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수출통제·불경기 위기 맞은 '반도체 슈퍼乙'…AI 랠리에 다시 뛸까 [글로벌 종목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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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종목탐구
압도적 EUV 기술…1분기 매출 91% 증가
美 수출 통제로 中 매출 비중은 14→8%로
AI 붐에 고성능 칩 수요 늘어…'수혜주' 평가 반도체 노광장비 업계의 절대 강자인 네덜란드 ASML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에 따른 중국 매출 감소가 위기라면,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른 고성능 반도체 수요의 증가는 기회라는 평가다. ASML이 어떤 혁신으로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는지에 따라 노광장비 시장의 미래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을 ‘노광(Lithography)’이라고 한다. ASML은 이 노광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캐논, 니콘, 뉴플레이어 테크놀로지 등이 경쟁업체로 꼽히지만 ASML은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갖춘 1위 기업이다. ASML은 7㎚(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로베르트 카스텔라노 시킹알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EUV보다 한 단계 아래 기술로 평가받는 액침(Immersion) 심자외선(DUV) 노광기의 88%도 ASML 제품(2020년 기준)이다. 액침은 노광기의 대물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수막을 만들어 빛을 한 번 더 굴절시켜 해상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러한 압도적인 기술력은 ASML이 반도체 업계의 슈퍼을(乙)로 불리는 이유다. 이같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ASML은 올해 전반기 기록적인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ASML은 올해 1분기 매출액 67억4600만유로(약 9조4600억원), 당기순이익 19억5600만유로를 거뒀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90.9%, 순이익이 181.4% 증가한 것이다. 2분기 매출 전망치는 65억~70억 유로 사이로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68~28.99% 증가한 수치다.
다만 1분기 예약 매출은 37억5000만유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 줄었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 TSMC,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설비 투자를 축소한 여파로 해석된다. 리 심슨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의 설비 투자 삭감이 주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는 2024~2025년 회사의 성장에 역풍이 있을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미 여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자국 기술을 이용하는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 기업에 판매할 수 없게 하는 고강도 규제를 발표했다. 일본과 네덜란드 행정부가 여기에 동참하면서 ASML의 EUV 노광기를 중국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길이 닫혔다.
네덜란드 행정부가 지난 3월 수출제한 범위를 DUV 노광기로까지 확대했다.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협력·개발협력부 장관은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기술 발전과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는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특정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통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수출 통제 대상엔 ASML이 만드는 DUV 노광장비 기술을 비롯한 작고 강력한 반도체칩을 만들 수 있는 매우 높은 사양의 시스템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대중국 수출통제의 여파로 ASML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1분기 8%까지 하락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외국 장비를 구매할 수 없다면 장비를 스스로 개발할 것”이라며 수출통제에 대한 불만을 간잡적으로 드러냈다.
JP모간체이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ASML의 등급을 ‘비중 확대’로 유지하고 목표 주가를 690유로로 제시했다. JP모간은 “AI가 앞으로도 ASML 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NBC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주가 폭등으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회사로 대만 TSMC와 ASML을 꼽았다. TSMC가 엔비디아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데, 이 TSMC 역시 ASML의 노광기에 의존한다는 이유에서다. 생성형 AI 구현에 필요한 GPU를 설계하는 엔비디아는 AI 랠리에 힘입어 올해 주가가 200% 가까이 폭등했다.
JP모간은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ASML이 혁신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ASML은 차세대 극자외선 노광기(High-NA EUV)를 2025년부터 반도체 제조사들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글로벌 종목탐구
압도적 EUV 기술…1분기 매출 91% 증가
美 수출 통제로 中 매출 비중은 14→8%로
AI 붐에 고성능 칩 수요 늘어…'수혜주' 평가 반도체 노광장비 업계의 절대 강자인 네덜란드 ASML이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았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에 따른 중국 매출 감소가 위기라면,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에 따른 고성능 반도체 수요의 증가는 기회라는 평가다. ASML이 어떤 혁신으로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따돌리는지에 따라 노광장비 시장의 미래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노광기 독점 기술로 전반기 호실적 전망
올해 들어 21일(현지시간)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 담 증시에서 ASML 주가는 27% 올랐다. 21일 종가는 656.4유로다.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을 ‘노광(Lithography)’이라고 한다. ASML은 이 노광장비를 만드는 회사다. 캐논, 니콘, 뉴플레이어 테크놀로지 등이 경쟁업체로 꼽히지만 ASML은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을 갖춘 1위 기업이다. ASML은 7㎚(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기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로베르트 카스텔라노 시킹알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EUV보다 한 단계 아래 기술로 평가받는 액침(Immersion) 심자외선(DUV) 노광기의 88%도 ASML 제품(2020년 기준)이다. 액침은 노광기의 대물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수막을 만들어 빛을 한 번 더 굴절시켜 해상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이러한 압도적인 기술력은 ASML이 반도체 업계의 슈퍼을(乙)로 불리는 이유다. 이같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ASML은 올해 전반기 기록적인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ASML은 올해 1분기 매출액 67억4600만유로(약 9조4600억원), 당기순이익 19억5600만유로를 거뒀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90.9%, 순이익이 181.4% 증가한 것이다. 2분기 매출 전망치는 65억~70억 유로 사이로 전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68~28.99% 증가한 수치다.
다만 1분기 예약 매출은 37억5000만유로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6% 줄었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 TSMC, 인텔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들이 설비 투자를 축소한 여파로 해석된다. 리 심슨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의 설비 투자 삭감이 주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는 2024~2025년 회사의 성장에 역풍이 있을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이미 여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UV 이어 DUV까지 中 수출길 막혀
반도체 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ASML에 최근 닥친 위기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정책이다.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자국 기술을 이용하는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중국 기업에 판매할 수 없게 하는 고강도 규제를 발표했다. 일본과 네덜란드 행정부가 여기에 동참하면서 ASML의 EUV 노광기를 중국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길이 닫혔다.
네덜란드 행정부가 지난 3월 수출제한 범위를 DUV 노광기로까지 확대했다. 리셰 스레이네마허 네덜란드 대외무역협력·개발협력부 장관은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기술 발전과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는 국가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특정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기존 수출통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수출 통제 대상엔 ASML이 만드는 DUV 노광장비 기술을 비롯한 작고 강력한 반도체칩을 만들 수 있는 매우 높은 사양의 시스템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대중국 수출통제의 여파로 ASML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4%에서 올해 1분기 8%까지 하락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외국 장비를 구매할 수 없다면 장비를 스스로 개발할 것”이라며 수출통제에 대한 불만을 간잡적으로 드러냈다.
“ASML 없이 엔비디아 칩도 없다”
최근 미국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AI 붐'은 ASML의 새로운 기회로 평가된다. A생성형 AI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칩을 만들기 위해서는 ASML의 첨단 노광장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JP모간체이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ASML의 등급을 ‘비중 확대’로 유지하고 목표 주가를 690유로로 제시했다. JP모간은 “AI가 앞으로도 ASML 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CNBC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주가 폭등으로 가장 큰 수혜가 기대되는 회사로 대만 TSMC와 ASML을 꼽았다. TSMC가 엔비디아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데, 이 TSMC 역시 ASML의 노광기에 의존한다는 이유에서다. 생성형 AI 구현에 필요한 GPU를 설계하는 엔비디아는 AI 랠리에 힘입어 올해 주가가 200% 가까이 폭등했다.
JP모간은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ASML이 혁신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ASML은 차세대 극자외선 노광기(High-NA EUV)를 2025년부터 반도체 제조사들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