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론' 나오는 전세…정말 없애는 게 답일까[이은형의 부동산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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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역전세와 전세사기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한동안 '전세제도 개편'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전세제도에 대한 나온 공공부문의 입장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올려놓고 검토한다"는 겁니다. '꼭·확실히·기필코' 개편한다거나 인위적으로 통제하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전세제도 자체만이 아니라 역전세, 전세사기, 갭투자 등 관련된 내용들은 하나같이 만만찮은 사안들입니다. 섣부른 접근보다는 시장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안들이 논의돼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전세제도는 없어져야 할까요. '전세사기가 문제라면 전세를 없애면 된다'는 식의 너무 단순한 접근입니다. 이미 시장에서 수요가 있고 제도(전세)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앞으로도 전세수요는 꾸준할 겁니다. 그동안 전세자금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과거처럼 전세와 월세를 엄격하게 나누는 것이 달라졌어도 그렇습니다.
특히 전세금 자체가 대출이 아닌 자기 돈이라고 하면 세입자에게 여전히 유리합니다. 원금이 보전되고 매월 나가는 금액이 없기 때문입니다. 향후 전세와 월세 간의 계약 비율, 즉 임대시장에서의 비중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전세수요는 존재할 것이고 그만큼 전세제도는 유지될 것입니다.
전세제도를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전세 사기나 역전세를 근거로 전세는 없어져야 하는 특이한 제도이며 선진국처럼 월세가 일반화돼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무리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월세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서울에서는 이미 원룸 월세가 수십만원인 곳이 많은데 그보다 더 큰, 가족단위가 거주하는 규모의 주택은 월세를 얼마나 받아야 할까요. 만약 임대시장에서 월세만 존재한다면 월수입의 상당수가 주거비로 소요될 수 있고 그만큼 시민들의 주거부담이 심화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실수요자라면 수십년짜리 장기모기지를 이용해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자리 등이 밀집된 주요 지역이라면 어차피 낼 월세를 모아서 자가주택으로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일 수 있습니다.
전세제도 어떤식으로 개편하는 게 좋을까요. 먼저 에스크로 제도가 있습니다. 사실 에스크로는 전세제도에는 적용이 쉽지 않습니다. 에스크로를 쉽게 표현하면 안심결제, 가령 온라인 쇼핑에서 물건을 살 때 누군가 보증을 하고 돈과 물건을 확실하게 받게 해 주는 겁니다.
계약성사로 마무리되는 부동산의 매매 계약에서는 에스크로 방식이 가능하지만, 전세계약은 최소 2년이라는 시간이 더해지는 맹점이 있습니다.
집주인의 입장에서 전세의 장점은 전세금이라는 목돈을 받아서 사실상의 무이자 대출로 2년 동안 운용하는 것인데, 전세금이 2년 동안 묶이고 이자만을 수령할 수 있다면 활용도가 크게 줄어듭니다. 기존의 전세보증보험을 이용하는 임차인에게 추가로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전세 상한제도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개별 가구의 입지(층과 동), 내부 리모델링 여부 등에 따라 매매가격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여기에 연동해서 전세가격을 일정비율로 적용한다는 식의 규제는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시장수요에 맞춰서 조정되는 것이 임대료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전세자금대출을 축소하는 방안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가계 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까지 반영해 신규대출을 검토하더라도, 기존 대출에 적용하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기존 전세계약의 만기시점에서 대출금이 회수된다면 기존 대출자들은 월세주택을 찾거나 거주지역을 옮겨야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 반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전세자금대출이 없어진다면 종전처럼 임대 시장은 전세와 월세가 극단적으로 나뉠텐데, 서민주거를 지원하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쉽게 다루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또한 전제자금대출의 축소는 전세보증보험의 제한 등과 함께 논의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올해 하반기 역전세는 더 심화할 전망입니다. 2년 전의 전세계약 체결시점보다 매매가격이 떨어진 상황에서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매물들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새롭게 계약되는 전세가격이 자연스럽게 하락하는 것이므로 정부차원에서 어떤 정책적인 대안을 낸다는 식으로 역전세를 방지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집값이 내리지 않는다면 역전세가 발생하지 않지만, 정부가 모든 주택가격을 떠받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역전세와 전세사기는 구분해야 합니다. 역전세와 달리 전세사기는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범죄이므로 제제받아야 합니다.
역전세가 발생하면 집주인은 전세금을 되돌려주기 어렵게 되고, 임차인은 전세금을 제때에 되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즉 관건은 전세보증금을 얼마나 원활하게 되돌려주고 되돌려받느냐입니다.
이 때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사전에 전세보증보험을 이용하거나, 같은 주택에 계속 거주한다면 집주인과의 협의를 통해 내린 전세금만큼 매월 적정 금액을 집주인에게 이자로 받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에게는 대출규제(DSR 차주규제 등)를 완화해서 전세금반환목적으로 한정해 일부 추가대출을 허용한다면, 모든 임대인이 동일 혜택을 받을 수는 없지만 이런 조치로 전세금반환이 가능한 경우에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나의 방법이나 수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니, 가용가능한 수단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재)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전세제도 자체만이 아니라 역전세, 전세사기, 갭투자 등 관련된 내용들은 하나같이 만만찮은 사안들입니다. 섣부른 접근보다는 시장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안들이 논의돼야겠습니다.
