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이슈도 없는데 … 32살 크로바아파트 ‘대전 대장’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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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법원·상가·학원 밀집한 둔산동 핵심 입지
가구수 적고 ‘대형 평형’ 위주 … 조경도 우수
2021년 15.9억 찍고 12~13억대로 소폭 하락
부동산 커뮤니티와 분석 등에 자주 올라오는 대전 부동산 단골 주제 중 하나는 ‘왜 크로바아파트가 대전의 대장 아파트가 됐는가’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크로바아파트가 대전의 대표 아파트가 된 이유를 선뜻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이 단지는 1992년 준공돼 올해 32년째를 맞았다. 건축 연한은 높지만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이슈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입주민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앞으로 재건축하더라도 시세차익을 노리고 뛰어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건축을 노리더라도 보통 연식이 30년을 넘어가는 아파트는 ‘몸테크’를 각오해야 해서 실수요 중심의 대장 아파트가 되기는 힘들다. 대전 크로바아파트 옆 동네인 탄방동에는 2020년 준공된 ‘e편한세상 둔산1단지’ 등 새 아파트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전의 대표 아파트는 여전히 서른 살을 넘은 크로바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저녁이면 학교를 마친 학생이 삼삼오오 둔산동 학원가 일대로 모인다. 대전 전역은 물론이고 인근 세종시 등에서도 자녀를 둔산동 학원에 보내기 위한 부모의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둔산동 출신 학생과 학부모는 ‘둔산 출신’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학군뿐 아니라 상업·행정 인프라도 우수하다. 크로바아파트에서 사거리만 건너면 대전지방법원과 고등법원, 검찰청 등이 모인 법조단지가 나온다. 대전지방변호사 회관까지 붙어 있어 법조인이 거주하기 좋은 지역이다. 대전지방검찰청 옆으로는 대전경찰청이 있고, 그 근처로 특허법원과 우체국, 대전시청까지 모든 행정 인프라가 맞붙어 있다시피 하다. 둔산동 주민이 나쁜 일을 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면 검찰 기소, 법원 판결 등 행정·사법 절차를 동네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이유다. 둔산동 안에 갤러리아백화점까지 있어 상업, 행정, 학군 등 다양한 인프라를 모두 누릴 수 있다.
대형 가구 위주면서도 단지 면적에 비해 가구 수가 적다. 비슷한 연식의 아파트들이 고질적인 주차 문제를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주차 공간에 여유가 있다는 평가다. 단지 곳곳에 차가 질서 정연하게 주차돼 깔끔한 인상을 준다. 30년이 넘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단지 내부 상태와 조경이 우수해 눈길을 끈다. 특히 최근 도색 작업을 완료했기 때문에 인근 한마루아파트와 비교해 새 아파트 같은 느낌이다.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임에도 거주민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이 같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크로바아파트에서 20여 년을 거주한 박모씨(34)는 “아주 어릴 때부터 크로바아파트에서 쭉 살았는데, 이곳만 한 곳이 없다”며 “둔산동 안에서 살아가며 필요한 모든 걸 누릴 수 있어서 오랜 연식에도 인기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로바아파트는 법원, 검찰청 등에 출퇴근하는 판사·검사와 대전시청 공무원 등이 많이 살아 동네 분위기 자체가 좋다”고 덧붙였다.
다만 크로바아파트값이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일 것이냐를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실거주로는 꾸준히 인기가 있겠지만,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이슈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로바아파트는 2006~2016년 10년 동안 가격 변동이 크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8년에서야 상승세에 올라탔다. 거래 신고제도가 도입된 2006년 전용 114.6㎡는 3억9000만~6억원에 거래된 뒤 2017년까지 10년 넘게 5억~6억원대를 유지했다. 이후 2018년에야 처음으로 7억원을 넘었고 이후 꾸준히 가격이 상승해 2021년 15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역대 최고가다. 최근에는 부동산 조정 국면을 거치며 가격이 다소 하락해 12억~13억원에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기에는 앞으로 상승세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둔산동 공인중개사는 “크로바아파트는 거주 요건이 좋아 오래 산 주민이 많기 때문에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실제로 인근 목련아파트 등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위해 움직임이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개사는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30년 넘은 아파트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이슈가 가격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추진 상황에 따라 앞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가구수 적고 ‘대형 평형’ 위주 … 조경도 우수
2021년 15.9억 찍고 12~13억대로 소폭 하락
"대전 크로바아파트가 대장 아파트인 이유가 뭔가요? 재건축 얘기도 없는 것 같고, 인근 지역에 신축 아파트 단지가 없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왜 좋은 건가요?"
