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9년 6월 '첫 국빈'을 기억하며…용맹함 깃든 갑옷과 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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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재재단, 포르쉐코리아와 고종 선물 3종 재현한 작품 전시
"대관정에 나아가 독일(덕국·德國)의 헨리(顯利) 친왕(親王·황제의 아들이나 형제)을 회견했다.
" (고종실록 1899년 6월 10일 기록)
고종(재위 1863∼1907)은 대한제국을 선포한 2년 뒤인 1899년 독일 제국의 하인리히 폰 프로이센(1862∼1929) 왕자를 맞이했다.
대한제국 최초의 국빈이었다.
6월 8일부터 20일까지 내한 일정에 하인리히 왕자는 고종을 4차례 만났다.
두 사람은 경희궁(당시 서궐)에서 병사들의 훈련을 검열하기도 했는데, 동아시아함대 사령관이기도 했던 하인리히 왕자는 우리 전통 활쏘기도 체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별한 손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에 갑옷과 투구가 포함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19일 서울 중구 덕수궁 덕홍전에서 공개한 '1899, 하인리히 왕자에게 보낸 선물' 전시는 약 124년 전 우리나라와 독일의 인연을 이어준 증표를 되살린 자리였다.
덕홍전 내부 공간에는 옛 갑옷과 투구, 갑주함(갑옷·투구 보관함) 등 오직 3종의 전시품만 자리했다.
독일 함부르크 로텐바움박물관이 소장한 고종의 선물을 현시대 장인들이 재현한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을 지낸 김영재 한산연구소장은 "무관의 전투복인 홍전(紅氈·붉은 빛깔의 모직물) 갑주는 총과 대포가 아닌 칼과 창으로 전쟁하던 시대에 무인의 기개와 상무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 제국의 동아시아함대 총사령관이었던 하인리히 친왕을 고려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재현한 갑옷과 투구는 재질, 구성 등을 볼 때 한 벌로 추정된다.
붉은색이 돋보이는 갑옷은 어깨에는 4개의 발톱을 가진 용으로 장식했다.
목 부위에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로 알려진 질경이 잎 모양으로 꾸몄다.
질경이는 수레보다도 앞서 나갈 정도로 빠르다는 의미가 있는데, 용맹함과 무예가 뛰어남을 드러내는 장식이다.
귀한 선물이 새롭게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갑옷에 달린 모피의 경우, 문헌 기록에는 수달이나 족제비 모피를 사용했다고 돼 있으나 두 동물 모두 상업적 거래가 불가능한 보호동물이라 다른 재료를 써야 했다고 한다.
총 804점에 달하는 두정(頭釘·갑옷 미늘을 고정하는 못머리)을 박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재현 작업에 참여한 무형문화재 선생님들 모두 새로운 기법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며 "당시 문화나 공예를 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재현품은 포르쉐코리아의 사회공헌 캠페인으로 이뤄졌다.
포르쉐코리아 측은 전시가 끝난 뒤 재현품 3종을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에 기증할 예정이다.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한국 문화와 그 속에 깃든 매혹적인 역사에 대해 겸손하게 배울 기회가 됐다"며 "이 작품들은 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꿈의 시작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한국과 독일의 오래되고 돈독한 문화교류사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볼 수 있어 뜻깊다"며 "향후 활발한 문화 교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20일 공식 개막한다.
7월 2일까지. /연합뉴스
" (고종실록 1899년 6월 10일 기록)
고종(재위 1863∼1907)은 대한제국을 선포한 2년 뒤인 1899년 독일 제국의 하인리히 폰 프로이센(1862∼1929) 왕자를 맞이했다.
대한제국 최초의 국빈이었다.
6월 8일부터 20일까지 내한 일정에 하인리히 왕자는 고종을 4차례 만났다.
두 사람은 경희궁(당시 서궐)에서 병사들의 훈련을 검열하기도 했는데, 동아시아함대 사령관이기도 했던 하인리히 왕자는 우리 전통 활쏘기도 체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별한 손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에 갑옷과 투구가 포함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한국문화재재단이 19일 서울 중구 덕수궁 덕홍전에서 공개한 '1899, 하인리히 왕자에게 보낸 선물' 전시는 약 124년 전 우리나라와 독일의 인연을 이어준 증표를 되살린 자리였다.
덕홍전 내부 공간에는 옛 갑옷과 투구, 갑주함(갑옷·투구 보관함) 등 오직 3종의 전시품만 자리했다.
독일 함부르크 로텐바움박물관이 소장한 고종의 선물을 현시대 장인들이 재현한 것이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을 지낸 김영재 한산연구소장은 "무관의 전투복인 홍전(紅氈·붉은 빛깔의 모직물) 갑주는 총과 대포가 아닌 칼과 창으로 전쟁하던 시대에 무인의 기개와 상무 정신이 담겨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 제국의 동아시아함대 총사령관이었던 하인리히 친왕을 고려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재현한 갑옷과 투구는 재질, 구성 등을 볼 때 한 벌로 추정된다.
붉은색이 돋보이는 갑옷은 어깨에는 4개의 발톱을 가진 용으로 장식했다.
목 부위에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로 알려진 질경이 잎 모양으로 꾸몄다.
질경이는 수레보다도 앞서 나갈 정도로 빠르다는 의미가 있는데, 용맹함과 무예가 뛰어남을 드러내는 장식이다.
귀한 선물이 새롭게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갑옷에 달린 모피의 경우, 문헌 기록에는 수달이나 족제비 모피를 사용했다고 돼 있으나 두 동물 모두 상업적 거래가 불가능한 보호동물이라 다른 재료를 써야 했다고 한다.
총 804점에 달하는 두정(頭釘·갑옷 미늘을 고정하는 못머리)을 박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재현 작업에 참여한 무형문화재 선생님들 모두 새로운 기법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며 "당시 문화나 공예를 더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재현품은 포르쉐코리아의 사회공헌 캠페인으로 이뤄졌다.
포르쉐코리아 측은 전시가 끝난 뒤 재현품 3종을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에 기증할 예정이다.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한국 문화와 그 속에 깃든 매혹적인 역사에 대해 겸손하게 배울 기회가 됐다"며 "이 작품들은 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꿈의 시작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한국과 독일의 오래되고 돈독한 문화교류사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볼 수 있어 뜻깊다"며 "향후 활발한 문화 교류가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20일 공식 개막한다.
7월 2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