 어느 정도 부합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노란봉투법'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쟁의행위 탄압 목적의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주도로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본회의로 직회부됐다.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이 법이 시행되면 '파업 만능주의'가 만연해 산업 현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국노총 사무처장이던 2016년 8월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본인은 물론 가족 친척, 친구까지도 파멸하게 만드는 손해배상 가압류가 밥 먹듯이 발생한다"며 '노란봉투법' 입법을 촉구해놓고서는 윤석열 정부의 장관이 되더니 돌변했다고 비판했다.

이 장관은 전날 노동부가 낸 보도참고자료에서도 '노란봉투법'의 부당함을 강조하면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조법 개정안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