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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정책' 사라지고 '남 탓'만 하는 與野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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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종환 정치부 기자
    [취재수첩] '정책' 사라지고 '남 탓'만 하는 與野 현수막
    “언제까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수막으로 중도층의 표심을 얻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19일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 보좌관이 한숨을 쉬며 꺼낸 말이다. 이 보좌관은 “여당이 일을 안 하는데도 민주당이 확실한 대안 정당의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책이 아닌 선전·선동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취지였다.

    정치권에서 현수막은 정당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창구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난해 12월 정당의 현수막 설치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다.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아무 곳에나 현수막을 달 수 있게 되면서 국민은 도심을 점령한 현수막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야가 남발하는 현수막에서 정작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은 사라졌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홈페이지에 따르면 여야 중앙당은 올 들어 현재까지 현수막을 각각 48개, 60개 제작했다. 이 중 경제·정책을 다룬 현수막은 각각 22개, 17개에 그쳤다.

    정책의 빈자리는 ‘남 탓’이 채우고 있다. 국민의힘 현수막은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투기 논란’ 등 민주당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데 대부분 동원된다. ‘더불어 비리 비호당’ ‘청년 꿈 짓밟는 더불어코인당’ 등 문구도 자극적이다. 민주당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으로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는 데 연일 현수막 정치를 동원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현수막 게시 현황 조사를 지시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정도다.

    선전·선동에 학을 떼는 의원들의 불만도 꾸준히 나온다. 지난 3월 민주당 중앙당이 한·일 정상회담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이완용의 부활인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몇몇 지역 의원이 내걸지 않은 게 대표적 사례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표현이 되레 중도층을 떠나게 할 것으로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 일정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정책 입법은 끝난 것 아니냐”고 자조했다. 여야 지도부는 말로는 민생과 경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본심은 자극적 문구만 가능한 현수막에 담겨 있는 게 아닌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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