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Y 차량이 테슬라의 첫 번째 미국 생산기지인 캘리포니아 프리몬트공장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REUTERS
모델Y 차량이 테슬라의 첫 번째 미국 생산기지인 캘리포니아 프리몬트공장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REUTERS
CATL 등 중국 배터리 회사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북미 시장에 발을 내딛고 있다. 미중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IRA 제정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선 양국의 협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최근 세계 1위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과 기술·서비스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미시간주에 35억달러(약 4조4712억원) 규모 배터리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폭스바겐 그룹이 최대 주주면서 중국에 본사를 둔 중국 배터리 기업 궈시안은 최근 미국 재부무 산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로부터 미시간주 배터리 소재 공장 부지 매입을 승인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궈시안은 미시간주에 23억6000만 달러(약 3조400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핵심 소배인 양극재, 음극재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베이징 한 호텔의 로비를 걸어가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운데 오른쪽)와 쩡위친 CATL 회장.  /트위터 캡처
중국 베이징 한 호텔의 로비를 걸어가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운데 오른쪽)와 쩡위친 CATL 회장. /트위터 캡처
테슬라의 최근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쩡위췬 CATL 회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번 만남에서 CATL과 합작해 미국에 배터리 제조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테슬라의 모델Y와 모델3은 미국에서 일부 차종에 CATL 배터리를 쓰고 있는데,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이유로 IRA에 걸려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미국 포드 자동차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중국 CATL과 손잡고 미시간주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REUTERS
미국 포드 자동차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기자회견에서 중국 CATL과 손잡고 미시간주에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REUTERS

"중국과 전기차 경쟁 준비 안됐다"...IRA 허점 시인?

이러한 미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미국 정부가 중국과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IRA를 만들었으나, 중국을 시장에서 완전히 배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일부 시인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전기차 분야에서 미국이 중국을 앞서기 어렵다는 평가까지 제기됐다. 빌 포드 주니어 포드자동차 회장은 18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전기차 부문에서 중국과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IRA를 도입해 막대한 보조금을 쏟으며 배터리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해 나섰지만, 향후 10년간 중국의 그늘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미국에서 나왔다.

지난 8일(현지 시각)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센터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광물, 소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기업이 배터리의 원료가 되는 리튬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소재 시장에서도 전 세계 음극재와 양극재 공급의 75%, 전 세계 배터리 셀 공급의 78%를 중국이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테슬라와 포드가 사용하겠다고 한 LFP(리튬·철·인산) 배터리는 중국의 시장 점유율이 99%에 달한다.

톰 모렌하우트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은 기술, 공급망 안보 측면에서 앞서 있고 약 10년 내 이를 뒤집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 특히 음극재와 관련해선 현 상황을 바꾸진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