부동산 커뮤니티와 분석 등에 자주 올라오는 대전 부동산 단골 주제 중 하나는 ‘왜 크로바아파트가 대전의 대장 아파트가 됐는가’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크로바아파트가 대전의 대표 아파트가 된 이유를 선뜻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이 단지는 1992년 준공돼 올해 32년째를 맞았다. 건축 연한은 높지만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이슈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입주민도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 설명이다. 앞으로 재건축하더라도 시세차익을 노리고 뛰어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건축을 노리더라도 보통 연식이 30년을 넘어가는 아파트는 ‘몸테크’를 각오해야 해서 실수요 중심의 대장 아파트가 되기는 힘들다. 대전 크로바아파트 옆 동네인 탄방동에는 2020년 준공된 ‘e편한세상 둔산1단지’ 등 새 아파트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전의 대표 아파트는 여전히 서른 살을 넘은 크로바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서울에는 대치동, 대전에는 둔산동
크로바아파트의 인기 비결 중 하나는 입지다. 그중에서도 우수한 학군과 단지 인근 학원가 덕에 지금의 크로바아파트 위상이 완성됐다는 평이다. 둔산동은 대전에서도 면학 분위기가 잘 조성된 최고의 학군지로 꼽힌다. 대전 사람들은 “서울에 대치동, 경기도에 분당이 있다면 대전에는 둔산동이 있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둔산동에 들어서면 건물마다 학원이 빽빽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의예과에 진학한 학생,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에 진학한 학생 명단을 적은 플래카드를 경쟁적으로 내건 풍경이 서울 대치동, 목동 등의 유명 학원가를 방불케 한다.저녁이면 학교를 마친 학생이 삼삼오오 둔산동 학원가 일대로 모인다. 대전 전역은 물론이고 인근 세종시 등에서도 자녀를 둔산동 학원에 보내기 위한 부모의 차량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둔산동 출신 학생과 학부모는 ‘둔산 출신’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학군뿐 아니라 상업·행정 인프라도 우수하다. 크로바아파트에서 사거리만 건너면 대전지방법원과 고등법원, 검찰청 등이 모인 법조단지가 나온다. 대전지방변호사 회관까지 붙어 있어 법조인이 거주하기 좋은 지역이다. 대전지방검찰청 옆으로는 대전경찰청이 있고, 그 근처로 특허법원과 우체국, 대전시청까지 모든 행정 인프라가 맞붙어 있다시피 하다. 둔산동 주민이 나쁜 일을 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면 검찰 기소, 법원 판결 등 행정·사법 절차를 동네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이유다. 둔산동 안에 갤러리아백화점까지 있어 상업, 행정, 학군 등 다양한 인프라를 모두 누릴 수 있다.
대형 위주의 관리 잘된 단지
단지는 입지뿐 아니라 자체 경쟁력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크로바아파트는 전용 84~164㎡ 중대형 면적 위주로 구성돼 있다. 제일 작은 전용 84㎡는 96가구에 불과하다. 101㎡ 456가구, 114㎡ 480가구, 134㎡ 360가구, 164㎡ 240가구 등 대형 평형이 많다. 특히 인근 ‘크·목·한(크로바·목련·한마루)’ 중 전용 164㎡ 대형 가구가 있는 곳은 크로바아파트가 유일하다.대형 가구 위주면서도 단지 면적에 비해 가구 수가 적다. 비슷한 연식의 아파트들이 고질적인 주차 문제를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주차 공간에 여유가 있다는 평가다. 단지 곳곳에 차가 질서 정연하게 주차돼 깔끔한 인상을 준다. 30년이 넘는 세월에도 불구하고 단지 내부 상태와 조경이 우수해 눈길을 끈다. 특히 최근 도색 작업을 완료했기 때문에 인근 한마루아파트와 비교해 새 아파트 같은 느낌이다. 연식이 오래된 아파트임에도 거주민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이 같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크로바아파트에서 20여 년을 거주한 박모씨(34)는 “아주 어릴 때부터 크로바아파트에서 쭉 살았는데, 이곳만 한 곳이 없다”며 “둔산동 안에서 살아가며 필요한 모든 걸 누릴 수 있어서 오랜 연식에도 인기가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로바아파트는 법원, 검찰청 등에 출퇴근하는 판사·검사와 대전시청 공무원 등이 많이 살아 동네 분위기 자체가 좋다”고 덧붙였다.
신축보다 인기 … 재건축 고민은 부담
최근 대전에 신축아파트가 공급됐지만 여전히 크로바아파트의 아성은 넘지 못하고 있다. 둔산동 인근 탄방동에 ‘e편한세상 둔산 1단지’ 등 2020년대 들어 공급된 새 아파트가 있다. ‘둔산 자이 아이파크(숭어리샘 재건축)’ 등 신축 아파트도 공급될 예정이다. 그러나 다수의 대전 시민은 인근 신축 아파트 공급과는 별개로 크로바아파트의 인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축 아파트가 둔산동 상업가 및 관공서와 떨어져 있어 크로바아파트의 입지를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다만 크로바아파트값이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일 것이냐를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실거주로는 꾸준히 인기가 있겠지만,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이슈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로바아파트는 2006~2016년 10년 동안 가격 변동이 크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8년에서야 상승세에 올라탔다. 거래 신고제도가 도입된 2006년 전용 114.6㎡는 3억9000만~6억원에 거래된 뒤 2017년까지 10년 넘게 5억~6억원대를 유지했다. 이후 2018년에야 처음으로 7억원을 넘었고 이후 꾸준히 가격이 상승해 2021년 15억9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역대 최고가다. 최근에는 부동산 조정 국면을 거치며 가격이 다소 하락해 12억~13억원에 거래가 체결되고 있다.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기에는 앞으로 상승세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둔산동 공인중개사는 “크로바아파트는 거주 요건이 좋아 오래 산 주민이 많기 때문에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실제로 인근 목련아파트 등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기 위해 움직임이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개사는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30년 넘은 아파트는 재건축과 리모델링 이슈가 가격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추진 상황에 따라 앞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