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 중앙은행(Fed)과 다른 행보를 이어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국이 직면한 경제 위기가 서로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서다. Fed와의 동조화(커플링)를 벗어나 각자도생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1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각국 중앙은행이 서로 다른 금리 정책을 펼치며 각자도생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Fed는 지난 14일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각국 중앙은행은 Fed와는 상반된 정책을 결정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3.75%에서 4.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7월에도 기준금리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목표치(2%)보다 높다는 이유에서다. 호주와 캐나다도 최근 시장 예상을 벗어나 ‘기준금리 동결 후 0.25%포인트 재인상’을 택했다.



아시아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기준금리 척도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를 연 2.75%에서 2.65%로 0.1%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의 인하다.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LPR)도 오는 20일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일본 중앙은행(BOJ)은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기로 지난 16일 결정했다. 장기간 양적완화로 인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겠다는 판단에서다.

개발도상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베트남은 19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인도는 지난 8일 금리를 동결했지만, 추가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100%대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6%포인트 올렸다.

이처럼 중앙은행이 각자도생에 나선 배경은 위기의 근원지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파르게 동반 상승했던 물가상승률은 올해 서로 다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경제성장률도 국가별로 다르게 관측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4%대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노동시장은 과열된 상태다. 유럽은 얕은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맞물리고 있다. 중국에선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장기 봉쇄로 인한 침체 압박과 부동산 시장 붕괴 조짐이 잇따르고 있다.

카스텐 브레츠키 ING독일 매크로 글로벌 투자책임자는 "각국 중앙은행의 다양한 접근방식을 감안해보면 세계 경제가 더 이상 동조화(커플링)되지 않고 있는 게 보인다"며 "각자 다른 경제 주기에 맞춰 통화정책이 다각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이 누그러지면서 통화 정책을 평가할 여력도 생겼다. 중앙은행별로 지금껏 펼친 통화정책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하고 향방을 조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에릭 닐슨 유니크레딧 수석 고문은 "각국 중앙은행이 자국의 경제 문제에 해결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