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경기 부진에 부양 나선 중국…소외됐던 민감주도 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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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에 1조위안 규모 부양책까지 검토
부동산 경기 살아나면 철강·화학주 수혜 기대
“주도주 안 바뀐다…과거에도 지표 개선될 때 주가 부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서면서 철강과 플라스틱을 만드는 산업 소재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급하게 오르며 지수를 끌어올린 반도체와 2차전지 업종이 주춤한 사이 대안으로 부각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주도주로 부상해 강세장을 이끌지는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현대제철은 6.29%, 대한유화는 11.93%, 롯데케미칼은 8.15% 상승했다. 지난달 중순께부터 시작된 강세장 초반에는 소외됐던 경기민감주들이다. 건설기계와 조선을 비롯한 산업재 업종의 민감주들은 강세장의 훈풍이 비켜가지 않았지만, 소재업종은 그러지 못했다. 철강과 순수 석유화학 기업들의 주가는 지난달 하순 하향곡선을 그렸다.

금리 인하에 부양책까지 만지작거리는 중국 정부

국내 철강과 석유화학 기업에 큰 영향을 주는 중국 건설 경기가 부진했던 탓이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예상보다 미미했고, 그나마도 소비재 분야에 집중됐다. 철강과 화학제품이 많이 소요되는 부동산·건설 경기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규제에 막혀 회복 조짐조차 보이지 않았다.

중국 전체 경제의 4분의1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활기가 돌지 않으면서 경제지표도 곤두박질쳤다. 지난달 중국의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율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5%와 12.7로 예상치를 밑돌았다. 수출 증가율은 7.5% 감소해 2월 이후 석달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주 단기 정책금리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와 금융권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역레포 금리를 각각 0.10%포인트(p) 낮췄다. 시장에서는 20일 발표할 대출우대금리(LPR)도 인하될 것으로 전망한다. LPR금리는 사실상 중국의 기준금리로 받아들여진다.

재정을 활용한 부양도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지출과 다주택 투지 허용과 같은 경기부양책 발표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1조위안(약 178조5200억원)에 달하는 특별 부채(채권)를 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수요 회복 기대감에 철강·화학도 ‘꿈틀’

작년부터 철강과 석유화학 업종의 돌파구로 중국의 대규모 부양책이 거론돼왔다. 철강의 경우 중국 건설 시장이 글로벌 수요의 4분의1가량을 차지한다. 중국에 건물이 많이 지어지면 폴리염화비닐(PVC)를 비롯한 화학제품 수요도 늘어난다.

이미 철강재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철강 시장은 대규모 경기부양책 발표가 임박했다는 기대감이 선물시장을 지지해 3주째 완만한 상승을 보이고 있다”며 “중국의 철근 선물 가격이 8주 사이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부양책 발표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이 지속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화학업종의 반등도 기대되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양책의) 이행 여부와 그 효과에 대해 조심스럽긴 하지만, 3월 양회 이후 최악을 향한 중국 수요를 자극할 유일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순수 화학 종목 주가의 반기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쏠림의 대안에 불과…주도주 안 바뀐다”

지난달 중순 이후 상승장을 주도하며 코스피지수를 2600선 위에 안착시킨 반도체 업종이 주춤한 사이 대안으로 소재업종이 부각됐다는 분석도 눈에 띈다. 소재업종의 반등이 길게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 때문이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앞서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섰던 2012년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모두 둔화되자 중국 정부는 2012년에만 모두 4차례 지급준비율은 인하했고, 같은해 7월부터는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대규모 경기 부양 정책을 내놨다.

이 연구원은 “경기지표 반등은 (부양책이 발표되고) 1개 분기 정도 뒤에 나타났다. 2012년 9월께 PPI가 반등을 시작했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포인트 선을 회복했다”며 “당시 산업재와 소재 업종의 벤치메크 대비 주가 상대강도는 부양정책이 발표되는 시점을 전후로 양호했지만, PPI반등과 PMI회복 국면에서는 오히려 벤치마크 대비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부양 효과가 지표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주가 흐름이 부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경기민감(시클리컬)주의 강세는 주도주가 쉬는 국면에서 수익률 키맞추기 차원에서 반등으로 본다”며 “주식시장 상승 추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주도주가 바뀌어 상승추세가 지속되지 않는다. 주도주 중심의 매매전략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