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구글앱 수수료 인상 '갑질' 차단"…콘텐츠 기업들이 웃는다
함부로 앱 마켓 수수료 못 올리게 만드는 법안
국내 플랫폼, 콘텐츠 업체와 소비자 부담 줄어들 듯
여야 공감대 있지만 … 과방위 잇단 파행에 논의 지연

모바일 콘텐츠 가격이 최근 잇따라 올랐다. 시발점은 지난해 10월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구매 가격을 25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1위 업체인 멜론도 기간 한정 스트리밍 이용권 가격을 1000원 올렸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시즌(seezn)은 플랫폼 요금을 최대 25% 높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배경에는 애플이 있다. 애플이 자사 앱 마켓인 ‘앱스토어’ 내 결제 가격을 한국을 비롯한 일본, 스웨덴 등의 나라에서 약 25% 올리면서 콘텐츠 가격 인상 릴레이가 시작됐다. 여파는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인앱결제 수수료 과도하게 올리면 과기부가 조율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에 따르면 이런 인앱결제 가격 인상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연간 최대 35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OTT 분야에선 1107억원, 음악 콘텐츠 1848억원, 웹툰·웹소설 506억원 등에 달한다. 수수료 과하게 올리면 과기부가 조율 작년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앱 마켓 수수료의 과도한 인상을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과방위 소속 김영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앱 마켓 이용 대가인 수수료를 정할 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기정통부 장관 등 관계기관이 조정을 권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요
  • 호재 예상 기업: 카카오 넥슨게임즈 엔씨소프트 넷마블 데브시스터즈 발의: 김영주 의원(02-784-2470) 강민정 의원(02-784-2477) 김승원 의원(02-784-5285) 신정훈 의원(02-6788-6686)
  • 어떤 법안이길래
    =앱 마켓의 이용 대가를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하도록 함
    =앱 마켓 수수료 인상 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정을 권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
  • 어떻게 영향 주나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과 애플은 자의적으로 앱 마켓 수수료를 올릴 수 없음
    =국내 플랫폼, 콘텐츠 업체들의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

법안은 구글과 애플이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있어 중소 게임사, 출판사 등 콘텐츠 사업자들이 비용 상승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에 방점을 뒀다.

김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앱 마켓의 이용 대가를 정함에 있어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정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과기정통부 장관 또는 방통위가 앱 마켓 이용 대가에 대한 조정 권고 또는 관계 기관 통보 등 조치 가능 △앱 마켓 실태조사를 할 경우 모바일콘텐츠 제공업자의 의견 청취 등 내용을 담았다. K콘텐츠 재투자도 활성화할 듯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과 애플은 자의적으로 앱 마켓 수수료를 올릴 수 없게 된다. 지금껏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에 직면했던 플랫폼, 콘텐츠업체들의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애플·구글앱 수수료 인상 '갑질' 차단"…콘텐츠 기업들이 웃는다
이에 따라 K콘텐츠 등 재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점쳐진다. 수혜주로는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꼽힌다. 종합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네이버, 카카오 등을 비롯해 영상 콘텐츠 기업인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등이 포함된다. 넥슨게임즈,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게임 기업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앱 마켓 수익 중 대부분 게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 등이 자의적으로 앱 마켓 수수료를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이들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이 다시 ‘공정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도 있다. 국산 음악 앱 강자인 멜론이 대표적인 사례다. 멜론은 지난해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도입하면서 콘텐츠 이용 가격을 올렸고 그 여파로 지난 4월 유튜브뮤직에 이용자 수를 추월당했다. 유튜브의 자회사는 구글인 만큼 앱 마켓 수수료 인상에도 서비스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가’ 기준 모호

국회 검토보고서는 해당 법안이 마켓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고, 앱 마켓 사업자뿐만 아니라 앱 개발자 및 이용자 등 생태계 참여자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다만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앱 마켓 이용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대가의 수준을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검토보고서는 앱 마켓 사업자에게 사전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할 때 정부가 조정 권고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에서 심사 중이다. 지난 2월 소위에 회부됐지만 과방위 소위의 잇따른 파행으로 논의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콘텐츠 기업 지원 취지에 대해 여야를 막론한 의원 상당수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구글과 애플이 ‘우회로’를 통해 법망을 기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앞서 국회는 2021년 8월 세계 최초로 구글이나 애플 같은 앱 마켓사업자가 인앱결제를 강요하지 못하는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을 통과시켰지만 구글과 애플은 사실상 이 법안을 무력화시켰다. 구글은 ‘앱 내 제3자 결제 방식’을 함께 제공하면서도 앱 개발사들이 안내한 외부결제 연결 링크를 차단했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마켓에서 퇴출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