그렇다면 전세제도는 없어져야 할까요. '전세사기가 문제라면 전세를 없애면 된다'는 식의 너무 단순한 접근입니다. 이미 시장에서 수요가 있고 제도(전세)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앞으로도 전세수요는 꾸준할 겁니다. 그동안 전세자금대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과거처럼 전세와 월세를 엄격하게 나누는 것이 달라졌어도 그렇습니다.
특히 전세금 자체가 대출이 아닌 자기 돈이라고 하면 세입자에게 여전히 유리합니다. 원금이 보전되고 매월 나가는 금액이 없기 때문입니다. 향후 전세와 월세 간의 계약 비율, 즉 임대시장에서의 비중이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전세수요는 존재할 것이고 그만큼 전세제도는 유지될 것입니다.
전세제도를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전세 사기나 역전세를 근거로 전세는 없어져야 하는 특이한 제도이며 선진국처럼 월세가 일반화돼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무리가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지금 월세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서울에서는 이미 원룸 월세가 수십만원인 곳이 많은데 그보다 더 큰, 가족단위가 거주하는 규모의 주택은 월세를 얼마나 받아야 할까요. 만약 임대시장에서 월세만 존재한다면 월수입의 상당수가 주거비로 소요될 수 있고 그만큼 시민들의 주거부담이 심화될 가능성도 커집니다.
실수요자라면 수십년짜리 장기모기지를 이용해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일자리 등이 밀집된 주요 지역이라면 어차피 낼 월세를 모아서 자가주택으로 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일 수 있습니다.
전세제도 어떤식으로 개편하는 게 좋을까요. 먼저 에스크로 제도가 있습니다. 사실 에스크로는 전세제도에는 적용이 쉽지 않습니다. 에스크로를 쉽게 표현하면 안심결제, 가령 온라인 쇼핑에서 물건을 살 때 누군가 보증을 하고 돈과 물건을 확실하게 받게 해 주는 겁니다.
계약성사로 마무리되는 부동산의 매매 계약에서는 에스크로 방식이 가능하지만, 전세계약은 최소 2년이라는 시간이 더해지는 맹점이 있습니다.
집주인의 입장에서 전세의 장점은 전세금이라는 목돈을 받아서 사실상의 무이자 대출로 2년 동안 운용하는 것인데, 전세금이 2년 동안 묶이고 이자만을 수령할 수 있다면 활용도가 크게 줄어듭니다. 기존의 전세보증보험을 이용하는 임차인에게 추가로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전세 상한제도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개별 가구의 입지(층과 동), 내부 리모델링 여부 등에 따라 매매가격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여기에 연동해서 전세가격을 일정비율로 적용한다는 식의 규제는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시장수요에 맞춰서 조정되는 것이 임대료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전세자금대출을 축소하는 방안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가계 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까지 반영해 신규대출을 검토하더라도, 기존 대출에 적용하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만약 기존 전세계약의 만기시점에서 대출금이 회수된다면 기존 대출자들은 월세주택을 찾거나 거주지역을 옮겨야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어 반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전세자금대출이 없어진다면 종전처럼 임대 시장은 전세와 월세가 극단적으로 나뉠텐데, 서민주거를 지원하던 정책이라는 점에서 쉽게 다루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또한 전제자금대출의 축소는 전세보증보험의 제한 등과 함께 논의가 필요한 사안입니다.
올해 하반기 역전세는 더 심화할 전망입니다. 2년 전의 전세계약 체결시점보다 매매가격이 떨어진 상황에서 임대계약이 만료되는 매물들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새롭게 계약되는 전세가격이 자연스럽게 하락하는 것이므로 정부차원에서 어떤 정책적인 대안을 낸다는 식으로 역전세를 방지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집값이 내리지 않는다면 역전세가 발생하지 않지만, 정부가 모든 주택가격을 떠받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역전세와 전세사기는 구분해야 합니다. 역전세와 달리 전세사기는 의도적으로 행해지는 범죄이므로 제제받아야 합니다.
역전세가 발생하면 집주인은 전세금을 되돌려주기 어렵게 되고, 임차인은 전세금을 제때에 되돌려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즉 관건은 전세보증금을 얼마나 원활하게 되돌려주고 되돌려받느냐입니다.
이 때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사전에 전세보증보험을 이용하거나, 같은 주택에 계속 거주한다면 집주인과의 협의를 통해 내린 전세금만큼 매월 적정 금액을 집주인에게 이자로 받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에게는 대출규제(DSR 차주규제 등)를 완화해서 전세금반환목적으로 한정해 일부 추가대출을 허용한다면, 모든 임대인이 동일 혜택을 받을 수는 없지만 이런 조치로 전세금반환이 가능한 경우에는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나의 방법이나 수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으니, 가용가능한 수단을 모두 고려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이은형 (재)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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