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학부모께 심려 끼쳐 죄송…올해 수능 안정적 시행 위해 최선"
12대 원장까지 임기 모두 채운 사례 4명뿐…모평 탓 사퇴는 최초
후임 원장 인선에 두 달 정도 걸릴 듯
이규민 평가원장 전격 사임…"6월 모평 관련 책임지겠다"(종합2보)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19일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지시를 내린 지 나흘만이다.

이 원장은 이날 평가원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사임하기로 했다"며 "오랜 시간 수능 준비로 힘들어하고 계신 수험생과 학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어 "2024학년도 수능의 안정적인 준비와 시행을 위한 것"이라며 "평가원은 수능 출제라는 본연의 업무에 전념해 2024학년도 수능이 안정적으로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출신으로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원장의 임기는 2025년 2월까지였다.

평가원 관계자는 "오늘 오후에 (사임) 소식을 들었다"며 말을 아꼈다.

이 원장의 사임은 최근 윤 대통령이 최근 수능 출제 기조를 직접 언급한 뒤 수능을 5개월여 앞두고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한 가운데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공교육 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라는 '공정 수능'을 지시했다.

다음날인 16일에는 6월 모의평가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이유로 교육부 대입담당 국장이 경질됐다.

이런 가운데 수능 출제를 주관하는 평가원장까지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을 벗어난 수능 출제 논란을 언급하며 평가원에 대해 12년 만에 대대적인 감사를 예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경질된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은 물론 평가원장이 지난 정부 요직을 지낸 인물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왔다.

경질된 대입 담당 국장은 유은혜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이 원장 역시 문재인 정부 말기 때 임명됐다는 점 때문이다.

평가원장의 중도 사퇴로 수능을 5개월여 앞둔 가운데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가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한 적은 적지 않지만 수능을 앞두고 모의평가 결과 때문에 사퇴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12대 원장인 이 원장을 포함해 역대 평가원장 중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적은 1대, 4대, 7대, 10대 등 네 차례에 그친다.

사퇴한 전직 원장 중 3대 이종승 전 원장, 5대 정강정 전 원장, 8대 김성훈 전 원장, 11대 강태중 전 원장은 모두 수능 출제 오류에 책임을 지고 수능 시행 이후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2대 김성동 전 원장의 경우 수능 출제 오류와는 상관 없이 한국 근현대사 검정교과서 편향기술 논란과 관련해 9월 사퇴한 바 있다.

6대 김성열 전 원장은 수능 출제 오류가 발생했으나 성적 통보 전 이의신청 기간 바로 잡혔음에도 이듬해 임기를 3개월여 남기고 사퇴한 바 있다.

9대 김영수 전 원장은 수능 출제 오류 7개월 만인 2017년 6월 뒤늦게 사퇴했다.

후임 원장 선임에는 2개월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평가원 원장 초빙을 맡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담당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개인 비리 같은 경우 조사나 감사받을 때 의원 면직을 제한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어서 (사표) 수리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며 "후임은 각계 추천을 받아 원장 심사위원회를 거쳐 이사회 통해 이사장이 임명하면 한두 달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